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세습 논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예장통합 총회재판국(재판국장 이만규 목사)이 결론을 미뤘다. 총회재판국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서울동남노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아래 동남노회 비대위)가 제기한 선거무효 소송을 심리했으나, 심리 절차를 내세워 결정을 미뤘다.
동남노회 비대위는 선거무효 소송 외에 동남노회를 상대로 결의무효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즉, 지난 해 10월 열렸던 제73회 정기노회에서 동남노회 지도부를 꾸리는 선거과정이 위법했고, 새 지도부가 결의한 결의사항 역시 위법이란 입장이다. 총회재판국이 동남노회 비대위의 손을 들어주면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청빙결의안은 효력을 상실한다.
이날 심리를 앞두고 총회재판국이 결론을 내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 같은 예상은 빗나갔다. 총회재판국은 이날 심리에서 동남노회 비대위가 제기한 두 건의 소송을 함께 심리하겠다는 방침만 밝히고 심리를 마쳤다. 다음 기일은 27일로 정해졌다.
동남노회 비대위 측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비대위 서기를 맡고 있는 최아무개 목사는 "재판국이 선거무효 소송에 대해 신속히 결론을 내려주리라고 보았다. 이 건이 결론 나야 노회 정상화를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라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비대위 대외협력부장인 장아무개 목사도 "행정소송의 경우 60일 이내에 결론을 내야한다. 30일까지 연장이 가능하니 90일 이내 결론이 나야 함에도 총회재판국은 이를 미뤘다"고 했다.
가장 논란이 이는 대목은 두 건의 소송을 함께 심리하겠다는 재판국의 방침이다. 동남노회 비대위 측 변호를 맡고 있는 송아무개 목사는 "재판국이 두 건의 소송을 병합심리하겠다든지 하는 식의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고 전했다. 장 대외협력부장도 "재판국이 두 소송을 병합하겠다는 건지, 아니면 동시에 심리를 진행하겠다는 건지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동남노회 비대위는 별건으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재판국이 두 사건을 마치 한 사건으로 다루겠다고 한 점에 혼란을 느낀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원고인 김수원 동남노회 비대위장은 심리 직후 "정확하고 바르게 노회를 이끌어가려는 이들이 힘들어지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재판을 기대한다"는 심경을 드러냈다.
재판국이 결론을 미룬 데 대해 세습에 반대해온 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명성교회 세습반대를 위한 신학생연대'에서 활동하는 이아무개씨는 기자에게 "굉장히 단순한 문제를 왜 이리 지연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 상당수의 신학생들이 재판지연에 분노하고 있다"면서 "이런식으로 미루다 명성교회 세습 책임이 총회와 재판국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