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성령 하나님의 구원사역: "오직 하나님의 은혜와 믿음으로"(2)

김승진 목사 (침례신학대학교 명예교수)

편집자 주] 구원 개념은 이미 과거에 받았던 구원(중생)과 현재 받고 있는 구원(성화)과 장차 미래에 받게 될 구원(영화) 모두를 포함한다. 이 세 가지 구원에서 궁극적으로 중심된 역할을 하는 것이 성령 하나님이시다. 비록 죄인인 인간이 회개를 하고 예수를 믿는다고 하더라도, 성령의 감동과 감화, 즉 성령의 역사하심이 있어야만 그렇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주로 과거적 구원에 초점을 맞추어서, 성령 하나님께서 어떻게 역사하셔서 죄인인 인간을 구원하시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III. 성령은 살리시고 거듭나게 하신다

성령
(Photo : ⓒ Pixabay.com)
▲성령은 생명을 부여하고 거듭나게 하기 때문에 예수님께서는 성도들이 성령세례를 받기를 원하신다.

성령은 "생명의 영"(Spirit of Life)이시다.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너를 해방하였음이라"(롬 8:1-2). 또한 성령은 "살리는 영"(Life-giving Spirit)이시다. "살리는 것은 영이니 육은 무익하니라. 내가 너희에게 이른 말은 영이요 생명이라"(요 6:63). 흙으로 지은 최초의 인간 아담이 육체적인 생명을 가지게 된 것은 하나님께서 그의 코에 생기(생명의 호흡, Breath of Life, 성령-필자 주)를 불어넣으셨던 순간이었다. "여호와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 넣으시니 사람이 생령(a living being, 살아있는 존재, 산 생명-필자 주)이 된지라"(창 2:7).

에스겔 37장 1절-14절에는 골짜기에 있는 수많은 마른 뼈들이 살아나는 환상에 대해 묘사하고 있다. 마른 뼈들에 생기를 불어넣음으로 죽어 있던 육체들이 살아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겔 37:7-10) "이에 내가 명령을 따라 대언하니 대언할 때에 소리가 나고 움직이며 이 뼈, 저 뼈가 들어맞아 뼈들이 서로 연결되더라. 내가 또 보니 그 뼈에 힘줄이 생기고 살이 오르며 그 위에 가죽이 덮이나 그 속에 생기는 없더라. 또 내게 이르시되, 인자야 너는 생기를 향하여 대언하라. 생기에게 대언하여 이르기를, 주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시기를 생기야 사방에서부터 와서 이 죽음을 당한 자에게 불어서 살아나게 하라 하셨다 하라. 이에 내가 그 명령대로 대언하였더니 생기가 그들에게 들어가매 그들이 곧 살아나서 일어나 서는데 극히 큰 군대더라."

성령 하나님께서는 육체적인 생명을 살리실 뿐 아니라 영적인 생명을 살리시고 거듭나게 하신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 않은 모든 인간은 육체적으로는 살아 있으나 영적으로는 죽어 있는 존재다. 그래서 성경은 회개하기 이전, 즉 예수 믿기 이전의 상태를 "허물과 죄로 죽었던 너희"(엡 2:1), "허물로 죽은 우리"(엡 2:5)라고 표현하고 있다. 영적으로 죽어 있던 인간을 살려내시는 분이 바로 "살리는 영"이신 성령 하나님이시다. 아무리 인간이 반성을 하고 후회를 하고 개선된 삶을 살려고 하고 심지어 아무리 믿으려고 몸부림치더라도, 성령께서 역사하셔야만 죽어 있던 영혼이 살아날 수 있다.

(엡 2:1) "그는 허물과 죄로 죽었던 너희를 살리셨도다."

(엡 2:5-6) "긍휼이 풍성하신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신 그 큰 사랑을 인하여, 허물로 죽은 우리를 그리스도와 함께 살리셨고(너희는 은혜로 구원을 받은 것이라), 또 함께 일으키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함께 하늘에 앉히시니."

송장(corpse, 시신)은 육체적으로 죽은 것이지만 죄인(sinner)은 영적으로 죽은 것이다. 관 속에 들어가 있는 송장이 자신의 힘으로 일어날 수 없듯이, 영적으로 죽어 있는 죄인 역시 자신의 힘으로 영적인 죽음으로부터 살아날 수 없다. 성령의 전능하신 능력만이 영적으로 죽어 있는 사람을 살려낼 수 있다(Ibid., 32-3). 사도 바울은 로마서 8장에서 이렇게 말씀하고 있다.

(롬 8:10-11) "또 그리스도께서 너희 안에 계시면 몸은 죄로 말미암아 죽은 것이나 영은 의로 말미암아 살아 있는 것이니라. 예수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이의 영이 너희 안에 거하시면 그리스도 예수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이가 너희 안에 거하시는 그의 영으로 말미암아 너희 죽을 몸도 살리시리라."

