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학교 학내 구성원들이 연규홍 총장 선임에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9일 오후 한신대학교 신학과 학생 27명이 자퇴서를 냈다. 이 학생들은 자퇴서에서 "민주한신의 장례식은 우리에게 없던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사회는 총회에서 결의한 사퇴 촉구안을 무시하고, 또다시 학내 구성원의 의견 수렴 없이 연규홍 교수를 총장으로 선임했다"며 "죽임당한 한신에서 우리는 더 이상 신학의 의미를 찾을 수 없기에 우리는 자퇴서를 제출하려 한다"고 밝혔다.
자퇴서를 낸 이 아무개씨(14학번)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10일 오전 3명의 학생이 추가로 자퇴의사를 밝혔고 10여 명의 학생이 고민 중"이라고 했다. 또 자퇴라는 선택을 한데 대해 "더 이상 투쟁을 끌고갈 동력이 떨어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들의 의지가 가장 잘 표현될 방법에 대해 고민을 거듭하다 자퇴로 뜻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그러면서 "사실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렸다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기자는 연 총장의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래는 신학과 학생들이 발표한 자퇴서 전문이다.
한신의 모든 선후배님들께
-자퇴서를 작성하며-
한신 신학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한신의 선배들을 동경했고, 한신의 정신을 따라 걷고자 했습니다. 민주화의 선봉에 섰다는 한신을 우리의 자랑으로 여기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2017년 09월 21일 우리의 자랑, 한신은 죽었습니다.
2016년, 우리는 우리의 손으로 총장을 선출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민주한신의 장례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사회는 우리의 손으로 선출한 총장 대신 가장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총장을 선임했습니다. 저항하는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공권력을 투입하여 학생들을 진압했습니다. 심지어 학생들을 고소하기까지 했습니다. 불의한 공권력에 싸워온 한신에, 공권력으로 학생을 진압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입니다.
그렇게 한신의 장례는 우리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허나 학생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천막을 치고 깃발을 올렸습니다. 죽어가는 한신을 살리기 위해 우리는 끝까지 싸웠습니다. 2016년 09월 29일, 총장 인준이 부결되었습니다. 민주한신의 장례식은 우리에게 없던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사회는 총회에서 결의한 사퇴 촉구안을 무시하고, 또다시 학내 구성원의 의견 수렴 없이 연규홍 교수를 총장으로 선임했습니다. 결국 09월 21일 102회 총회에서 인준되었습니다. 그날 우리는 죽임당한 한신의 시체를 붙잡고 울었습니다. 죽임당한 한신에서 우리는 더 이상 신학의 의미를 찾을 수 없기에 우리는 자퇴서를 제출하려 합니다.
우리는 한신 신학을, 한신의 이름을 포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양손에 한신의 신학을 움켜쥐고 우리는 학교를 떠나고자 합니다. 이것이 한신의 길을 걷는 것이라고 분명하게 믿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죽임당한 한신과 함께 다시 살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외칩니다.
연규홍 교수님, 사퇴하십시오.
한신학원 이사회는, 사퇴하십시오.
"...너희가 나 때문에 모욕을 당하고, 박해를 받고, 터무니없는 말로 온갖 비난을 받으면, 너희에게 복이 있다. 너희는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하늘에서 받을 너희의 상이 크기 때문이다. 너희보다 먼저 온 예언자들도 이와 같이 박해를 받았다." <마태 5:11-12>
우리의 자랑스러운 모교
한신의 모든 선후배님들께
임마누엘 동산에서
경덕환(14) 김강토(16) 김관우(11), 김남영(15) 김요한(16) 김영훈(15), 김예찬(15), 김종은(11), 김준호(17) 김태원(16), 박시은(16), 박의현(15), 박충만(12), 배새일(12), 배요한(15), 오창모(13) 유영상(15), 이신효(14), 이정미(14), 임훈식(16), 전선우(15), 정동준(12), 조정석(14) 진빈(12), 최찬기(12), 최찬용(11), 황석현(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