교계/교회

“경찰은 소성리 현장기도소 훼손 사과하라”

12일 기독교계 각 단위, 경찰청 앞 항의 기자회견

police
(Photo : ⓒ 사드 저지 기독교 현장 기도소 파괴 규탄 기도회 )
경찰의 진압으로 경북 소성리 현장기도소가 훼손된데 항의해 기독교계는 12일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는다.

지난 7일 오전 경북 성주군 소성리에 사드발사대 4기가 반입되는 과정에서 경찰이 현장에 마련돼 있던 사드저지기독교현장기도소가 훼손당했다. 이에 기독교계는 1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경찰의 행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NCCK정의평화위원회,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생명평화마당, 촛불교회, 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향린교회사회부, 정의평화기독인연대, 전국예수살기 등이 참여하는 이번 기자회견에서 기독교계는 이철성 경찰청장의 사과 및 재발방지, 현장 지휘관에 대한 처벌 등을 촉구할 예정이다.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이철성은 사죄하고 배상하라!

완전히 무너뜨렸다. 침탈로는 부족했다. 소성리 사드추가배치 저지 집회를 강제진압하기 시작한 경찰은 도로가 막히자 진입로를 확보하기 위해 무리한 작전을 감행했다. 도로 갓길로 돌진한 것이다. 그곳은 사람들이 사는 임시거처들이 있었다.

월명2리 농성장은 당일, 부상자를 위한 임시치료소였다. 하지만 경찰은 그곳이 어떤 장소인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저지하는 시민들을 제압하고 농성장을 간단하게 무너뜨렸다. 월명 2리 농성장 바로 옆에 ‘사드저지 기독교 현장기도소'가 있었다. 우리는 기독교 현장기도소의 안위가 몹시 염려되었다. 그래서 현장에서 경찰들에게 분명히 고지했다. "이곳은 기독교기도처이다. 이곳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라고. 그러나 경찰은 매우 짧은 시간 주저하는 듯 하다가 곧바로 돌진했다. 현장기도소는 순식간에 무너졌다. 2017년 9월 7일 막 하루가 지난 0시 30분경이다.

현장기도소는 소성리 주민들과 연대하는 기독교의 성소였다. 기독인들은 이곳에서 늘 예배보고, 기도하고 성경을 읽으며, 하나님께 한반도와 소성리의 평화를 간구했다. 그곳에는 예배를 위한 여러 성물들이 있었다. 십자가, 성경책, 찬송가, 한반도평화기도문, 영대, 예배제대, 예배초 등이다. 뿐만 아니라 4월 18일 현장기도소를 설치한 이래 5개월째 붙박이 지킴이로 있는 강형구장로의 거처였다. 따라서 기도소에는 강형구장로의 소중한 개인물품도 많았다. 소성리현장 소식을 전하기 위해 사용하는 노트북, 이불, 전기장판, 모기장 등이다.

무엇보다 강형구장로는 심장보호를 위해 평생 매일 먹어야 하는 약이 있다. 그러나 3개월치 약도 걸레처럼 너덜너덜해져서 먹을 수 없게 됐다. 또한 현장기도소를 방문한 사람들이 남긴, 따뜻하고 소중한 방명록, 비상시에 사용하고자 갖다놓은 소성리 마을 앰프도 있었다. 그 외에도 사람 사는 곳에 늘 필수적으로 있어야 하는, 일일이 헤아릴 수 없는 소소하지만 중요한 물건들이 있었다. 그러나 경찰은 이 모든 성물과 사람살이의 필수품들을 철저히 짓밟았다. 현장기도소를 남김없이 초토화시켰다. 이것은 공권력이 결코 해서는 안 되는, 무도한 범죄행위이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앞뒤 가리지 않는 폭력이다. 이철성 경찰철장에게 묻는다. 당신들이 자행한 일이 얼마나 끔찍한 행위였는지를 알기나 하는가.

