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논란 속 맞은 명성교회 세습 1주년, 반응은 극과 극

집사 20여 명 노회 사무실 점거 vs 명정위 “김하나 목사 퇴진”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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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명성교회 세습 공방이 1년을 넘기고 있다.

12일은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가 취임 1년을 맞는 날이다. 지난 해 오늘, 김하나 목사는 명성교회에서 열린 ‘김삼환 원로목사 추대 및 김하나 목사 위임예식'에서 명성교회 담임 목사에 취임했다. 이후 격렬한 반대 여론이 일었고, 어느 덧 1년의 시간이 흘렀다.

1주년을 맞는 이날 명성교회는 극과 극의 반응을 내놨다. 먼저 명성교회 측 집사 20여 명은 서울 강동구 성내동 서울동남노회 사무실을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점거했다.

동남노회는 명성교회가 속한 노회로, 지난 10월 30일 정기노회를 통해 명성교회 세습에 반대하는 김수원 목사(태봉교회)가 노회장으로 선임됐다. 이러자 명성교회 측 장로들과 명성교회에 우호적인 노회원들이 김 목사의 노회장 취임에 반발해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명성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총회장 림형석 목사) 교단은 노회가 목사 임명권을 행사한다. 그래서 명성교회 측은 세습에 부정적인 김수원 목사의 노회장 취임 저지에 나선 것이다. 이번 노회 사무실 점거도 같은 이유에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명성교회 측 성도들은 점거 행위가 끝난 뒤 인증샷을 찍고 이를 소셜 미디어에 올렸다. 이 중 A 집사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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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명성교회 신도 B씨 제공)
명성교회 집사 20여 명은 12일 오후 9시부터 4시까지 동남노회 사무실을 점거했다. 이들은 인증샷을 찍고 이를 소셜 미디어에 올리기도 했다.

"어제 동남노회 사무실에 방문했습니다. 김수원 목사 일당이 스스로가 노회장이 되고 구성원을 만들어 자칭 회의하고 감시 카메라 장비도 절도해 가고 해서 무단침입과 절도죄로 고소당한 상황에서 다시 한 번 강제 침입 난동을 방지하기 위해 남선교회 집사님들과 차량부 집사님들이 노회 사무실을 오전조, 오후조로 (나눠) 김수원 목사 일당으로부터 지키고 있습니다."

A 집사는 기도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모두 한 목소리로 뜻을 거스르고 인간적 욕심에 노회와 명성교회에 위협을 가하는 반그리스도 무리들을 불쌍히 여겨 달라고, 그들이 하루 속히 회개하고 돌아오게 해 달라고. 무리수를 두는 무리들 때문에 휴가에 반차에 생업을 잠시 접고 노회 사무실을 지키고 있는 집사님들의 안위를 지켜달라고 기도해 주세요."

집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동남노회 측은 13일 "우리 노회가 언제까지 한 교회(명성교회 - 글쓴이)의 사유물이 되어야 하며 언제까지 저들에게 휘둘려야 하나?"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동남노회 지도부는 전임 임원이었던 고아무개 목사와 김아무개 목사가 이번 점거 사태를 배후 조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같은 의혹에 기자는 당사자들과 접촉해 입장을 물었다. 고아무개 목사는 즉답을 피했다. 김아무개 목사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 "사무실 점거는 아니고 장로 총대의원 여러분과 남선교회원들이 와서 노회를 위해 기도회를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동남노회 현 지도부측이 사무실문 열쇠를 무단으로 부수고 CCTV 셋톱박스를 탈취해 불안을 느껴 요청했다"고 답했다.

논란이 일자 노회장인 김수원 목사는 당면 현안을 지혜롭게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기자에게 전해왔다. 아래는 김 목사가 13일 오후 서면으로 전해온 입장이다.

"지난 1년 명성교회 사태로 빚어진 서울동남노회의 아픔과 갈등은 그래도 한국교회로 하여금 신앙의 본질에 대해 재점검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본다. 노회 문제가 복잡해보이나 실상은 간단하다. 한 교회(명성교회 - 글쓴이) 문제다. 물론 쉽지 않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주님과 걷다보면 길이 열릴 것이다. 동남노회 새임원진은 본연의 사명에 충실하게 임할 것이며 어떤 난제도 지혜롭게 해결해 낼 것이다."

한편 세습에 맞서 명성교회 성도들이 자발적으로 꾸린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명정위)는 12일 김하나 목사의 퇴진을 촉구했다. 명정위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재차 "돈 있고 힘 있으면 결국 해결되던 시대는 지나갔다. 명성의 불법 세습이 유지된다면 주변의 피해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하고 하루 빨리 결단하기 바란다"며 이 같이 촉구했다.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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