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검찰이 19일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영장을 청구하면서 적용된 범죄 혐의가 10개가 넘고 추가 수사할 혐의도 더 있다고 밝혔다.
마침 이날 이 전 대통령과 관련해 또 다른 정황이 불거졌다. 능인선원 주지인 지광 스님으로부터 3억을 받았다는 정황이다.
<중앙일보>, JTBC 등 보도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2007년 12월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 능인선원에 지금은 구속 중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보냈다. 이때 김 전 기획관은 지광 스님에게 현찰을 요구했고, 이에 지광 스님은 그 자리에서 3억을 내줬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이 해당 혐의를 구속영장에 추가했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곧 관련 혐의의 사실 여부는 드러날 것으로 본다.
관련 정황의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이 전 대통령과 지광 스님 사이의 돈 거래는 참으로 기막히다. 우선 능인선원에 얼마나 돈이 많길래 지광 스님이 자신을 찾아온 김 전 기획관에게 그 자리에서 3억을, 그것도 현찰로 내줬을까? 교회고 사찰이고 종교시설의 돈은 신도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다. 지광 스님은 홈페이지에 능인선원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종래의 사찰과는 전혀 궤도를 달리합니다. 지혜로운 보살의 양성소이고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영혼의 병원입니다."
이 설명대로라면 김 전 기획관에게 내준 3억은 지혜로운 보살을 양성하고,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데 쓰여져야 했다. 이토록 소중한 돈이 당선이 유력한 정치인에게 흘러들어간 셈이다.
이 전 대통령 쪽이 돈을 요구한 이유는 실로 기가 찬다. 19일자 JTBC ‘뉴스룸' 보도에 따르면 김 전 기획관이 지광 스님에게 "자금이 바닥나 사정이 어렵다. 기독교계에서도 다 돈을 줬는데, 능인선원이 불교계를 대표해 돈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개신교, 이 전 대통령과 형사 공범 되나?
선거를 치르다보면 불가피하게 돈이 들어간다. 그러나 그 어떤 경우라도 정치자금의 모금은 투명해야 한다. 이 전 대통령 수사의 출발점은 자동차 부품업체인 다스 실소유주 의혹이다. 기업의 실소유주를 감춘 건 그 자체로 심각한 문제다. 일단 기업의 실소유주가 드러나지 않으면 조세포탈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조세 정의를 거스른다는 의미다. 그리고 부정하게 자금이 조성될 수 있고, 이렇게 조성된 자금이 어떤 용도로 쓰일지 정부 당국이 파악하기 힘들어진다.
기업들은 관행처럼 비자금을 조성해 정관계와 법조계 등에 로비자금으로 사용해왔다. 그래서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를 감춘 건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이고, 이 돈을 자신의 정치활동에 사용하려 한 건 아니었는지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의심은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 수사1부가 다스가 1990년대 중반부터 300억을 비자금으로 조성했으며, 이 가운데 10억 여원이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선거 캠프로 흘러들어간 사실을 포착해낸 것이다.
이렇게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이 실소유주로 있는 회사의 돈을 현금인출기에서 빼다 쓰듯 가져다썼다. '돈을 사랑하지 말라'는 기독교의 가르침은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 전 대통령은 그것도 모자라 불교계에까지 손을 벌렸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점은 따로 있다. 지광 스님이 정말로 이 전 대통령에게 3억을 건넸는지 여부는 검찰이 밝혀야 할 일이다. 이 지점에서 한 가지 더 밝혀야 할 사실이 있다. 김 전 기획관은 개신교계에서 이 전 대통령 측에 돈을 줬다고 했다. 그렇다면 개신교 쪽 누가 이 전 대통령 측에 돈을 건넸을까?
개신교계가 이 전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목회자와 성도 모두 대한민국 시민이고, 그래서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는 있다. 그러나 특정 후보에게 돈을 건넸다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만에 하나 개신교계가 돈을 건넸다는 김 전 기획관의 말이 사실로 입증된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개신교계가 조직적으로 성도들을 선동해 이 전 대통령을 찍게 했을 뿐만 아니라 불법일 가능성이 높은 돈까지 건넨, 그야말로 공범관계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도대체 누가, 왜, 어떤 명목으로 얼마를 이 전 대통령에게 줬을까? 생각하면 할 수록 기가 막히는 질문들이다.
기자는 이 전 대통령의 혐의가 불거지던 시점부터 줄곧 개신교계의 회개를 촉구해왔다. 그러나 개신교계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 전 대통령이 검찰 포토라인에 섰던 14일을 전후한 시점에서도 침묵했다. 그러더니 검찰 수사 이후 개신교계가 이 전 대통령에게 돈을 건넸다는 정황이 불거졌다.
아직 의심 단계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예수를 따르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이 같은 정황이 불거져 나온 것만으로도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아무래도 개신교계에 회개를 기대하는 건 무리겠다. 앞서 적었듯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지광 스님으로부터 3억을 받은 혐의를 영장에 적시했다. 이 혐의를 수사하면서 개신교계 가운데 누가 이 전 대통령에게 돈을 건넸는지도 밝혀서 모든 국민에게 알려주기 바란다. 잘못을 저질러 놓고도 회개하지 않는 개신교의 되먹지 못한 버릇을 고치려면 이 방법밖엔 없다.
부디 검찰이 목사, 스님, 신부 할 것 없이 이참에 이 전 대통령과 결탁한 종교인들 모두를 밝혀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더불어 법원이 이 전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해 주기를 함께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