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로 입길에 오르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23일 오전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에 출전한 정현 선수가 노박 조코비치 선수를 물리친 소식을 전한 <조선일보> 기사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러면서 이렇게 적었다.
"아름다운 청년 정현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세계적인 선수들을 정신력으로나 기술적으로 압도하는 그의 경기를 보며 큰 감동을 받습니다.
정현 선수의 쾌거가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우리 선수들에게도 큰 용기와 힘이 되길 바랍니다."
정현 선수의 승전보는 분명 기쁜 소식이고, 이에 전직 대통령이 축하 메시지를 전하는 건 당연해 보인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테니스를 즐겼고, 이로 인해 종종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한 번은 퇴임 후에 군사보안시설인 국군 기무부대 테니스장을 이용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이 전 대통령은 다스 실소유주 의혹, 제주도 부동산 실소유주 의혹, 국정원 특활비 상납 의혹 등 여러 의혹의 중심에 서 있으며,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을 향해 수사망을 좁혀가는 상황이다. 이 전 대통령의 조카 이동형씨가 24일 검찰에 소환됐고, 그의 친형 이상득씨 역시 검찰 출석을 앞두고 있다.
검찰 수사와 관련,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 자신의 입장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의혹에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채 검찰 수사를 '보수를 궤멸시키고 또한 이를 위한 정치 공작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규정했다. 이러자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김희중 전 청와대 부속실장은 JTBC '뉴스룸' 취재진과 문자 대화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 지난 지 얼마나 됐느냐", "진실이 가려지느냐"며 반박했다.
이런 상황에 나온 이 전 대통령의 정현 선수 언급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실제 이 전 대통령의 글에 달린 댓글은 부정적 반응 일색이다. 아이디 'Tae****'은 "퇴임후에도 군사시설까지 가서 테니스를 친분이 어디가겠나"라고 꼬집었고 "Bum*** ****"은 "가카의 새로운 도전을 독려하며 지지할까 한다. 그것은 바로 가카께서 직접 검찰청 포토라인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