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규홍 총장 선임에 반발해 18일 기준 한신대학교 신학전공 학생 34명이 자퇴를 결의한 가운데,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기장, 윤세관 총회장)가 조만간 자퇴 학생들과 대화의 자리를 갖겠다고 밝혔다. 기장 이재천 총무는 18일 오전 한신대 학생대표 및 기장 교단 목회자들의 방문을 받은 자리에서 "총회가 학생들과 직접적인 대화는 자제해 왔다. 모양새가 사후약방문이 됐지만 학생 대표가 찾아온 만큼 학생들과 총회가 적극적으로 대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 같이 약속했다.
이에 앞서 '한신대 정상화를 바라는 기장인'(아래 기장인)들은 이날 기장 총회가 있는 서울 종로5가 기독교연합회관에서 한신대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기장인들은 성명을 통해 △ 연규홍 총장 선임 재고 △ 제101회 총회 권고안에 따른 이사회 사퇴 △ 민주적 총장선거 방안 마련 등을 총회에 요구했다. 이어 "제101회 총회 결의를 무산시키는 모든 헌의와 시도들은 기각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지난 101회 총회는 이사회 사퇴 권고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한신대 신학대학원 김하나 학생회장은 연대사를 통해 이렇게 호소했다.
"지난 13일, 33명의 후배들이 목회의 꿈을 포기했습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이것은 한신의 신학을 한신의 정신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존경하는 목사님들, 이들의 행위의 옳고 그름이 아닌 이들의 고난을 헤아려주십시오. 무엇이 저들을 저 참담한 결정까지 하게 만들었을까 살펴주십시오. 그들은 기장의 동역자들입니다."
한국디아코니아 홍주민 박사는 34명의 학생들이 자퇴를 결의했음에도 책임 있는 반응이 없다"며 기장 총회에 날을 세웠다. 홍 박사는 자신의 아들 역시 자퇴를 결의했다고 털어 놓았다. 홍 박사의 말이다.
"내 아들은 가문에서 여섯 번째로 한신에 입학했다. 가문의 자연스런 운명처럼 한신 신학을 스스로 선택해서 공부한 새내기다. 그런 아들이 자퇴를 했다. 한신 신학을 선택한 것도, 포기한 것도 아들이었다. 아비로서 가슴이 찢어지지만 아들의 결단을 존중한다. 한신과 기장은 처음부터 한국사회와 교회를 향해 하나님의 정의와 사랑을 실천으로 보여준 교단이다. 이는 한신대 신학의 교육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제 이 교육은 종언을 고했다."
"문제의 핵심은 지난 해 3월 이사회의 해괴한 결정이었고, 그 이면엔 자신의 사람을 세우기 위한 교단의 장난이 있었다. 1년 반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 동안 교권과 학교는 진실호도로 일관했다. 학생들은 영민하다. 그런 학생들의 선택과 바람에 귀를 기울이고 가슴을 열었다면 이 사단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학생대표로 참여한 이신효 ‘민주한신을위한 신학대학 대책위원회'(아래 신대위) 공동 대표는 기장인들의 연대에 이렇게 화답했다.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나가야 할지 모르겠다. 우리는 이미 선배님들께 공을 던졌다. 선배들께서 우리의 삶을 이해하고 함께 해 줬으면 좋겠다. 이렇게 자퇴결의를 하고 투쟁하니 선배들께서 ‘선배로서 미안하다'고 한다. 저희에게 미안해 할 필요 없다. 저희에게 미안해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다. 무릎꿇고 저희들의 자퇴서를 반려하겠다고 ,우리가 먼저 사퇴하겠다고 할 사람들은 따로 있다. 선배님들, 미안해 하지 마셨으면 한다. 이렇게 함께 해주시는게 너무나도 위로가 되고 감사하다."
기장인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직후 총회를 찾아 성명서를 전달했다. 이어 이 총무와 만나 면담을 가졌다. 기장인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총회가 한신대 학내갈등 해결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는데 뜻을 같이했다. 이에 대해 이 총무는 "제102회 총회를 앞두고 있어 입장표명은 조심스럽지만, 소통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이어 처음에 언급했듯 학생들과 대화의 자리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한신대 학내갈등이 불거진 지난 해 3월 이후 총회가 사태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 총무의 대화 약속은 사태 해결에 한 줄기 희망의 불씨를 던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기장인들은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이 총무와 면담한 기장인 A목사는 "이사회 사퇴가 없으면 갈등은 해결될 수 없다. 총회가 이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