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무개 전 총장 연임으로 불거진 대전신학대학교 학내 갈등이 신임 총장 선임으로 증폭되는 양상이다. 특히 신임 총장은 취임하기도 전에 비리의혹을 받고 있다.
이번에 신임 총장으로 선임된 K 목사는 서울 영등포구 ㅇ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시무하다 재정 비리 사실이 드러나 물러난 바 있다.
그러나 대전신학대 이사회(이사장 김완식)는 20일 이사회를 열어 K 목사를 김 전 총장 후임으로 선임하고, 다음 달 13일 취임식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ㅇ교회 성도들이 K 목사의 구체적인 비리정황을 제보하고 나섰다.
제보를 통해 K 목사의 의혹을 재구성하면 이렇다. ㅇ교회는 K 목사의 교회재정 유용 및 횡령 등의 혐의를 포착하고 해임을 결정했다. ㅇ 교회는 지난 8월 26일부터 9월 9일까지 3주 연속 임시제직회를 열어 A 목사의 재정의혹 관련 사실확인 보고를 진행했다. 단, K 목사가 사임하는 조건으로 법적 책임을 묻지는 않았다.
하지만 K 목사의 대전신학대 취임 소식이 알려지면서 성도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특히 ㅇ교회 A 집사는 K 목사 재직 시 대전신학대가 연루된 교회자금 유용, 횡령 의심액이 1억을 넘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A 집사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2016년과 2017년 선교비 집행내역이 담긴 회계장부를 제시했다.
이 중 가장 눈에 띠는 항목은 선교비 중 일부가 김 전 총장에게 흘러들어간 것이다. ㅇ교회는 2016년 6개월 동안 매월 100만원씩 총 600만원을 김 전 총장에게 지급했다. 선교비가 대학총장 개인에게 지급된 건 무척 이례적이다. 제보자인 A 집사는 이 돈이 뇌물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ㅇ교회는 또 2016년과 2017년 비정기 후원금 명목으로 2,830만원을 대전신학대에 보냈다. 문제는 이 돈이 선교 담당목회자 개인 통장에서 계좌이체됐다는 점이다.
의심스러운 항목은 또 있다. 2016년 ㅇ교회는 학교발전기금 명목으로 대전신학대에 1억원을 기부했다. 당시 학교 측은 기부금 전달식을 개최하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ㅇ교회의 자체 조사결과 이 돈이 교회에서 지출된 것이 아닌, 개인 이름으로 입금된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신학대 관계자에 따르면, 입금자는 L씨로 되있는데 이 사람은 2017년 교수로 임용된 L교수의 친형으로 의심된다고 전했다.
대전신대 동문 "K 목사, 취임 포기하라"
K 목사의 비리의혹이 잇달아 불거지자 결국 대전신학대 학내 구성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 학교 동문들이 주축이 된 '대전신학대학교 바로세우기 모임'(아래 바로세우기 모임)은 30일 성명을 내고 신임 총장의 비리의혹에 우려를 표시했다. 바로세우기 모임은 성명에서 K 목사의 비리의혹을 끄집어냈다. 그 중 일부를 아래 인용한다.
"ㅇ교회에서 기부한 것으로 되어있는 건축헌금 1억은 교회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금은 밝힐 수 없지만 특정 개인이 기부한 것이고 그것을 마치 교회가 기부한 것처럼 사진을 찍고 요란을 떨었습니다. 더군다나 그 사람은 ㅇ교회 등록교인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문제가 되자 ㅇ교회에서 공식적으로 그 금액에 대해 기부금영수증을 끊어줄 것을 학교에 요구하였으나 학교에서는 개인에게 이미 기부금영수증이 발급되었다는 이유로 거부하였다고 합니다. 이에 더해 최근 제보된 정보에 의하면 ㅇ교회에서 선교비 명목으로 학교의 공식계좌가 아닌 특정개인이나, 단체이름 계좌로 송금하거나 현금 지출한 것이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바로세우기 모임은 그러면서 K 목사에게 총장 취임을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ㅇ교회 측도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ㅇ교회 관계자는 30일 오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좋은 일로 떠나도 서운한 마음이 들기 마련인데, 비리의혹으로 물러난 담임목사가 신학교 총장으로 임명된 건 그다지 마음이 좋지 않다"는 심경을 남겼다.
반면 이사회는 이미 총장 선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당사자인 K 목사에게 전화와 문자 등으로 입장을 물었지만 답신은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