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세습 논란이 사회 언론에까지 보도되며 파장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JTBC뉴스룸은 6일 '탐사플러스'를 통해 명성교회 논란을 다뤘다. '탐사플러스' 취재진은 사태의 발단이 된 김하나 목사 위임청빙안과 함께 경기도 하남시에 김삼환 원로목사 명의로 된 별장과 1600평 토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뿐만 아니라 본 교회가 세운 분점 교회에 교인들을 몰아주고 아들이나 사위를 담임으로 내세우는 '프랜차이즈 세습', 두 교회 목사가 서로의 아들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교차세습 등 다양하게 이뤄지는 교회 대물림의 실태 역시 고발했다.
사실 이번 보도는 새삼스럽지 않다. 탐사플러스가 다룬 내용은 기독교계 언론에서 집중 보도해 왔으며, 기자 역시 수차례 관련 소식을 전했다. 또 일반 언론에서도 이 문제에 관심을 보였다. <한겨레>는 10월25일치 사설을 통해 명성교회의 세습 시도를 비판한 바 있다. 사설 일부를 아래 인용한다.
"개신교 단체들은 담임목사직 세습이 '교회로 모은 돈과 힘을 이웃과 나누지 않고 자기들끼리 대물림하며 사유화하려는 것'이라며 타락의 상징으로 비판해왔다. 그런데 여의도순복음교회나 사랑의교회처럼 숱한 논란을 빚은 초대형 교회들에서도 없었던 담임목사직 세습이 명성교회에서 이뤄졌다니, 많은 뜻있는 이들의 분노를 자아낼 만하다."
JTBC뉴스룸 보도는 그간 제기된 논란에 김 원로목사의 별장 소유에 대한 문제 하나를 더한 것 말고는 특별하지 않다. 그럼에도 파장은 컸다. 7일 자정 기준 포털 '다음'엔 명성교회가 실시간 검색어 5위에 올라와 있었다. '네이버'에서도 한때 실시간 검색어 상위를 기록했다.
교회 세습의 본질은 '교회 사유화'
전에도 적은 바 있었는데 교회 대물림의 본질은 '교회의 사유화'다. '탐사플러스'의 취재결과 세습이 이뤄진 교회가 137곳이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한 가지 통계에 더 주목해야 한다. 세습이 이뤄진 교회 가운데 106곳이 수도권에 위치한 교회라는 점이다. 게다가 광림교회, 충현교회, 금란교회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대형교회들에선 세습이 이뤄졌다.
'탐사플러스'가 다루지 않은 사실 하나를 더한다. 대형교회라고 예외 없이 세습이 이뤄진 건 아니다.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는 대물림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아무 문제가 없는 게 아니다.
여의도 순복음교회의 경우 이영훈 목사가 담임으로 있지만 창립자인 조용기 원로목사는 계속해서 강단에서 설교를 하는 중이다. 또 이따금씩 정치인의 방문을 받고 이들을 위해 안수기도도 해준다. 이에 비추어 볼 때 조 원로목사가 여전히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건 아니냐는 의구심이 인다. 결국 강력한 카리스마로 교회 성장을 이뤄낸 원로목사들은 아들을 후계자로 세우거나, 혹은 제3의 인물을 내세우고 자신은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셈이다.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다른 데 있지 않다. 바로 교회의 대형화다. 대형교회가 처음부터 대형교회가 아니었다. 여의도 순복음교회는 서대문의 허름한 천막에서 시작했고, 세습논란의 진원지인 명성교회 역시 초창기엔 명일동의 평범한 상가건물에서 예배를 드렸다. 그러다 신도수가 늘고, 돈이 모이고 정치적 영향력까지 확보한 것이다.
원로목사들이 기득권을 미련 없이 내려놓으면 아무 문제없다. 그런데 이들이 기득권에 집착하니 교단이 법으로 막아도 꼼수를 동원해 세습을 완성시키는데 열을 올리는 것이다. 물론 명성교회 측은 김하나 목사 위임 청빙이 세습이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는데다, 김 원로목사 스스로 세습의지를 드러낸 적도 없지만 말이다. 그러나 김 원로목사가 자신의 뜻을 교회 임원에게 내비치고, 임원들이 그 뜻에 따라 정지작업을 했다는 반론도 이미 나온 상황이다.
요약하면 교회 세습 논란의 본질은 '교회의 사유화', 그리고 '교회의 기득권화'다. 이런 현상은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거리가 멀 뿐더러 사회 공동체에 미치는 파장도 썩 긍정적이지 않다.
종단을 막론하고 카리스마가 강한 성직자들은 종종 자신의 의지를 하느님의 뜻과 동일시하곤 한다. 종교단체 내부에서 성직자의 부적절한 처신이나 비리가 불거졌을 때, 해결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이게 다 성직자 본인이 하느님의 뜻에 빙의한 나머지 자신의 무오류를 강변하는 경우가 많아서 벌어지는 일이다.
그러나 절대자의 뜻은 성직자 한 사람, 그리고 그를 보좌하는 소수의 측근 보다 수많은 사람들의 일치단결된 함성에서 나오는 경우가 더 많다. 명성교회 세습 논란만 봐도, 김하나 목사의 위임청빙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세습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와중이라면 이번 일이 과연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에 맞는지, 사회 공동체에 건전한 영향을 주는 일인지 돌이켜 생각해 봐야 한다.
명성교회 사태에 관심 가져준 JTBC에 그저 감사한 마음이다. JTBC의 취재가 아니었으면, 단지 한 교회에서 벌어지는 논란으로 치부돼 이토록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지는 않았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