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꿈을 먹고 산다는 것

김종문의 필그림소나타 11

우리의 중국연주를 위해 애써주신 미국의 한 집사님 덕분에 북경,상해,청도 이렇게 세 곳에서의 연주가 순조롭게 잡혔다. 물론 한국교회들이었다.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어렸을 적부터 우리나라 가수들이 외국공연을 다녀왔다고 하면 당연히 현지의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현지의 한국교민을 위한 공연이 거의 대부분이었음을 알고 실망한 기억이 있었다. 

그러나 내가 직접 연주자가 되고 음악의 길을 걸으며 겪어 보니 외국에 나가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공연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벽이 높은 건지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외국 한국 분들이 너무나 많이 계셔서 사실 말이 외국이지 한국의 어느 지방에 간 것이나 다름없는 생각이 항상 들곤 한다. 또한 한국의 국가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외국에 거주하고 계신 한국 분들의 수준도 높아졌기 때문에 그 분들만을 위한 문화적인 공연이 오히려 이젠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되었고 그런 중에 필그림앙상블의 찬양음악회를 현지의 교회에서 할 수 있다는 것 또한 감사한 일이었다.

우리는 중국공연을 위해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현지의 전기가 몇 볼트인지부터 점검하고 필요한 장비를 챙기고 짐을 최소화시켰다. 미국연주여행에서 첫 연주 때 소리가 잘 나오지 않아 애먹은 기억을 되살리며 그런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많은 실험과 연구를 하였다. 그러나 사실 이런 준비는 아무리 해도 끝이 없다.

장비정리에 이어서 생각해야 될 것이 의상부분이다. 찬양을 통해 선교를 목적으로 하는 팀이니 만큼 연주 때 필요한 연주의상은 당연하지만 많은 현지의 선교사님들이나 목사님들을 뵐 때나 또는 그 밖에 우리의 연주를 보시고 식사초대 하시는 분들이 자주 있으니 그런 자리에 어울릴만한 의상도 준비해야 했다. 여행을 갈 때 가장 많은 부피를 차지하는 것이 사실 옷가지인데 신발 또한 무시할 수가 없다. 단원들의 무대용 신발 한 켤레와 가벼운 운동화 한 켤레, 또 점잖은 자리에 어울릴 구두 등 아무리 적게 줄여도 세 가지 이상의 신발을 준비해야 하는데 신발은 옷과 달리 접거나 말아서 가방에 넣을 수 없으므로 상당히 고민되는 부분중의 하나이다.

다음으로 준비해야 할 것은 지역이 중국이니만큼 중국노래 한 두 곡쯤은 예의상 준비해야 될 것 같아서 중국인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곡이 무엇인지 조사해 본 후 두 곡의 노래를 선정해 연습에 들어갔다. 노래연습 중에 제일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발음이었다. 정확한 발음 교정을 위해 여기 저기 수소문하여 중국동포 중에 한국으로 유학 온 분께 지도를 받으며 노래를 배워나갔다. 

중국연주를 앞두고 이런 준비를 해 나가는 가운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제일 처음 필그림앙상블과 연주를 하게 된 무대는 태국의 산 속이었는데 그 때도 그 연주를 위해 많은 준비를 했었고, 지금의 우리연주 스타일을 처음 시도했던 장신대 대학원 연주도 많은  준비를 했고, 첫 미국연주여행 또한 많은 준비를 했는데 이제 중국연주를 앞두고 준비를 하는 가운데 가만히 돌이켜 보니 하나님께서는 내게 계속 전진할 수 있는 끊임없는 목표를 주시고 건강을 허락 하심으로서 내가 더욱 더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해 주시는 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목표를 주셨지만 내가 준비하지 않으면 결코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없을 것이고 내가 게으르지 않고 준비를 한다면 하나님께서는 계속해서 소망과 비전을 주신다는 것도 알았다. 흔히들 얘기하는 것 중에 꿈을 먹고 산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이 얼마나 정확한 말인지 알게 되었다. 꿈이 있기에 움직이고 꿈이 있기에 살아 가는 것이지 만약 그 꿈이 없다면 과연 나의 인생이 얼마나 무미건조할까 싶다. 나의 생명의 원동력인 그 꿈을 한없이 공급하시는 하나님이 더욱 위대하고 놀라우시며 항상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듯 싶다.

필그림앙상블은 요즘도 오는 6월에 떠나게 될 미국순회연주를 놓고 오늘도 준비에 준비를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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