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수원교구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 명의로 25일 '수원교구민에게 보내는 교구장 특별 사목 서한'이 천주교 수원교구 홈페이지에 게재된 가운데 정작 해당 성당 신도들에게는 사과문의 진정성을 의심케 할 문자를 보낸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이날 KBS 보도에 의하면, 수원교구장이 공식 사과문을 내기 하루 전날 해당 성당 평신도들에게 사과문과는 전혀 다른 취지의 내용이 담긴 문자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문자에는 24일부터 3일간 성당에 미사가 없고 일절 출입도 금지한다는 내용과 함께 시간이 지나면 이슈가 사라질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성당 미사 취소 여부를 결정하는 곳은 교구의 주교단인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정작 수원교구측은 해당 매체에 자신들은 모르는 일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해당 문자가 신도들에게 전달된 다음날인 25일 수원교구장은 천주교 수원교구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했다. 이용훈 마티아 주교는 이 서신에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십자가상의 죽음을 묵상하는 이 거룩한 시기에, 교구 사제의 성추문으로 인한 언론 보도를 접하고 수원교구와 한국천주교회 그리고 많은 국민들이 큰 충격 속에 휩싸여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먼저 교구장으로서 사제단을 잘 이끌지 못한 부덕의 소치로 이러한 사태가 벌어져 그 동안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오신 피해 자매님과 가족들 그리고 교구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했다.
이 주교는 "최근 국내외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인권과 존엄에 심각한 훼손을 일으킨 성폭력 피해 사실을 용기 있게 고발함으로써,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여성에 대한 부도덕한 행위가 밝혀지고 있다"며 "그들은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남성 중심의 사고방식에 맞서, 여성에 대한 그릇된 사회의식을 바로잡고자 용기를 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여성의 존엄과 하느님께서 선사하신 고귀한 여성의 품위를 파괴하는 이러한 그릇된 행위는 교회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면서 "우리 교구는 이번 일을 거울삼아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그릇된 것들을 바로 잡아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 주교는 "구체적으로 교구는 여성 인권과 품위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고 그에 걸맞은 합당한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며, 모든 사제들이 이 교육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할 것"이라며 "우리 교구 사제단은 이번 일을 계기로 공동 연대 책임을 지고 함께 회개하며, 올바른 사제상을 재정립하고 사제단의 쇄신을 위해 온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수원교구장 사과문에 앞서 사과문의 진정성을 의심케 할 만한 문자가 공개되면서 또 다른 파문을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