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1) 홍수설화의 참 의도
‘노아 홍수설화’는 원역사의 처음에 ‘창조’로 시작한 축복이, 끝엔 인간의 죄의 관영함으로 말미암아 ‘심판’으로 끝나는 한 이야기의 종장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설화의 진정한 의도는 심판 그 자체를 넘어서, 노아와 그 가족을 남기시고 새로운 ‘무지개 계약’을 맺으시는 ‘죄를 심판하되 은혜와 긍휼이 풍성하신 하나님 신앙’을 고백 증언하려는데 있다.
2) 홍수설화의 집대성 시대배경
‘노아 홍수설화’는 고대근동사회에 여러 문명 속에서도 발견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길가메쉬 서사시’를 기록한 토판에 나오는 홍수이야기이다. 이는 고대근동문화가 큰 강 유역을 중심을 발전되었으며, 정기적인 대홍수 경험을 나타내는데, 특히 인간의 선악행동에 대한 심판사상이 반영되고 있다. 이스라엘 민족은 B. C. 600년 전후, 바벨론 제국에 포로생활을 하면서, 그들이 겪은 선민으로서의 민족적 고난과 비극을 신앙적으로 성찰하고, 새로운 하나님의 은총과 새로운 계약의 시대가 동터옴을 증언하려는 것이다.
3) 홍수설화 구성자료의 조화와 편집
홍수설화를 자세히 검토하면, 설화내용 이야기는 차이가 보이는 두 가지 설화 자료전승이 종합 편집되었음을 알 수 있다. 야훼문서자료(J자료)와 제사장 문서자료(P자료)라고 학자들은 밝힌다. 문체상의 차이만이 아니라, 중요한 신명호칭에서 야훼(여호와)와 엘로힘이 그대로 번갈아가면서 호칭된다. J자료에 의하면 모든 정결한 짐승들 일곱 쌍과 부정한 짐승들은 두 쌍씩 방주에 들어간다(창 7:2~3). P자료에 의하면 모든 짐승은 동일하게 한 쌍씩 방주에 넣는다. J자료에 의하면 들어간 후 40일 동안 비가 내린다(창 7:4). P자료는 물이 150일 동안 창일하고(창 7:24) 150일에 걸쳐 물러간다(창 8:3).
4) 이상의 차이가 나는 자료를 가지고 있지만, 홍수설화는 다섯 가지 단락 모티브로서 구성되어 통일성을 이룬다. 긴 홍수설화(창 6~9장)의 구조는 아래와 같다.
(1) 죄로 가득한 인류를 멸망시키고 노아와 가족으로 대표되는 창조적 소수자를 보존시키려는 하나님의 결정(창 6:5~8)
(2) 노아가족의 선택과 홍수 예고 및 방주제작의 명령(창 6:9~7:6)
(3) 홍수로 인한 세상의 파멸과 그 진행과 결과(창 7:7~8:14)
(4) 홍수의 끝남과 남은 자들의 보존과 구원(창 8:15~19)
(5) 새로운 은총의 계약과 하나님의 축복(창 8:20~9:17)
2. 본문 주석강해
1) 창조주의 한탄(창 6:5~12)
사람의 죄악이 세상에 가득함(창 6:5), 사람들의 마음으로 생각하는 모든 계획이 항상 악할 뿐인 현실(창 6:5), 온 땅이 하나님 앞에 부패하고 포악함이 가득(창 6:11). 땅 위에 사람 지으셨음을 한탄하시고 근심하심(창 6:6)……이 세상이 인간사회의 구조적 악으로 인해 전체를 오염시키고, 인간성은 황폐화되었을 때, 다른 피조세계와 생물 전체가 그 영향 아래 있게 되고 동일한 심판대상이 됨. 지구 생명세계는 유기적 관계망이며, 세계의 번영과 멸망의 원인 제공자가 인간임을 강조함. 다른 사악한 초월적 사탄의 책임이거나, 인간생명체의 생물학적 육체성과 유한성 그 자체가 아니고, ‘사람의 마음 씀과 생각하는 계획들’이 악하기 때문이다. 성경은 인간 죄성의 근원이 인간 마음과 의지의 남용과 오용에 있음을 변함없이 강조한다.
