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을 막론하고 신학교가 갖가지 이유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민주주의의 요람'으로까지 불렸던 한신대학교는 연규홍 총장 선임 문제로 학생들이 집단 자퇴를 결의하는 그야말로, 초유의 학내 사태를 겪었고 토착신학의 산실 감리교신학대학교도 이사회의 인사전횡으로 내홍에 시달렸다.
지방 신학교라고 예외는 아니다. 기자는 지난 2월부터 대전신학대학교 학내 갈등에 주목해 왔다. 이 학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예장통합) 산하 신학교로 2017학년도 기준 학생수 320명 규모의 소규모 학교다. 이 학교는 현 김아무개 총장 연임을 둘러싸고 학내 갈등이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참으로 놀라운 의혹들이 차례로 터져 나왔다. 총장 연임에 반대한 정교수에 대한 직위해제, 부교수 및 조교수에 대한 고소고발이 신호탄이었다.
이후 교수 채용 특혜, 입시 부정 의혹 등이 잇달아 제기됐다. 이 학교의 비리 의혹은 여느 비리 사학에서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라 새삼스럽지는 않다. 그럼에도 뒷맛은 개운치 않다. 소규모인데다, 미래의 목회자 양성을 위한 신학교에서 비리가 벌어졌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더구나 사학에서 벌어질 수 있는 비리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는 건, 이 학교가 곪을 대로 곪았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그저 한숨만 나온다. 지금 신학교는 각종 비리와 인사전횡으로 병들대로 병든 상태다. 최근 몇 년 사이 벌어진 일들을 살펴보자. 예장합동 신학교인 총신대학교는 여성 목회자 안수를 위해 기도했다는 이유로 여성학을 강의하던 강호숙 박사를 강의에서 배제하는 하면, 서울기독대학교는 개신교인이 훼불사건을 저지르자 소셜 미디어에 사과글을 올리고 모금 운동을 한 손원영 교수를 학교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파면했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 비록 신학교는 아니지만, 기독교 이념을 건학이념으로 내세운 한동대학교는 페미니즘 강연을 문제삼아 국제법률대학원(HILS) 김대옥 조교수(목사)의 재임용을 거부했다. (이에 맞서 김 목사는 교육부에 학교 측을 상대로 재임용 거부 처분 취소를 청구했고,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기독교 이념이 "심사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난 달 14일 김 목사의 손을 들어줬다) 총신대 김영우 총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학교에 용역을 끌어들이는 일까지 저질렀다.
대전신학대의 경우도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상이다. 학내 갈등이 외부로 알려지자 이사회는 8일 슬그머니 정교수 4명에 대한 직위해제 조치를 철회했다. 이에 따라 소청심사위도 직위해제 조치를 각하했다. 결국 학교 측이 인사조치가 과도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신학교에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조치들이 횡행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미래의 목회자 양성이라는 본연의 목적은 아랑곳없이 교단 정치판이 신학교를 자신들의 놀이터쯤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자는 지난 해 2월 22일자 ‘기자수첩'에 이렇게 적은 바 있었다.
"세상의 상식과 동떨어진 인사전횡 혹은 학교 고위 임원의 비리는 신학교육 자체를 병들게 만든다. 목회자 후보생들이 제대로 신학 교육을 못 받고 목회현장에 나가는 건, 지휘관이 사관학교에서 충분히 군사적 지식을 쌓지 못하고 전쟁에 나가는 일 만큼이나 위험하다. 그래서 신학교 안에서 학교 고위 임원이 공공연히 자행하는 인사전횡이나 개인 비리에 대해선 단호히 제동을 걸어야 한다."
이토록 질타를 했음에도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저들이 도무지 들을 귀는 있는지 의심스럽다.
한국교회는 여러모로 위기다. 이 와중에 신학교라도 바로 서 있어야 한다. 그래야 위기를 극복할 동력을 얻을 수 있어서다. 그러나 지금 신학교마저 회복불능의 지경이다. 이런 상황은 한국교회의 위기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위기 요소다.
정말 다 함께 망하자고 작당을 한 것일까? 아마 그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