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23일 숨지자 각계 각층에서 그에 대한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개신교계도 예외는 아니다.
높은뜻연합선교회 김동호 목사는 24일 오전 자신의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 "다윗은 치명적인 역경과 그 보다 더 치명적이었던 수치 속에서도 그 삶을 포기하지 않고 하나님을 붙잡음으로 결국 승리했다"며 "참으로 아까운 정치인 한 사람이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다윗처럼 견뎌내 주시지 하는 생각에 하루 종일 마음이 안타깝다"는 심경을 드러냈다.
그러나 부적절한 발언으로 빈축을 산 목회자도 있었다. 경기도 성남의 대형교회인 선한목자교회 유기성 목사는 24일 오전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 미디어에 '죄를 이기게 하는 복음'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유 목사는 페이스북에 영성일기를 연재해 오기도 했다) 유 목사는 이 글에서 노 원내대표의 부고를 전하며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 아래에 일부를 인용한다.
"그 정치인(노회찬 원내대표 - 글쓴이)의 자살 동기가 무엇인지, 어떤 죄를 지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는 수치를 아는 사람이었음이 분명합니다. 자신의 죄로 인한 무게를 누구 보다 크게 느낀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안타까와 하는 것 같습니다. 더 큰 죄를 짓고도 양심의 화인맞은 사람이 되어 아무렇지도 않게 사는 사람도 많은데 말입니다."
그러나 유 목사는 '모든 사람이 하나님 앞에서 죄인'이라며 노 원내대표의 죽음을 구원론과 연결시켰다. 문제의 대목은 아래와 같다.
"그에게는 불의한 세상을 향한 거룩한 의분이 있었고, 나라와 사회가 옳고 정의롭기를 갈망하였으며, 고난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정의로운 세상을 이루는 일에 헌신했고, 스스로도 의롭게, 지도자답게 살려고 애를 쓴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하나님 앞에서 죄인이며, 자신도 죄 앞에서 얼마나 연약한 자인를 알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로 하여금 죄짓도록 온갖 방법으로 충동한 뒤, 그 뒤에는 그 죄를 가지고 무섭게 정죄하며 파멸에 빠뜨리는 마귀가 역사함을 몰랐던 것입니다. 그래서 정의를 위하여 헌신하고, 의롭게 살려고 몸부림치는 자가 이처럼 허망하게 무너지는 일이 생기는 것입니다."
유 목사는 그러면서 "누구에게나 속죄의 복음이 필요하다"며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복음이 아니면 죄에서 구원받을 길이 없다"는 논리를 폈다.
페이스북 유저들은 유 목사의 글을 공유하면서 그의 메시지가 부적절하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눈에 띠는 지적을 아래에 옮긴다.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지만, 몇몇 목사님들은 누군가의 죽음이 교리를 설명하기 위한 설교 예화거리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중략) 사람의 아픔과 불행, 죽음을 교리 설명, 설교거리로 소비하는 천박한 일은 도대체 언제쯤 멈춰질까?"
"저는 유기성 목사님이 노회찬 의원의 죽음을 기독교적 관점으로 섣불리 해석해낸 것, 이 시기에 그것을 입 밖으로 발설했다는 것 자체가 크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자신의 깨달음에 대해서는 무거웠지만, 노회찬 의원의 죽음에 대해서는 얕다는 표현 마저도 아까울 정도였다."
"유 목사의 일반론이 특별히 교리적으로 크게 잘못되었다거나 절대적으로 틀린말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아무리 옳은말이라도 해야 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장례도 끝나지 않았는데 그 죽음에 대해 죄가 어떻고 구원이 어떻고 교인도 아닌이에게 왈가왈부 하는 이유가 그닥 좋은 의도를 갖는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반면 몇몇 페이스북 유저들은 유 목사의 글에 '아멘'으로 공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참고로 성도들은 목회자의 설교에 공감했을 경우 '아멘'으로 반응한다.
한편 유 목사는 이에 앞서 23일 '동성애 합법화, 이건 안됩니다'란 글에선 "동성애자들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결코 소수의 세력이 아니며, 공격과 박해를 받고 있는 연약한 자들이 아니다 동성애자들은 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동정심에 호소한다. 그러나 동성애자들은 이미 그 세력이 대단하고 국제적인 조직도 갖고 있다"고 적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A씨는 "오랜만에 종이신문을 뒤적이고 있으려니 지금 우리사회가 온갖 문제들로 삼복더위만큼이나 들끓고 있음이 한눈에 보인다. 이런 시절에 교회에서 나오는 메시지는 동성애에 관한 것뿐"이라면서 "이럴 거먼 (교회는) 없어도 될 듯하다"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