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를 상징하는 무지개 색 배지 등 성적 소수자의 인권을 주장하는 내용을 담은 악세사리들과 한국레즈비언상담소에서 출간한 책자들이 모임장소에 전시되어 있다 ⓒ 오유진 기자 |
한국레즈비언상담소가 레즈비언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한 프로그램을 이화여자대학교 캠퍼스에서 진행하고 있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는 ‘나는 동성애자다, 나는 여성이다’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레즈비언자긍심갖기 프로그램을 9월 27일부터 매주 토요일 이화여대 캠퍼스에서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18일까지 계속된다.
지난 토요일(4일) 열렸던 프로그램 주제는 ‘레즈비언 기독교인들과 종교인들의 미래’였다. 기독교 공동체 안에 있는 레즈비언들은 죄책감과 이질감을 가지고 있고, 기독교인이 아닌 레즈비언들도 주변 기독교인들로부터 정죄받고 있어, 이 주제는 종교 여부와 관계없이 참석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이날 모임에는 10대부터 40대까지 약 20여 명의 여성들이 참석했다.
이날 전직 목사이자 동성애자인 크리스 강사(女·한국인·국내 모 신학교 졸업)가 자신의 경험담을 들어 기독교인-레즈비언이 취해야 할 자세에 관해 조언했다. 그는 “성경의 해석이 기독교인인 레즈비언에게 가장 큰 부담”이라며 “성경을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것과 같이, 동성애도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죄가 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독교인들이) 전도하며 복음을 전하는 것처럼 동성애의 인권과 권리에 대해서도 주위에 전할 필요가 있다”며 “동성애자들도 자신의 인권과 권리를 주장하고 전파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크리스 강사는 기독교인-레즈비언의 미래를 위해서는 “지속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고 연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제시했다.
이 밖에 크리스 강사는 “개신교가 유독 레즈비언 문제에 관해 포용성이 부족하다”며 “특히 보수적 신학계에서 레즈비언 문제가 터부시되고 죄로 정죄당해 레즈비언들이 고통받고 있다. 공개적으로 말하면 더 꺼리고, 뭔가 어두운 곳에 있는 사람 취급을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관해 한 참석자는 “나는 종교와 성정체성 사이에 혼란을 감당하지 못하고 종교를 버렸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한편 강의 후에는 독실한 기독교인, 다원주의 기독교인, 레즈비언 지인이 있는 기독교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의 경험담을 나누며, 종교생활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레즈비언 자긍심 갖기 프로그램은 종교적 주제 외에도 △레즈비언 바로알기 △10대 레즈비언 이야기 △레즈비언의 꿈 △레즈비언 성이야기 △레즈비언 법률강좌 △레즈비언의 예술과 이미지 △연애, 이별잘하기 등 매주 다른 주제로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