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회 세계 총대주교인 바르톨로메오스 콘스탄티노플 대주교가 4일 방한했다. 정교회는 로마 가톨릭, 개신교와 함께 그리스도교의 3대 축을 이루는 교파로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청 등 14개 자치 교회, 3억 명의 성도가 있다.
바로톨로메오스 총대주교는 지난 1995년, 2000년, 2005년 등 세 차례 방한 한 바 있으며 이번에 네 번째로 한국을 찾았다. 이번 방한은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국 정교회 성 니콜라스 대성당 축성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이뤄졌다. 바르톨로메오스 총대주교는 오는 6일 성 니콜라스 축일 성찬예배를 집전할 예정이다. 한국 정교회 측은 이날 성찬예배에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바로톨로메오스 총대주교는 4일 오후 성 니콜라스 대성당 주교홀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한국 정교회 박인곤 보제의 통역으로 진행된 방한 기자회견에서 바로톨로메오스 총대주교는 한국인에 대한 애정과 한반도 평화에 관심을 드러냈다.
총대주교는 먼저 "한국인들은 늘 친절하고, 한국인과의 만남에서 늘 기쁨과 감사가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반도 화해 및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에 대한 바람을 전했다. 바르톨로메오스 총대주교의 말이다.
"한국 정교회를 비롯, 전세계 정교회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기도한다. 한국은 독일 통일 이후 전세계에서 극히 드물게 분단된 나라다.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은 통일 한국의 미래를 밝게 하는 좋은 소식이라고 생각한다. 두 정상이 다시 만나 화해와 통일을 위한 더 나은, 한 발짝 더 나아가는 만남을 갖기를 기원한다. 한편 가톨릭 프란치스코 교종의 북한 방문 계획 역시 기쁘게 생각한다."
바르톨로메오스 총대주교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한반도 통일에 애쓰심에 감사와 지지를 보낸다. 문 대통령의 임기 중에 한반도 통일이 이뤄지기 바란다"는 뜻을 내비쳤다. 총대주교는 오는 7일 문 대통령과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한반도 평화 무드에 대해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없지 않다. 특히 보수 정치권과 보수 개신교계는 반공 이념에 기대 화해 무드에 제동을 걸어왔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바르톨로메오스 총대주교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총대주교의 말이다.
"통일에 반대하는 분들께 왜 반대하느냐고 묻고 싶다. 한 민족, 한 나라였다가 외적 영향을 통해 분단된 민족이 하나를 이루려고 하는데, 반대하는 걸 이해하기 어렵다. 한 가족 중 반은 북에, 반은 남에 산다. 이 가족이 하나를 이루고 살 수 있게끔 노력하는데, 여기에 반대하는 게 타당한 일일까? 통일 반대자들은 자신들의 이익 때문에 반대하는 건 아닌지 추측해 본다. 정치적·경제적 이익이 가족의 일치와 사랑 위에 있을 수는 없다. 통일에 반대하는 이들은 많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리스도교로서 통일이 속히 이뤄지기를 기원한다."
바르톨로메오스 총대주교가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것 처럼, 이번 방한은 분단과 통일에 맞춰져 있다. 바르톨로메오스 총대주교는 기자회견에 앞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방문, 이홍정 총무와 면담했다. 이때에도 총대주교는 최근 진행 중인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일련의 과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방한 마지막날인 8일엔 강원도 철원 노동당사, 비무장지대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