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가 종교인을 활용해 세월호 희생자 가족 단식 및 진상규명 요구를 잠재우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한겨레>는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캐비닛 문건'을 근거로 "박근혜 정부가 종교계를 활용해 세월호 진상규명 요구를 잠재우고 ‘일상'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지속한 정황이 나온다"고 24일 보도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프란치스코 교종이었다. 프란치스코 교종의 방한이 임박한 2014년 8월 8일자 대수비 자료에 "교황 방문을 통해 세월호 정국에서 일상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되도록 각계 노력을 당부"하겠다는 계획이 담겨 있다고 <한겨레>가 전했다. 이 같은 의도와 달리 프란치스코 교종은 방한 기간 내내 세월호 유가족에게 연대와 공감을 표시했다. 또 한국을 떠날 때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는 가르침을 남기기도 했다.
박근혜 청와대가 활용하려던 종교인 사운데엔 개신교 목회자도 빠지지 않았다. 그중 하나가 인천순복음교회 최성규 목사다. 그의 이름은 2014년 7월 25일자 "'팽목항 유족 일상으로....' 주제로 종교계 지도자 대 언론활동"이라는 제하의 문건에 등장한다. 해당 문건에서 최 목사는 7월 30일 <동아일보>, <국민일보>에 광고를 싣는 것으로 나온다.
실제 최 목사는 2014년 7월 30일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지면과 <동아일보>에 '돌을 던지면 맞겠습니다'는 광고를 싣고 세월호 수색 중단을 촉구했다. 최 목사는 이 광고에서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래는 해당 광고 중 한 대목이다.
"이제는 결단할 때입니다. 실종자 가족들이 먼저 결단해 주어야 합니다. 더 이상 또 다른 희생은 안 됩니다. 100일이 지났으니 이제 수색을 멈추기를 부탁드립니다. 수색 활동도 멈추고, 인양 작업도 멈추자는 것입니다. 실종이 아니라 죽음임을 받아들이자는 것입니다. 가족도, 정부도, 국민도 사랑하는 아들·딸이, 그리운 가족이 죽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진도 앞바다에 묻었다고 생각하기를 간곡히 청합니다."
"돌을 던지면 맞겠다는 심정으로 간곡히 부탁합니다. 진상조사는 정부에 맡깁시다. 특별법 제정은 국회에 맡깁시다. 책임자 처벌은 사법부에 맡깁시다. 진도 체육관에서 나오시고, 팽목항에서 나오시고, 단식농성장에서도 나오시고, 서명 받는 것에서도 나오십시오."
당시 최 목사의 광고는 소셜 미디어상에서 확산되며 비난 여론을 불러온 바 있었다. 그런데 최 목사의 광고가 박근혜 정부와 교감한 결과라는 정황이 이번에 새롭게 드러난 것이다. 최 목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기 직전, 국민대통합 위원장에 임명되기도 했다. 최 목사가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교감했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최 목사쪽 관계자는 <한겨레>에 "청와대와 교감은 전혀 없었다. 목사님은 세월호 참사를 무척 안타까워하셨고, 광고도 그런 취지에서 내보낸 것"이라며 교감 사실을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