지금은 민주주의의 소중한 내용과 절차들이 온통 무시되는 전쟁상황이 아니다. 전쟁 때라도 민간인을 향한 공권력의 행위는 절제돼야 한다. 그러나 경찰은 평시에 시민들의 종교장소를 거리낌없이 무너뜨렸다. 종교의 자유와 종교인들의 양심을 보호하는 것은 공권력이 가진 헌법상 의무이다. 또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경찰의 의무는 명백히 살아 있다. 성물은 종교인들의 믿음과 양심의 상징이다. 매일 먹는 약과 노트북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 바로 그 자체이다.

공권력이 지금 힘이 있다고 해서, 시민의 종교의 양심과 생명과 재산을 마구잡이로 짓밟는 행위는 민주주의와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범죄이다. 공권력이 힘을 함부로 사용하면 깡패의 폭력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공권력이 힘을 함부로 사용하지 말라고 헌법과 법률이 제어하는 것이다. 이런 범죄행위에 책임을 묻지 않고 그냥 덮고 지나간다면 언제든지 비슷한 상황에서 같은 일이 벌어질 게 뻔하다.

우리 기독교는 분노와 규탄의 심정으로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소성리 기독교 현장기도소를 파괴한 일에 대해 사죄하고 재발방지를 확약하라.
기독교현장기도소를 무너뜨린 현장지휘관을 징계하라.
기독교현장기도소의 모든 성물과 물품들을 배상하라.

2017년 9월 12일

사드 저지 기독교 현장 기도소 파괴 규탄 기자회견 및 기도회 참가자 일동
(참여단체: NCCK정의평화위원회,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생명평화마당, 촛불교회, 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향린교회사회부, 정의평화기독인연대, 전국예수살기)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AI의 가장 큰 위험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죄"

옥스퍼드대 수학자이자 기독교 사상가인 존 레녹스(John Lennox) 박사가 최근 기독교 변증가 션 맥도웰(Sean McDowell)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신간「God, AI, and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한국교회 여성들, 막달라 마리아 제자도 계승해야"

이병학 전 한신대 교수가 「한국여성신학」 2025 여름호(제101호)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막달라 마리아에 대해서 서방교회와는 다르게 동방교회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극단적 수구 진영에 대한 엄격한 심판 있어야"

창간 68년을 맞은 「기독교사상」(이하 기상)이 지난달 지령 800호를 맞은 가운데 다양한 특집글이 실렸습니다. 특히 이번 호에는 1945년 해방 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김경재 교수는 '사이-너머'의 신학자였다"

장공기념사업회가 최근 고 숨밭 김경재 선생을 기리며 '장공과 숨밭'이란 제목으로 2025 콜로키움을 갖고 유튜브를 통해 녹화된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경직된 반공 담론, 이분법적 인식 통해 기득권 유지 기여"

2017년부터 2024년까지의 한국의 대표적인 보수 기독교 연합단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의 반공 관련 담론을 여성신학적으로 비판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인간 이성 중심 신학에서 영성신학으로

신학의 형성 과정에서 영성적 차원이 있음을 탐구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김인수 교수(감신대, 교부신학/조직신학)는 「신학과 실천」 최신호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안병무 신학, 세계 신학의 미래 여는 잠재력 지녀"

안병무 탄생 100주년을 맞아 미하엘 벨커 박사(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 명예교수, 조직신학)의 특집논문 '안병무 신학의 미래와 예수 그리스도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위험이 있는 곳에 구원도 자라난다"

한국신학아카데미(원장 김균진)가 발행하는 「신학포럼」(2025년) 최신호에 생전 고 몰트만 박사가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전한 강연문을 정리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교회 위기는 전통의 사수와 반복에만 매진한 결과"

교회의 위기는 시대성의 변화가 아니라 옛 신조와 전통을 사수하고 반복하는 일에만 매진해 세상과 분리하려는, 이른바 '분리주의' 경향 때문이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