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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규태 칼럼] 박연차와 한국현실

지난 몇 달 동안 한국 사람들 모두를 짜증나게 한 인물은 단연 박연차라는 사람이다. 그의 인상은 듬직하게 생겼는데 뭔가 비밀이 많은 사람같이 보인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좀 무식하나 배짱은 두둑하고 돈만 추구하고 또 돈이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 같은 인상이다. 그는 어떻게 벌었는지 모르지만 그 많은 돈을 정상적으로 번 것 같지 않고, 따라서 그는 정상적으로 돈을 쓰지도 않은 것 같다. 왜냐하면 그의 돈쓰는 방법이 매우 독특하기 때문이다.

첫째 박연차는 돈 있는 사람들에게만 돈을 준다. 돈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주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나누어주는 사회복지 사업가가 아니다. 그는 돈이 많은 사람들에게만 돈을 나누어주는 일종의 반사회적 복지가라고 할 수 있다. 그에게서 돈을 받았다는 천신일인가 하는 고려대학교 교우회장도 가난한 사람이 아니라 엄청난 부자다. 천신일은 수백억대의 재산가인 이명박이 한나라당의 대통령후보가 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특별당비를 냈는데 그 부자인 이명박에게 30억원을 빌려주어서 당비를 냈다고 한다. 몇 백억 대의 재산가 이명박이 30억을 꾸어서 특별당비를 내는 것도 이해가 안 되지만 그런 부자에게 30억 원씩 꾸어주는 천신일이라는 사람은 더욱더 이해가 안 된다. 이 두 사람은 고려대학 동문이고 가장 가까운 친구들이라고 하는데 아마 부자친구들 사이에서는 돈거래를 그렇게 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국민들은 천신일이 이명박의 특별당비를 대신 내 주었고 그 대가로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면 특혜를 얻을 수  있다라고 해야 이해가 된다.

둘째 박연차는 힘없는 사람들에게 돈을 주지 않고 꼭 힘 있는 사람들에게만 돈을 준다. 그는 권력이 많은 사람일수록 더 많은 돈을 준다. 노무현이가 대통령으로 있을 때 그는 퍽 많은 돈을 그와 그 가족을 위해서 주었던 모양이다. 노무현이 대통령으로서 꽤 많은 월급을 받았을 텐데도 그는 노무현의 아내의 빚을 갚아주고 아들의 유학자금과 사업자금을 대주고 딸의 집을 사주고 심지어는 조카사위의 사업자금도 보태주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는 노무현을 위해서 봉화마을엔 부부가 살기엔 너무나 큰 저택을 지어주었다. 그 주택에 은둔하면서 무위도식하는 젊고 건강한 노무현을 위해서 그는 엄청난 투자를 했고 또 국가는 비서와 경호원까지 두는 것을 잘도 이해해 주는 한국과 한국인들의 한 없는 아량을 나는 이해할 수 없다. 노무현은 그 집안에서 농성하기에는 너무 젊고 건강하다. 필자 같으면 과거의 직업 변호사일을 하면서 돈벌어서 살지 박연차 같은 타락한 사람의 돈으로 집짓고 밥 먹고 살지는 않을 것이다. 대통령했다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가.

박연차는 힘 있는 국회의원들 다수에게도 돈을 주었는데 아마도 돈이 모자라서 의정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도우려했는지도 모른다. 또 장관들이나 고위공무원들 그리고 고위직에 있는 검사들이나 경찰 수뇌부에도 돈을 주었다. 이들 장관들이나 공무원들이 공무를 원활이 수행하고 나아가서 불쌍한 국민들을 돕게 하기 위해서 그랬을 수도 있고 또 그들이 공직을 물러날 때 그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서 그랬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공공질서가 잘 돌아가도록 정치가들이나 판검사와 고위공무원들을 열심히 돕는 애국지사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수많은 그의 돈을 받은 사람들은 당당히 나서서 그를 변호하고 나서고 국민훈장이라도 추서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우리가 잠시 다른 방향에서 생각해 보면 어떨까? 그는 그가 경영하는 사업을 통해서 막대한 돈을 벌면서 자기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대했을까? 자기가 고용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부자나 권력자들 대하듯이 그렇게 너그럽게 대했을까? 피고용자들의 복지와 여가 등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도 넉넉한 월급을 지불했을까? 거기에 대해서 우리는 아는바 없다. 추측컨대 그는 힘없고 돈 없는 사람들에게는 야박하고 인색한 사람이었을 것 같다. 아니 무서운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박현차의 문제는 현행법으로 철저하게 다스려야 하겠지만, 그러나 요즘 법치국가성을 강조하는 이명박정부하에서 그렇게 될지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다. 왜냐하면 준법정신은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만을 향해서 외치는 구호가 되고, 힘 있고 부자들에게는 제대로 적용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돈 있는 사람들, 특히 재벌들은 온갖 수단과 방법들 심지어는 차떼기를 통해서 부정과 부패를 저질렀어도 검찰은 그 총수들을 소환한번 제대로 한 적이 없다. 가난한 용산 철거민들이나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에 대해서는 이명박까지 나서서 철저한 법치를 말하면서도 검찰은 한보의 정태수나 삼성의 이건희가 휠췌어 타고 나타나면 깜박 죽는다. 재벌들 앞에서는 검찰의 서릿발은 봄눈 녹듯이 사라지고 생존권을 위해서 투쟁하는 가난하고 힘없는 서민들 앞에서는 법과 원칙이라는 칼날을 제멋대로 휘둘러댄다. 재벌들이 바로 권력자들을 타락하게 만들고, 나라를 부패하게 만드는 장본인들이며 그들의 무제한적 탐욕이 빈부의 격차를 심화시키고 서민들을 생존의 한계점까지 몰고 간다. 이명박과 그와 결탁한 재벌들은 경제위기에 처해 고통당하는 서민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일들을 이제 그만두어야 할 때가 왔다.


(손규태 성공회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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