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연말이면 지난 한 해를 '다사다난'했다고 회고합니다. 그런데 2017년은 다사다난이란 말로는 부족할만큼 우리사회는 심각한 격변을 겪었습니다. 우리는 대통령이 파면 당하는 광경을 목격했고, 그 대통령이 집권하던 시기 온갖 비상식적인 일이 버젓이 벌어졌음을 목격했고 지금도 목격하고 있습니다. 다행인 건, 앞선 세대의 부조리가 바로잡히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학교수들은 ‘삿된 것을 부수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의 ‘파사현정'(破邪顯正)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정했는데요, 올해는 파사현정의 첫걸음을 뗀 한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지난 한 해 벌어진 굵직한 사건들을 두 차례로 나눠 되짚어봅니다. 편집자주]
1.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2017년 3월 10일은 대한민국 헌정사에 실로 기념비적인 날로 기억될 것이 분명하다. 이날 헌법재판소 재판관 8명은 전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인용했다. 헌재는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 남용을 파면사유로 인정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은 비단 정치인 박근혜의 몰락뿐만 아니라 박근혜로 상징되는 개발독재 논리와 결별을 선언하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남게 됐다.
2. 벚꽃 대선, 새정부 출범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정치권은 곧장 대통령 선거 국면으로 돌입했다. 5월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문 대통령은 당선 직후 파격적인 인사와 소통행보를 취했다. 특히 5.18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유가족을 안아주는 장면은 국민들을 감동시켰다. 새정부는 적폐청산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야당과 보수진영에서는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국민여론은 적폐청산 작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3. 명성교회 세습 논란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가 결국 아들 김하나 목사를 자신의 후임으로 사실상 ‘끌어 앉혔다.' 서울동남노회의 김하나 목사 위임청빙안 가결은 매끄럽지 못했다. 이에 전부노회장인 김수원 목사를 주축으로 비상대책위가 꾸려졌고, 총회재판국에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재판국의 판단에 따라 세습 논란의 물줄기가 요동칠 상황이지만,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정작 재판국은 미온적이라는 전언이다.
4. 종교인과세 시행 둘러싼 우여곡절
우여곡절 끝에 종교인과세안을 담은 소득세법 시행령 수정안이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2018년 1월1일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가 시행된다. 그러나 종교활동비를 비과세로 한 점, 그리고 종교단체회계 세무조사도 종교인 소득에 한정하기로 한 점은 여전히 논란이다. 관련 시민단체들은 위헌소지가 있다며 새해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예고해,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5. 한신대 학내갈등
민주주의의 요람 한신대학교는 올해 연규홍 총장 선임을 둘러싸고 심각한 내홍에 휩싸였다. 학생측은 연 총장 선임 소식이 전해지자 이사회의 비민주적 의사결정과 성추행, 논문표절 등 연 총장의 자질을 지적하며 나섰다. 이 과정에서 34명의 학생이 집단 자퇴를 결의하고, 세 명의 학생이 단식 농성을 벌이는 사태가 불거지기도 했다. 다행히 ‘한신대 발전을 위한 협약서'가 마련돼 갈등은 일단락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