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제주4.3사건 70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정평위)와 인권센터는 공동 성명을 내고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선언했다. 정평위와 인권센터는 공동성명에서 제주4.3사건을 "해방공간에서 한국전쟁에 이르는 시기, 분단과 냉전체제 안에 장치된 구조적 폭력의 결과"라고 규정하며 이 같이 선언했다.
정평위와 인권센터는 이어 "질곡의 역사 속에 교회는 분단과 냉전을 신학적으로 정당화면서 빛을 잃고, 일부는 신앙의 이름으로 자매․형제․부모 그리고 이웃을 총칼 앞에 서게 했습니다. 싸늘한 주검위에 흙 한줌 뿌릴 시간마저 빼앗긴 수난의 역사 앞에서 교회는 침묵했다"며 회개의 뜻을 밝혔다.
아래는 공동성명 전문이다.
‘제주 4․3 70년, 아픈 역사의 정의로운 화해와 상생을 위하여'
우리는 지금 분단과 냉전체제에 의해 강요된 70년의 침묵 앞에 서 있습니다. 지울 수 없는 집단학살의 기억과 공포, 저항의 시간을 억지로 숨죽이며 통곡마저 삼켜야 했던 ‘잠들지 않는 남도,' 그 암울했던 시대를 지나온 역사의 아픔을 대면하고 있습니다. 그 상처는 아직 역사 속에서 이름조차 제대로 가지지 못한 채 피울음을 울며 우리 앞에 머물러 있습니다.
제주4․3 사건은 해방공간에서 한국전쟁에 이르는 시기, 분단과 냉전체제 안에 장치된 구조적 폭력의 결과였습니다. 민중들은 한반도의 영구분단을 막아내기 위해 몸부림쳤습니다. 그러나 결국 그들의 절규는 권력을 잡은 분단정권에 의해 ‘빨갱이'가 되어버렸습니다. 국가가 자기 나라 국민들에게 적대적 냉전체제의 허울을 뒤집어씌운 채 애국 애족의 이름으로 집단학살을 자행했습니다. 이것은 가슴시린 민족분단에 권력을 덧입혀 민중들을 죽음의 공포로 내몰아 버린 통치자들의 만행이며 집단적 광기의 극치였습니다.
이 질곡의 역사 속에 교회는 분단과 냉전을 신학적으로 정당화면서 빛을 잃고, 일부는 신앙의 이름으로 자매․형제․부모 그리고 이웃을 총칼 앞에 서게 했습니다. 싸늘한 주검위에 흙 한줌 뿌릴 시간마저 빼앗긴 수난의 역사 앞에서 교회는 침묵하였습니다. 편을 가르고 등을 돌리며 편견과 아집에 사로 잡혀 스스로 심판자의 자리에 서서 죄악에 동참하였습니다. 우리 안의 무서운 폭력성을 회개합니다. 우리의 잘못을 사죄합니다. 십자가 아래 화해의 여정에 무릎을 꿇고 참여합니다.
이제 한국교회는 집단살해로 인한 통곡과 냉전의 갈등을 대물림해온 지난 70년의 아픔을 끌어안고 참 평화와 상생의 길로 나아갈 것입니다. 제주 4․3사건이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 다시 평화의 꽃으로 피어나길 바라며 우리는 다음과 같이 기도하며 행동하겠습니다.
1. 제주 4․3사건의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해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2. 제주 4․3사건의 ‘정의를 구체화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정책적 개혁'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3. 제주 4․3사건을 잊지 않고 ‘함께 기억하는 일'에 동참하며 기도하겠습니다.
2018. 4. 3.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