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숙 이화여대 교수가 최근 각계 각층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미투운동과 관련해 언론의 보도 행태에 일침을 가했다. 일부 언론이 미투와 사이비 미투를 구분하지 못한 채 '미투 폭로'라는 이름으로 사이비 미투 관련 기사를 쏟아내며 미투 운동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기숙 교수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제목으로 장난치는 일부 언론들, 부끄러운 줄 알라"며 "미투를 가장한 사생활 폭로 언론에 대한 비판을 엉뚱한 제목으로 왜곡하는 언론이 바로 미투를 오염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기숙 교수는 이어 "피해자 여성은 얼마든지 일회성 성추행이라도 폭로할 수 있다. 하지만 익명으로 증거나 논리도 미약한 권력관계도 아닌 사이에서 일어난 1회성 성추행(으로 보이는 행동)에 대한 폭로의 경우 언론은 보도에 신중을 기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미투의 호응이 없는 경우는 언론이 증거와 정황을 충분히 검증한 후에 추가 보도를 해야 할 것"이라며 "한 언론이 보도했다고 다른 모든 언론이 이를 기정사실인 것처럼 보도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기숙 교수는 또 다른 글에서도 "우리사회에 정작 미투가 필요한 곳은 지속적인 왜곡과 오보로 한 인간을 인격파탄으로 이끄는 일부 언론들"이라며 "자격 미달의 언론이 미투 운동을 좌지우지 하는 건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일이다. 언론에 대한 지속적 감시와 비판이 없으면 미투운동도 결국은 사이비 미투로 오염되면서 사그라들까 두렵다"고 주장했다 .
조기숙 교수는 이와 함께 미투 운동에 대한 정의도 분명히 했다. 조 교수는 "미투는 공인의 성적 추문이나 사생활을 폭로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라며 "상대의 권력이 너무 커 조용히 법적으로 해서는 이길 수 없기에 다수의 여성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건 실명공개로 한 남성의 추행을 연대 고발함으로써 공감대를 형성하고 여론재판을 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조 교수는 이어 "그러나 한 남성과 여성 사이의 일회적인 성추행(으로 느꼈던 행위), 그것도 당시 권력이 없는 사람의 미수행위, 여러 여성에게 상습적으로 폭력을 행사했던 것이 아니라 한 여성이 한 번 경험한 성추행이라 여겨지는 행위에 대한 폭로는 미투의 본질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사이비 미투에 대해 조 교수는 "(이는) Me only일 뿐이다. 게다가 익명에 기대 증거나 논리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사생활을 폭로하는 건 정치를 시궁창에 처박는 일"이라며 "위계와 위력에 의한 상습적 성범행만이 폭로에 의해 국민적 공감을 얻는 미투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