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세습 공방이 기독교계 안팎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예장통합 총회재판국(국장 이만규 목사)이 관련 심리를 진행했다.
예장통합 총회재판국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 백주년기념관 내 회의실에서 ‘서울동남노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아래 비대위)가 제기한 선거무효 소송을 심리했다. 심리엔 비대위 김수원 위원장, 최규희 서기, 명성교회 측에선 김 아무개 장로가 참석했다. 그러나 총회재판국은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않았고, 준비서면 제출만 의뢰하고 추후 심리 일정도 잡지 않았다.
총회재판국 심리와 관련, 비대위는 지난 해 11월 명성교회가 속한 동남노회가 제73회 정기노회 당시 지도부 선출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신임 지도부는 명성교회가 낸 김하나 목사 위임청빙안을 가결한 바 있다.
만약 총회재판국이 비대위의 손을 들어주면 김하나 목사 위임 청빙안은 자동으로 효력을 잃게 된다. 이런 이유로 총회재판국 심리가 열리는 백주년기념관 안팎에서는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 교회개혁평신도행동, 장로회신학대학교 학생 및 일반 성도 약 50여 명이 총회재판국의 공정한 재판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심리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소송을 제기한 비대위 측 김수원 위원장(태봉교회 담임목사)은 심리 직후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오늘은 변론 기일이라 이렇다 할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단, 재판국이 여러 쟁점사안에 대해 준비서면을 제출하라고 해 심리가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재판국이 편파적으로 심리를 진행하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선 "정확한 속내는 재판국원들만 알 것이다. 그러나 대체적인 인상은 편파적이라고 느끼지 못했다"고 답했다. 비대위 측 구아무개 목사는 "재판이 법대로만 이뤄진다면 우리가 이기리라고 본다. 그러나 정치 논리가 개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재판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심리에 앞서 회의실 주변에서는 소란이 일었다. 서울 동남노회 남아무개 재판국장이 회의실 주변에서 공정한 재판을 촉구하며 시위 중이던 활동가를 향해 ‘왜 이러고 있냐'며 분위기를 자극했다. 남 재판국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세습 반대 단체들이 회의실 주변에 붙인 세습규탄 게시물을 떼어내려 했다. 이러자 주변에 있던 활동가들이 제지했고, 이 과정에서 충돌이 벌어졌다.
그러나 활동가들이 자발적으로 분위기를 다잡고 나서면서 상황은 더 악화되지 않았다. 김수원 목사는 남 목사를 향해 "재판국장이 이런 태도를 보이면 공정성에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자제를 호소하기도 했다. 대전에서 왔다는 성도 A씨는 이 광경을 보고 "담임목사직이 세습과 목사들끼리 거래의 대상이 된 한국교회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뜻을 내비쳤다.
심리가 지연 기미를 보이자 ‘명성교회 세습반대를 위한 신학생연대'(아래 신학생연대)는 즉각 성명을 내고 총회재판국에 신속한 재판을 촉구했다.
신학생연대는 "이번 재판은 동남노회의 임원 선거에 대한 재판이지만, 동남노회의 임원선거와 명성교회 세습 문제는 깊은 관련이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김하나 목사는 명성교회에서 입지를 굳혀 갈 것이다. 오늘의 판결은 침묵을 통해 명성교회의 세습을 동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이미 장로회신학대학교 동문 70개 기수 2,712명이 명성교회의 세습을 반대하는 데에 한 뜻을 모았다. 총회는 신속하고 공정하게 응답하라"며 재판국을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