2) 노아와 그 가족에게 ‘구원의 방주’를 짓게 하고, 생물의 종(種)을 본존하심(창 6:13~7:5)
“노아는 의인이요, 당대에 완전한 자요, 하나님과 늘 동행하는 삶을 산 자”(창 6:9)였지만, 노아가 구원의 대상이 되고, 남은 자의 그루터기가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를 입음이라고 강조한다(창 6:8). 상세한 방주제작에 관한 하나님의 지시는 ‘방주’가 생명을 보존하고 지키는 ‘생명선’임을 암시하고, 뒷날 모든 교회론의 원형(原型)이 된다(창 6:13~17). 홍수설화에서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모든 혈육 있는 생물들(파충류, 조류, 포유류 동물)을 그 정결성 여부를 떠나 모두 그 종(種)을 보존하라는 명령에 있다(창 6:19~7:9). 생명의 존엄성과 그 생명종(種) 가치에 대한 성경적 시각을 잘 나타낸다.
3) 홍수범람과 심판(창 7:11~8:12)
물의 범람 특히 홍수는 종교적 상징성에서 혼돈, 무질서, 비존재, 죽음, 심판의 상징이자 실재였다. 물의 범람과 홍수 속에서, 인간은 자신들이 쌓아둔 모든 것들이 붕괴되고 무화(無化)됨을 체험하였다. 물은 생명의 근원조건이며, 성장조건이며, 정화수단이자, 심판의 도구이다. 인류는 물을 오염시키고, 물을 죄로써 죽임으로 인해, 인류가 스스로 물에 의해 심판을 받는다. 홍수가 40일 동안 계속된다는 것을 종교적 시련기간의 상징이다(창 7:17). 출애굽 후 40년을 광야에서 지내며, 예수는 40일 동안 광야의 금식후 시험을 받았다. 노아방주는 아라랏산(창 8:4)에 머물었고, 모세는 비스가산 정상에서 최후를 맞았고(신 34:1), 예수는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에 처형당함으로 구원의 근원이 되었다. 시편은 노래한다 :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까. 나의 도움은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 하나님에게서로다”(시 121:1~2).
4) 새로운 계약과 먹을거리에 관한 새로운 허락과 금계(창 8:13~9:17)
홍수설화의 진정한 의도는 인간의 죄는 그 죄값 대로 심판을 면할 수 없으나, 사람과 피조물 생명에 대한 하나님의 긍휼의 은총은 피조물(인간)의 죄의 힘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고백하려는 것이다. 은총에 대한 감격스런 신앙고백설화이다. 사람의 마음이 계획하는 것이 어려서부터 악함이기 때문에, 죄 때문에 피조물은 다 멸종시키지 않을 것이라 다짐하며, 땅이 있을 동안에 자연의 계절변화와 심고 거둠이 계속하리라고 한다(창 8:21~22). 무지개를 새로운 계약의 표징으로 설정하는 성경저자는 하나님의 새로운 ‘은총의 계약’을 미학적 상상력을 동원한 상징표현으로 아름답게 찬양한다(창 9:11~13).
특히 홍수설화는 인류의 먹을거리로서 동물을 허락하되, 피째 먹는 것을 금지시키고(창 9:3~4), 특히 사람의 피를 흘리면 그 사람의 피도 흘릴 것이니,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창 9:6). 이것은 고대나 현대나 만연한 폭력과 피 흘림에 대한 철저한 금지와 생명존중을 강조하는 것이다. 셈족종교가 ‘피 흘리는 종교’로 인상지어지는 것은 비극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