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세습 논란이 미궁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양상이다. 일단 예장통합 총회재판국(국장 강흥구)는 다음 달 4일 서울동남노회 비대위(위원장 김수원 목사)가 지난 10월 제기한 재심청구를 심의할 예정이다. 이에 총회재판국은 김수원 목사와 직전노회장인 고대근 목사에게 출석을 요청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명성교회, 그리고 명성교회가 속한 동남노회의 일부 목회자들이 세습을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수원 목사 등 동남노회 새 임원진들은 취임 직후 노회정상화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었다. 김 목사는 지난 12일 기자에게도 서면으로 "동남노회 새임원진은 본연의 사명에 충실하게 임할 것이며 어떤 난제도 지혜롭게 해결해 낼 것"이란 입장을 전달했다.
이 같은 의지에도 노회는 임시노회를 열지 못하고 있다. 새 임원진은 당초 20일 임시노회를 열어 노회 현안 등을 처리하고자 했다. 그러나 구 임원측의 사무실 폐쇄로 공문 발송을 하지 못했다. 이에 재차 27일 임시노회를 열고자 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한편, 직전 노회장 고대근 목사외 1인은 10월 31일과 11월 1일, 9일 이렇게 세 차례에 걸쳐 총회에 사고노회 규정을 요청했다. 예장통합 교단은 노회장과 부노회장 등 임원을 선출하지 못했을 때 총회가 해당 노회를 사고노회로 규정할 수 있고, 이 경우 임원회는 수습전권위를 파송한다. 사실상 노회가 총회 관리체제로 들어가는 셈이다.
총회임원회는 사고노회 규정은 하지 않았다. 단, 총회임원회는 김수원 목사 앞으로 보낸 14일자 공문에서 "총회 헌법에 따라 후속조치하기로 했음을 알린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그러면서도 새 임원진과 직전 임원진 양측의 합의 없이는 노회 소집이 불가하다고 통지했다. 이로서 다시 임시노회를 소집하려던 동남노회 새임원진의 계획도 무산됐다.
예장통합은 지난 달 전북 익산 신광교회에서 열린 제103회 총회를 통해 명성교회 세습을 재심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최근 흐름은 교단이 이 같은 결의를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하는 총회
특히 교단 안팎에선 총회가 명성교회 세습 문제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없지 않다. 이에 대해 기자는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연동교회에서 림형석 총회장을 만나 입장을 물었다. 총회가 세습 논란 해결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를 묻자 림 총회장은 "재심 재판은 진행할 것이다. 법과 원칙에 따를 것"이라고 답했다. 이 같은 입장 표명에도 세습 논란은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는 양상이다.
결국 '명성교회 세습 철회를 위한 예장연대'(아래 예장연대)는 다음 달 17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제103회 총회결의 이행 촉구 대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총회결의 이행 촉구 대회에서 설교를 맡기로 한 높은 뜻 숭의교회 김동호 목사는 27일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에 이렇게 적었다.
"12월 17일 월요일 저녁 7시 장신대로 모입시다. 정말 피치 못할 약속이 있다면 모를까, 피할 수 있는 약속이라면 피하고서라도 모입시다. 명성교회가 세습을 철회하거나 교단을 탈퇴하도록, 아니면 총회에서 가결하여 치리할 수 있도록, 총회 임원들이 은근슬쩍 담을 넘어가지 못하도록, 벙어리 총회 임원회가 입을 열 수 있도록, 총회재판국이 양심에 따라 바른 재판을 할 수 있도록, 우리들을 밟아도 꼼짝 못하는 굼벵이인줄로 알고, 함부로 행하는 저들을 향하여, 꿈틀거리는 힘을 모아 보여주십시다. 그 정의의 힘이 얼마나 강하고 무서운 것인가를 알게 해 주십시다."
김 목사의 게시글은 28일 오후 11시 기준 공유 58회, 좋아요 808회, 댓글 498회를 기록하며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댓글 가운데에는 김 목사를 비판하며 명성교회 세습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댓글이 집중적으로 달렸다.
이에 대해 김 목사는 28일 오전 재차 명성교회를 겨냥해 "이젠 본격적으로 마치 디도스 공격을 하듯 반격을 할 모양"이라며 "돌들이 소리 지르는 심정으로 굴하지 않고 계속 소리를 지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 목사는 세습 논란이 불거진 지난 해 11월부터 명성교회 세습 반대 릴레이 1인 시위에 참여하는 등 세습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