그렇기 때문에 한번만 태어난 사람(육체적 출생)은 두 번 죽고(육체적 죽음과 영적 죽음), 두 번 태어난 사람(육체적 출생과 영적 출생)은 한 번만 죽는다(육체적 죽음). 성령께서는 육체적 출생(physical birth)을 한 사람(죄인)으로 하여금 영적 출생(spiritual birth)을 하게 하신다. 허물과 죄로 죽어 있던 죄인을 살려내시고 거듭나게 하시는 것이 성령 하나님의 중요한 역할이다.

IV. 예수님은 신자로 하여금 성령으로 뱁티즘(침례, 세례)을 받게 하신다

물뱁티즘(Water Baptism)이 상징이라면 성령뱁티즘(Spirit Baptism)은 상징하려고 하는 본질이다. 물뱁티즘이 가시적이고 외면적인 의식이라면 성령뱁티즘은 비가시적인 내면적 체험이다. 물뱁티즘이 상징적인 물리적 의식이라면 성령뱁티즘은 본질적인 영적 체험이다. 마가복음에서 침례 요한은 "나는 너희에게 물로 뱁티즘을 베풀었거니와 그(예수님-필자 주)는 너희에게 성령으로 뱁티즘을 베푸시리라"(막 1:8)라고 말했다. 마태와 누가는 침례 요한의 입을 빌어 불뱁티즘(Fire Baptism)과 대비하면서 성령뱁티즘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마 3:11-12) "나(침례 요한-필자 주)는 너희로 회개케 하기 위하여 물로 뱁티즘을 베풀거니와 내 뒤에 오시는 이(예수 그리스도-필자 주)는 나보다 능력이 많으시니 나는 그의 신을 들기도 감당하지 못하겠노라. 그는 성령로 너희에게 뱁티즘을 베푸실 것이요, 손에 키를 들고 자기의 타작마당을 정하게 하사 알곡은 모아 곳간에 들이고 쭉정이는 꺼지지 않는 불에 태우시리라"(눅 3:16-17 참조)

여기서 성령으로 뱁티즘을 베푸시는 것은 "알곡은 모아 곳간에 들이고"라는 말씀과 연결되어 있고, 불로 뱁티즘을 베푸시는 것은 "쭉정이는 꺼지지 않는 불에 태우시리라"는 말씀과 연결된다. 결국 성령뱁티즘(Spirit Baptism)은 "알곡," 즉 신자에 대한 구원을 설명하는 표현이고, 불뱁티즘(Fire Baptism)은 "쭉정이," 즉 불신자에 대한 심판을 설명하는 표현이다. 죄인이 진심으로 회개하고 예수님을 믿을 때 그는 신자(알곡)가 되고 예수의 영이신 성령을 마음속에 모시게 되는데, 이러한 영적 체험을 "예수님이 성령으로 뱁티즘을 베푸시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예수 믿은 신자는 중생(거듭남, Regeneration), 혹은 회심(개심, Conversion)의 순간에 전신(the whole body)이 성령의 강물에 풍덩 빠져서, 자신의 옛 사람은 죽게 되고 자신의 죄와 죄악된 삶은 장사지낸 바 되고 거듭난 새 사람으로 부활하는 영적인 체험(spiritual experience)을 하게 되는 것이다(롬 6:3-5). 이러한 내면적 체험을 "성령으로 뱁티즘을 받는 것"(Being Baptized with the Holy Spirit)이라고 성경은 말하고 있다.

그러니까 비가시적인 성령뱁티즘을 받은 자가 가시적인 물뱁티즘을 통해 교회(이미 성령뱁티즘과 물뱁티즘을 받은 신자들의 회중) 앞에서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는 것이다. "저도 회개하고 예수 믿었습니다. 저도 예수 믿고 구원받았습니다. 저도 성령뱁티즘을 받았습니다. 저도 신자들의 공동체인 이 교회의 회원이 되기를 원합니다. 이 교회를 저의 신앙생활의 터전으로 삼기를 원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비가시적인 내면적 중생의 체험이 없는 불신자나 갓난아기나 어린 아이에게 물뱁티즘을 베푸는 것(유아세례, Infant Baptism)은 의미 없는 의식이다. 물뱁티즘 자체가 죄사함이나 구원을 주는 것이 아니다. 성령뱁티즘을 받은 자가 성령을 받은 자이고 죄사함과 구원을 받은 자이다. 성령뱁티즘을 받은 자가 물뱁티즘을 받음으로써 회중 앞에서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고 자신도 죄사함 받고 구원 받은 그리스도인(신자)임을 선언하는 것이다.

예수님은 성령으로 뱁티즘을 베푸시는 분이시다. 성령으로 뱁티즘을 받은 신자는 예수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체험하게 되어 그 분을 자신의 주님으로 모시게 되고, 또한 다른 그리스도인들과 연합하여 한 몸, 즉 교회를 이루게 된다. 사도 바울은 이 사실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고전 12:12-13, 27) "몸은 하나인데 많은 지체가 있고 몸의 지체가 많으나 한 몸임과 같이 그리스도도 그러하니라. 우리가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다 한 성령으로 뱁티즘을 받아 한 몸이 되었고 또 다 한 성령을 마시게 하셨느니라.... 너희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지체의 각 부분이라."

