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8서울퀴어문화축제는 성황리에 끝났다. 그러나 보수 개신교는 동성애 문제에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모양새다. 퀴어문화축제 당일 서울광장 맞은 편 대한문 광장에서 반대집회를 여는가 하면, 특정 교역자를 지목해 마녀사냥식 여론 몰이에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아래 반동연, 대표 주요셉 목사)는 17일 이 아무개 교육전도사를 지목해 퀴어신학옹호자라고 주장했다. 이 전도사는 보수 장로교단 산하 신학교를 졸업했고, 2017년 1월 섬돌향린교회에서 교육전도사로 활동해왔다.
반동연은 이 전도사를 지목하면서 그의 가족으로까지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반동연은 이 전도사와 아버지 이 목사를 싸잡아 비난했다. 그 이유는 반동연의 성명에서 찾을 수 있다. 반동연의 성명 중 일부를 인용한다.
"반동연은 몇 달 전 경남기독교총연합회(약칭 경남기총) 대표회장이며 마산△△교회 담임인 이○○ 목사의 아들 이 아무개 전도사에 대한 제보가 들어와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영남신학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그가 지난해 8개 교단에서 이단성을 결의했고, 예장합신 교단에선 이단으로 규정한 기장교단 임보라 목사의 섬돌향린교회에 근무하는 전도사라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장신대학원을 나온 그가 임 목사 교회에서 사역하고 있는지 궁금해 그의 페이스북을 찬찬히 살펴보곤 의아심을 넘어 동성애옹호 퀴어신학 신봉자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다. 더욱이 그 부친인 현 경남기총 대표회장의 동성애 반대운동과 인권조례 및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미온적 태도로 인해 경남지역 반동성애 활동이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제보까지 받고 있던 터라 그 혐의는 더욱 짙어졌다."
반동연의 대표를 맡고 있는 주요셉 목사는 17일 오전 4시 35분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 반동연 성명과 함께 이 전도사의 목회활동을 담은 동영상과 이 목사 페이스북 계정을 함께 올렸다. 이 게시물엔 "아버지인 목사가 자식 교육을 어떻게 시켰는지 궁금하다", "부모라 해도 아들을 어찌할 수는 없을듯, 피차 다른 인생이니. 다만, 아버지 목사는 모든 감투를 내려놓아 타 그리스도인들이 자유롭게 반동성애 운동을 하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댓글이 달렸다.
1년 지나도 여전한 마녀사냥
이 전도사가 시무하는 교회가 섬돌향린교회라는 점도 파장을 키웠다. 섬돌향린교회를 담임하는 임보라 목사는 지난 해 7월 퀴어성서 주석본 발간에 참여하고,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보수 장로교단인 예장합동 등 8개 교단으로부터 이단성 심사를 받기도 했다. 이에 반동연은 임 목사까지 정조준했다.
"반동연에선 이미 지난해 9월 2일 "기장 교단은 이단 판정을 받기 전 임보라 목사를 면직시켜라"는 성명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 후 9월 21일 예장합신(박삼열 총회장) 102회 총회에서 임보라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했고, 예장합동과 고신은 임보라 목사가 연관된 집회 참여 및 교류 금지를 결의했고, 예장통합은 헌법 개정을 통해 동성애자는 교회의 항존직과 임시직, 유급 종사자가 될 수 없도록 했었다. 임 목사가 주장하는 신학은 전통교회가 수용할 수 없는 신학, 동성애를 죄로 규정한 성경권위를 전면 부정하는 반기독교 신학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전도사는 섬돌향린교회를 사임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 임보라 목사는 19일 오전 가족까지 끌어들이는 반동연의 행태에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임 목사의 말이다.
"반동성애 진영이 이 전도사뿐만 아니라 이 전도사의 아버지를 향해서 포화를 날린다고 들었다. 반동연은 늘 이렇게 특정한 개인을 찍어 공격해왔다. (주요셉 목사는 지난 해 9월 방송인 홍석천씨에게 공개 편지를 보내 "동성애죄를 겸손히 인정하고 무릎 꿇고 회개하시라"고 한 적이 있었다 - 글쓴이)
한편 소셜 미디어에서는 퀴어축제에 참여했던 무지개 교회(성소수자를 위한 교회 - 글쓴이) 사진이 유포되고 있는데, 반동연 측이 이들 교회 정보를 수집하고 소속 교단에 압력을 넣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일단 이 전도사의 경우 가족이 관련돼 있기에 가족의 결정을 존중하면서 대응해 나가려 한다. 다만, 반동연의 방식을 끊을 필요는 있다는 판단이다. 이런 행태는 한 개인이 반동연이란 단체를 배경으로 공교회를 공격하는 것이다. 이에 법조인들의 자문을 구하고 있다."
한편 반동연은 16일엔 퀴어축제 당시 부스를 열었던 미국, 영국 대사관 등에 대해서도 "13개 대사관은 올해 또다시 오만방자하게 처신해 동성애를 반대하는 대다수 한국인들의 정서를 무시하고 상처를 줬다"며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우리는 퀴어축제 참가국들에게 반드시 불이익이 돌아가도록 만들 것이며, 다시는 이런 오만스런 행동 못하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동연의 성명은 자칫 외교문제까지 일으킬 소지가 충분하다. 그럼에도 반동연은 거리낌 없다. 임 목사는 이렇게 보수 개신교에서 성소수자 문제에 집착하고 있는 이유를 이렇게 진단했다.
"사회적으로 볼 때, 성소수자에 대한 공감은 확산 중이다. 각국 대사관도 퀴어축제 때 부스를 차리는 등 사회의 인식변화는 가혹화되는 중이다. 여기에 당장은 아니더라도 어느 시점에서 차별금지법은 제정될 것이다. 국제사회도 한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반동성애진영에선 자신들의 방식이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판단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들의 입지는 위축되고 있다. 코너에 몰리고 있다는 심리가 일정 수준 작용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