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검찰 간부의 성추행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 측이 박상기 법무부장관 앞으로 보낸 이메일 전문을 공개했다. 서지현 검사는 지난해 9월 29일 이메일에서 "얼마전 다른 이를 통해 제 이야기를 어느 정도 들으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2010년 안태근 전 검찰국장으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고 그 후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사무감사 및 인사발령을 받고 현재 통영지청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최근 임은정 검사가 검사 게시판에 '검찰제도 개선건의'라는 제목의 글과 언론 인터뷰 등에서 제 이야기를 적시했고 공공연히 제게 사건에 대해 진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더는 이대로 입을 다물고 있기 어렵다고 판단돼 장관님을 직접 만나 뵙고 면담을 하기 원한다"고 했다.
이 같은 서지현 검사의 이메일에 박 장관은 지난해 10월18일 답장을 보내 "A씨가 보낸 문건을 통해 서 검사가 경험하고 지적한 사실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며 "면담을 위해 법무부를 방문할 경우 검찰국 관련자로 하여금 면담을 하도록 지시했으니 검찰과장에게 구체적인 일시를 사전에 알려달라. 면담을 통해 서 검사 입장을 충분히 개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서지현 검사 측이 이메일을 공개한 데에는 성추행 문제 등과 관련해 검찰 내부에서 '검찰 내부 문제를 외부에서 해결하려 한다'는 부정적 여론이 조성되는 것에 대응해 서 검사가 검찰 내부에서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을 알려기 위함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상기 법무장관은 2일 서지현 검사 이메일과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그는 "이메일 확인상의 착오 등으로 혼선 드린 데에 대해서 대단히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앞서 그는 서지현 검사의 이메일에 대해 "이메일을 받은 적이 없다" "받았는 데 기억하지 못했다"는 등 말바꾸기 시도한 바 있다. 서지현 검사가 이메일 전문을 공개하자 뒤늦게 이를 시인하고 잘못을 인정한 것이다.
한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소장 박승렬 목사)는 지난달 30일 논평을 내고 'MeToo' 운동을 불러온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 사건에 대해 "검사 한 사람에 대한 성추행이 아니다. 검찰과 법조계 전체에 대한 추행"이라고 규정했다. '#미투'(#MeToo)는 전 세계적으로 성추행 사건에 대해 고백하는 운동이다.
그러면서 "교회로서 부끄러운 것은 가해자 안태근은 자신이 회개하고 구원을 받았다고 간증을 하고 다닌다는 것"이라며 안 전 국장의 온누리교회 간증에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인권센터는 서지현 검사에 대해선 "세상 앞에 나서서 성추행 피해자들에게 '당신들의 잘못이 아니다.'고 증언하고자 자신의 아픔을 증언한 여성 검사의 용기에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