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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재] 바벨탑 설화와 오순절 성령강림사건서 본 언어 문제

갈릴리복음 성서학당2- 넷째 이야기

1. 제4강의 주제가 추구하려는 영적 통찰의 초점들

(1) 바벨탑 설화의 고대민담은 이스라엘 민족형성 이전의, 아스라이 먼 고대로부터 전해 내려온 민담을 성서기자(J)들이 원역사 속에 편집해 넣으면서, 신앙적 간접조명을 하고 있다.

(2) 바벨탑 설화는 고대사회에 편만한 다양한 언어들과 소통의 불편성, 그리고 다양한 민족들의 난립이 왜, 어떻게 발생하였는가를 이해해 보려는 원인추구 동기적 설화였다. 다시 말해서, 태고적 과거에서 현재에로 인과율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지만, 사실은 당시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하여 과거 태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형성된 설화이다. 문명제국의 혼란과 붕괴와 멸망의 가장 큰 원인이 ‘소통의 부재’에 기인함을 경험한 것이다. 다양한 민족혈통, 그에 따른 다양한 언어와 가치체계는 고대제국의 단단한 연대성과 통일성을 늘 위협하는 요소였다.

(3) 이스라엘의 구원사와 직접 관련이 없지만, 고대 바벨론제국의 허영과 교만과 반신적(反神的) 타이탄니즘(거인주의, Taitanism)이 인간본성 중, 중요한 문제점임을 설화편집자는 강조한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고, 영웅적 초인주의를 추구하는 프로메디우스 설화에서 그리스적 신화상(神話像)과 바벨탑 설화를 통해, 인간의 무제약적 야망과 교만을 경고하는 헤브라이즘의 신화상(神話像)은 서구문명의 야누스적 두 얼굴이다. 동시에 그 양면성은, 모든 인간 문명과 정치권력과 인간본성 속에 깃들인 근본문제임을 성경은 지시하고 있다.

(4) 특히 인간의 언어성이 지닌 마성적 두 측면, 곧 인간사회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세계 개방성을 가능케 하는 순기능과, 정반대로 인간의 의식을 조작하고 통제하고 마침내 인간성을 파괴적 도구, ‘눈뜬 장님들’로 만들어 버리는 무서운 역기능을 주목하게 한다. 그 문제의 궁극적 해결이 ‘성령의 새로운 빛과 능력 안에서 치유됨’을 신약성서는 증언하다. 성령은 불통되고 분열된 인간공동체를 소통하게 하고 화해시키되, 획일적 통일이 아니라 ‘다양성 안에서 일치’를 가능케 한다. “의문(儀文)은 죽이고 영(靈)은 살린다”(고후 3:6)는 말씀을 명심해야 한다.

 

2. 성경주해와 메시지 읽기

(1) (창 11:1) …… “온 땅의 언어가 하나요, 말이 하나였더라”. 인류 문명과 혈통이 한 사람 아담부부로부터 분지해 발전해 나갔다는 소박한 성서주의는 문화인류학적으로 근거가 없다. 그러한 생각은 인류의 동질성과 연대성을 희구하는 오래된 인류의 단순사고이다. 언어와 문자의 발명과 발전과정은 B.C.3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이집트, 바벨론, 앗수리아, 고대 중국, 남미 마야문명에서 각각 다르게 발전해 왔다.

(2) (창 11:2) …… 한 무리의 인간 집단이 어디로부터 떠나왔는지 언급이 없다. 그들의 이동방향을 “동방으로 옮기다가”라고 했을 뿐이다. ‘동방’은 지금의 동아시아가 아니라, 고대사회에서는 지금의 이란․이라크 지역의 중앙아시아 고대 바벨론 문명이 자리잡았던 지역을 말한다. 이동해오던 집단무리는 고대 이집트문명 영향을 받았던 무리일 가능성일 수도 있다. 그들은 피라밋을 만든 종족이다. 고대 바벨론제국 함무라비 대왕(B.C. 1768~1686) 통치보다 훨씬 이전 시기에 형성된 설화이다.

