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학교가 연규홍 총장 선임에 따른 학내 갈등으로 내홍을 겪는 가운데, 학생들이 급기야 무기한 삭발·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민주한신을 위한 신학대학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민주한신 비대위)는 8일 오후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기장, 총회장 윤세관)가 있는 서울 종로5가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앞에서 기자회견 및 삭발식을 진행했다. 한신대 학생들은 지난 1973년 박정희 정권의 유신에 맞서 삭발농성 투쟁을 벌인 적이 있었다. 그러나 학내 문제로 삭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삭발에 나선 학생은 신학과 12학번 정동준씨, 15학번 진유경씨, 16학번 김강토씨 등 3명이다. 이날 삭발 기자회견엔 한신대 학생 30여 명과 한신대 신학대학원 학생 10여 명, 기장 총회 목회자 20여 명 등이 현장에서 연대했다.
이미 한신대 신학전공 학생 34명은 지난 달 13일 연규홍 총장 선출과정이 비민주적이었고, 성추행·논문표절 등 연 총장의 자질에도 문제가 있다며 집단 자퇴를 결의한 바 있었다. 이에 기장 총회 이재천 총무는 지난 달 18일 ‘한신대 정상화를 바라는 기장인'들과 면담을 가진 자리에서 자퇴 결의한 학생들과 곧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었다.
아직 자퇴결의 학생들과 이재천 총무와의 대화는 성사되지 않았다. 총회 쪽 관계자는 "당초 오늘(11/8)로 예정돼 있었으나 총무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고 전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한신대학교에 들어왔는데 이미 민주주의는 무너졌고 학교를 자신들의 입맛대로 다루려는 사람들과 학생들의 의견들이 무시당하는 모습들만 보였다. 분노와 억울함으로 이 운동을 시작했고 부조리하고 무책임한 모든 일들이 없는 학교를 만들겠다는 명분으로 운동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올해 무책임한 이사회의 결정에 학생들은 분노했고 연규홍 교수의 뻔뻔함에 화를 감추지 못했다. 이 모습에 더는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자퇴를 선언했고 단식과 삭발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함께 삭발한 진유경씨는 자신의 행동이 영웅심리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진씨는 "학내민주화를 염원하는 간절한 마음에 참여를 결심했다. 나 뿐만 아니라, 한신대 학내 공동체 모두가 외치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와 관련, 한신대 총학생회는 지난 10월19일, 그리고 23일부터 26일까지 연 총장 신임투표를 실시했다. 이 결과 신임 150표(7.3%), 불신임 1,910표(92.7%)로 불신임 의견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다. 총학생회 측은 투표 결과에 대해 "수많은 학생들로부터 총장 자격을 부정당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현 사태의 원인에 연 총장이 있다"며 입장 표명을 요구했으나, 연 총장 측은 아무런 반응을 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번 학생들의 삭발 농성이 연 총장과 총회의 미온적인 태도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