위 본문에서 사도 바울은 "지체들의 다양성"(diversity of many parts)과 "몸의 통일성"(unity of one body)을 말하고 있다. 여기서 몸은 교회를 가리키고 있음이 자명하며 "한 몸"(One Body)은 시공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신자들의 공동체로서의 교회(우주적 교회, Universal Church)를 의미하고 있다. 유대인, 헬라인, 종, 자유인 등(골로새서 3장 11절에는 "헬라인이나 유대인이나 할례파나 무할례파나 야만인이나 스구디아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 차별이 있을 수 없나니"라는 비슷한 표현이 사용되었다) 다양한 배경을 가졌던 죄인들이 "다(all) 한 성령으로 뱁티즘을 받아 한 몸이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성령께서는 이들을 예수 믿도록 하셔서 예수와 연합하게 하시고 동시에 다른 신자들과도 연합하게 하시어 한 몸, 즉 통일된 하나의 교회(unified one church)를 이루게 하셨다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이들이 "다(all) 한 성령(One Spirit)을 마시게 하셨다"고 말씀하고 있다.

여기서 사도 바울은 "성령으로 뱁티즘을 받는다"는 말을 방언이나 진동이나 쓰러짐이나 공중부양이나 소리지름이나 거룩한 웃음 등 육체적인 체험들(physical experiences)이나 성령의 은사들(gifts of the Holy Spirit)과 연관지어 말하고 있지 않다. 그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죄인들이 예수님을 믿어 모두 한 몸인 교회가 되었다는 "사실"(fact)을 설명하기 위해서 "우리가 다 한 성령으로 뱁티즘을 받아 한 몸이 되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죄인들이 교회가 되는 방법은 무엇인가? 육체적인 체험을 하거나 성령의 은사들을 받음으로써 교회가 되는가? 특별한 기적적인 능력을 받아야 교회가 되는가? 그렇지 않다. 하나님의 은혜로 그리고 진정한 회개와 믿음으로, 다시 말해서 예수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남(encounter)으로, 죄인이 죄사함 받고 구원 받아 교회가 되는 것이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여 사도 바울은 죄인이 "성령으로 뱁티즘을 받음으로써" 교회가 된다고 역설하고 있다.

사도 베드로도 유사한 말씀을 하고 있다. 사도행전 10장에서 성령 하나님께서 경건한 이방인 백부장 고넬료와 그의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임하셨던 일을 회상하면서, 베드로는 사도행전 11장에서 예루살렘의 할례받은 유대인 교회지도자들에게 이렇게 보고하였다:

(행 11:15-18) "내가 말을 시작할 때에 성령이 그들에게 임하기를 처음 우리에게 하신 것과 같이 하는지라. 내가 주의 말씀에 '요한(침례 요한-필자 주)은 물로 뱁티즘을 베풀었으나 너희는 성령으로 뱁티즘을 받으리라'(행 1:5-필자 주) 하신 것이 생각났노라. 그런즉 하나님이 우리가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을 때에 주신 것과 같은 선물을 그들에게도 주셨으니, 내가 누구이기에 하나님을 능히 막겠느냐 하더라. 그들이 이 말을 듣고 잠잠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 이르되, '그러면 하나님께서 이방인에게도 생명 얻는 회개를 주셨도다' 하니라."

여기서 "하나님이 우리가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을 때에 주신 것과 같은 선물"(the same gift)이 가리키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방언의 은사일까? 육체적인 체험들일까? 아니다. 여기서 "선물"은 단수로 표기되어 있다. 우리가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을 때에 하나님은 우리에게 무엇을 선물로 주시는가? "선물로서의 성령"(Gift of the Holy Spirit, "선물인 성령")을 주시지 않는가? 지금 베드로는 예수님을 진심으로 믿을 때 성령을 선물로 받게 되는 것을 예수님이 하신 예언 즉 "너희는 성령으로 뱁티즘을 받으리라"는 말씀과 연관지어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보고를 잠잠히 듣고 있던 할례받은 유대인 교회지도자들도 "그러면 하나님께서 이방인에게도 '생명 얻는 회개'(repentance unto life)를 주셨도다"라고 말하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는 것이다.

여기서도 "생명 얻는 회개를 주셨도다"라는 말과 "하나님이 우리가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을 때에 주신 것과 같은 선물을 그들에게도 주셨으니"라는 말은, 이방인들이 예수를 믿었을 때 일어난 현상을 말하는 것이고, 이러한 현상을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성령으로 뱁티즘을 받으리라"고 예언하셨던 것이다. 성령으로 뱁티즘을 받는다는 말은 결국 예수 믿을 때에 성령을 선물로 받는 것을 의미하는 말인 것이다. 바울은 그것을 자신의 교회론 신학에 접목시키면서 "우리가 다(all) 한 성령으로 뱁티즘을 받아 한 몸이 되었고 또 다(all) 한 성령을 마시게 하셨느니라"(고전 12:13)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성령께서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죄인들을 회개케 하시고 예수 믿게 하셔서 교회라고 하는 공동체(우주적 교회, Universal Church)를 이루게 하시고, 그들로 하여금 그 공동체의 지체들(Branches)이 되게 하시는 것이다. (계속)

이인기 ihnklee@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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