(3) (창 11:3) …… 자연석이나 흙벽돌을 대체하여 견고하게 구워 만든 벽돌제작기법, 건축자재를 단단하게 붙이는 역청의 제작기술 등 그들의 한 단계 발전한 문명기술을 암시한다.

(4) (창 11:4) …… 저자는 바벨탑 건설의 숨은 의도를 영적 통찰력으로써 파헤친다. “성읍과 탑을 건설함”(도시문화의 건설). “탑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인간의 무제약적 탐욕과 오만, 그리고 허영), “온 지면에 흩어짐을 막자”(제국의 단결), 설화는 바벨탑 쌓기의 동기가 단순한 자유로운 문명창조와 그 발전이 아니라, 그 숨은 동기 속에는 하나님께 대한 도전과 반역심, 그리고 영웅적 거인주의 지향의 허영심이 있다고 본다. 뉴욕 맨하탄의 마천루 건설은 반드시 부족한 토지의 효율적 사용목적이거나, 건축 미학상의 예술추구이거나, 실용주의적 용도문제가 아니다. 그 이사의 영웅적 거인주의는 모든 힘을 가진 개인과 집단이 인간의 시공간적 유한성에 대한 불안을 이기려는 마지막 도전이다. 성경의 메시지는 이러한 인간적 시도가 하늘에서 볼 때(하나님의 눈으로 볼 때), 위험하고 어리석고 성취될 수 없는 야망이라고 경고하는 것이다(이사야 13:19, 14:13~14, 예레미아 51:6~7)

(5) (창 11:5~9) …… 여호와 하나님이 내려와 보시고, 언어를 혼잡하게 하시니, 그들이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되어 바벨탑 건설을 중단하고, 무리들을 지면에 흩어지게 하셨다고 설화는 전한다.
바벨탑 설화를 원인론적 민담형식으로 구성 편집한 본문을 평면적 눈으로 보면, 유럽문명의 그리스적 인문주의와 영웅주의가 항변하듯이, 종교의 신은 인간의 창조적 성장과 벌전을 시샘하고 방해하는 초월적 폭군 군주로 이해된다. 그러한, 잘못된 병든 기독교 금욕주의와 인간성 비하는 니이체의 ‘초인 철학’과 포이에르바하의 ‘무신론 철학’에 의해 철저하게 비판되었다.

(6) 그러나, 바벨탑 설화를 현재 인간 문명 속에 존재하는 비극적 분열, 소통불능, 제국의 멸망, 민족의 갈등 원인을 깊이의 차원에서 성찰할 때, 그 근본 원인은 인간이 피조물로서, 신 앞에서, 그리고 대자연 안에서, 동료인간사이에서 바르게 자리매김해야할 올바른 위치와 본분을 이탈한데서 기인한다고 진단하는 것이다. 독일 제3제국, 일본 천황중심의 제국, 냉전시대 미소제국 등은 성경의 통찰이 더 옳다는 것을 보여준다.

(7) (행 2:5~13) …… 오순절 성령강림 사건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은 바벨탑의 징벌로 분열과 불통의 인류역사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새로운 시대가 동틈을 느꼈다. 그것은, 차이와 다양성을 없앤 후에 획일적 통일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차이와 다양성과 고유성을 용인하면서도 소통과 연대성을 가능케하는 새로운 문명의 패러다임이다. 동이불화(同而不和)가 아니고, 화이부동(和而不同)의 공동체라야 한다.

(8) 인류문명에서 언어성의 문제는 언어매체와 기술의 발전에 의하여 점점 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언어를 하나로 통일한다는 것은 다분히 획일적 통제와 여론 지배조종을 야기 시킨다. 언어의 혼잡은 소통불능과 사회공동체의 해체를 가져온다. 여기에서 언어는 단순히 소통의 도구적 매체로서가 아니라, 이데올로기화한 도그마적 언어체계와 담론일 수 있다. 종교가 그 마법에 걸리면, 창조적 역동성을 잃고 경직된 보수집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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