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인공지능(AI)이 '목사직'도 수행할 수 있을까

연세대 신과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2018 가을융합학술대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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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시간에 김진형 박사가 대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소윤 교수(연세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김진형 원장(인공지능연구원), 김흡영 대표(한국과학생명포럼), 박성원 박사(국회미래연구원), 이일학 교수(연세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박욱주 교수(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14일 신촌 연세대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흥미로운 대화가 오갔다. 한 과학자가 "인공지능(AI)이 목사를 대체할 수 있다"고 하자 한 신학자가 "대체 못합니다. 목사에게 중요한 건 설교기술이 아니라 신에 대한 믿음이거든요"라고 응수했다.

이날 오후 2시 연세대 원두우신학관 대예배실에서 "인공지능이 신앙을 가진다면? -종교적 인간의 미래 고찰-"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열렸다.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과의 바둑대결에서 승리했을 때까지만 해도 인공지능(AI)은 인간과의 대결 구도로 회자되곤했으나, 3년이 지난 지금 인공지능은 인간의 일상생활 곳곳에 심겨져 있다. 그리고 오늘 신학교에서는 인공지능의 종교성의 가능성을 물었다.

기조발표자 김진형 박사(인공지능연구원장,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인공지능 기술의 본질'을 주제로 발제하면서 "AI는 어디까지나 기술일 뿐"이라고 단정했다. 그에 따르면 "기술은 인간이 사용하는 도구일 뿐이며, 만약 인공지능이 감정을 갖는다고 해도 그것은 감정을 가진 것처럼 '흉내'내는 것 뿐이다. 인간이 가진 감정은 생명체가 생존하기 위해 만든 속성인데, 기계는 결코 생존을 위한 감정을 터득할 수 없다." 더 나아가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어떤 해를 끼친다고 해도 그것 역시 인간이 '시켜서' 수행한 것일 뿐 기계는 창발성이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럼에도 '인공지능이 목사직은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김 박사는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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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김진형 박사(인공지능연구원장, 카이스트 명예교수)가 "지금까지의 인공지능은 어떻게 보면 별 것 아니다. 진짜 대단한 것은 아직 발견되지 못한 것일 수 있다"고 케빈 켈리의 통찰을 전했다. 케빈 켈리는 "우리가 가진 AI는 앞으로 25년간 있을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또 다른 기조발표자 김흡영 박사(한국과학생명포럼, 강남대 명예교수)는 인공지능의 목사직 수행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목사에게 중요한 것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다. 설교는 한낱 기술이 아니다. 인간이 기도 등으로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를 하며 그것을 통해 나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김 박사는 "인공지능의 인간화를 이야기하기 전에 인간다움이 무엇인지에 대해 신학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신학은 신중심주의적 체계에 주력해왔다보니 상대적으로 인간론이 빈약하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이에 대해 패널토론자 박성원 박사(국회미래연구원)는 "(인공지능이 목사직을 수행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오기까지의 형국을 고려했을 때) 기독교가 반성해야 할 부분도 있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박 박사가 보기에 좀 더 먼 미래의 로봇은 단순 기계가 아니라 사람과 같은 인격체로 대접받을지도 모르는 대상이다. 그보다 더 먼 미래에서 인류의 존재는 어쩌면 로봇에게 정치적인 문제가 되어, 로봇이 자신들에게 필요한 인간을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으면 내쫓을 상황이 벌어지기도 할지도 모른다. 박 박사는 이같은 미래적 상상을 참석자들과 공유하며 인간의 책임의 중요성에 무게를 두었다.

한편 패널토론자 이일학 박사(연세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는 "인간이 가진 종교적 경험은 종교마다 다르고 개개인의 경험도 다른데, 종교적 경험을 하나로 묶는 것은 조악할 종합일지도 모른다"고 섣부른 판단을 경계했다. 한편 인공지능의 딥씽킹(deep thinking)이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줄 수 있다면, 윌리엄 제임스의 표현을 빌려 "종교적 경험을 '가능성을 벗어난 것'이라고 했을 때, 인공지능이 설명의 가능성을 벗어난 것들을 어떻게 표현할지 한번 들어보고 싶다"고 개인적 관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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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흡영 박사(한국과학생명포럼, 강남대 명예교수)가 AI를 신적으로 모시는 종교가 만들어진 일을 전하면서, 이 상황 속에서 기독교인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를 신학자로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패널토론자 박욱주 박사(연세대 객원교수)는 인공지능의 신앙 가능성에 대해 김흡영 교수의 입장에 동의를 표하며 "만일 인공지능이 인간이 수행하고 향유할 수 있을 만큼의 신앙을 가지려면 인간 삶 전체를 아우르는 전인적 마음을 실현해야 할 것이나, 이는 태생적으로 수학적 논리와 기계적 몸을 가진 로봇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주최측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의 소장 정재현 교수(연세대 종교철학)는 "인공지능이 단지 기계일 뿐이라는 진단과 함께 감정을 지닌 유사생명체로 발전하고 있는 현실을 기대와 우려를 섞어 보고 있는 혼란스러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 인공지능의 신앙가능성을 가늠하는 논의는 우리의 종교성이 기계적으로 작동하고 있지 않은지를 돌아보게 하는 거울 효과도 있어 신앙성찰을 위해서도 뜻있는 토론장이었다"고 이날 논의들을 평했다.

이 세미나는 연세대학교 신과대학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가 주최하였으며,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교실 미래의료인문사회과학회, 인제대학교 의문의학연구소, 연세대학교 미래융합연구원 종교와사회연구센터가 함께 했다.

이민애 theworld@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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