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운산의 신학과 삶을 문화 공연에 투영한다면…

고 김관식 목사 제7주기 추모공연 열려

“여러분들은 새로 난 사람들입니다..새로났다는 말은 환상에서 깨어나 진실에 눈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가난하고 억압받고 소외받는 이야기들을 직시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어떻게든 환상에 젖어 살려고 합니다. 진실에 눈뜨면 괴롭고 아프기 때문이죠. 일종의 나르시즘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그러나 우리는 진실에 눈떠야 하겠고 우리는 생명을 빼앗겨야 하겠습니다. 버림받고, 소외받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진실을 위해 더욱 강건하게 일어나야 합니다”(1986년 6월, 베드로전서 설교 중에서)

과거 70, 80년대 민주화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에큐메니컬 운동가들이라면 알만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절도 있고, 또렷 또렷한 음성의 주인공은 고 운산 김관석 목사. 그의 육성으로 시작된 7주기 추모회는 운산의 정신과 사상을 문화 속에 투영한 문화공연 형식으로 진행됐다.

김상근 위원장(운산 에큐메니컬 강연 운영위원회)은 “구름 위에 가려져 있지만 우리들의 거대한 산인 운산 김관석 목사를 기리기 위해 매년 운산 강좌를 열어왔다”고 했다. 또 운산 강좌를 이번엔 강의 형식이 아닌 문화 공연으로 연 것에 대해 “올해 강좌는 문화 공연으로 바꾸는 모험을 감행해 봤다”며 “젊은 후배들이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한 탓”이라고 했다.

운산의 육성 테이프 청취에 이어 운산의 신학과 삶을 영상에 담아 상영하는 순서도 있었다. 운산은 장공 김재준 목사가 김관석 목사에게 붙여준 호였다고 한다. 구름에 가려져 산의 크기를 알 수 없었지만 가까이 가서 보니 거대한 산이 구름 뒤에 있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호였다. 이렇듯 운산은 70, 80년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정의를 지키기 위해 활동한 NCC에서 거대한 산과 같은 중추적 역할을 했다. 그러면서도 마치 구름에 가리우듯이 본인의 영광 만큼은 뒤로했다.

운산과 30여 년 넘게 함께 활동했던 강문규 목사(지구촌나눔운동 이사장)는 “독재정권 시절 김관석 목사가 없었다면 민주화 운동을 위한 국내외 조직을 당시 처럼 긴밀하게 네트웍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김 목사는 머슴처럼 일했지만 자신을 앞세운 적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또 “그 분은 항상 뒷편에서 후배들을 지지해주는 든든한 버팀목과 같은 분이었다”고도 했다.

운산을 회고한 강 목사의 증언이 끝나자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제목으로 극단 '아벨'이 펼치는 연극 '새'가 무대 위에 올랐다. 수없이 많은 고난과 고통으로부터 해방돼 자유를 향해 날개짓하는 새의 형상을 그렸다.

이어 부활성찬이 열렸고, '이것은 그리스도의 몸입니다'는 주제로 노래공연이 진행됐다. 이날 공연은 생명의 노래(전경옥), 정의의 노래(이혜진), 평화의 노래(홍순관)로 이어졌다. 이들의 노래는 고 김관석 목사가 생전에 강조한 생명, 정의, 평화를 지키려했던 그 정신을 기리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경동교회 여해관에서 늦은 시각까지 열린 이 행사엔 운산을 기리고자 박형규 목사(남북평화재단 이사장), 이해동 목사(인권목회자동지회 회장) 등을 비롯해 민주화 열사들이 다수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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