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교회는 어디에 서 있는가. 너희들은 왜 침묵하는가. 모두 다 어디로 숨었는가."
김재환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쿼바디스>(2014)가 한국교회(개신교 교회)를 향해 던지는 묵직한 돌직구다.
이 다큐멘터리는 순복음교회·금란교회·사랑의교회 등 내로라하는 대형교회들의 민낯을 과감히 들춘다. 감독은 때론 비리 목회자들을 향해 격한 감정도 토로한다. 배임·탈세 혐의로 법정에 들어서는 조용기 순복음교회 원로목사를 향해 감독은 이렇게 외친다.
"교회가 당신들 영업장입니까?"
냉정하게 말해서, 그다지 잘 만든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화 <쿼바디스>에선 두 개의 시선이 등장한다. 우선 연로한 목사가 예수의 시선으로 한국교회를 조명한다. 다른 하나는 다큐멘터리 제작자 마이클 모어의 시선이다. 물론 마이클 모어는 가상인물이다. 극중 몇몇 상황 설정 역시 허구다.
가상과 현실이 뒤섞인 구성은 자칫 보는 관객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세습·성범죄·보수 반공 이념편향 등 개신교 교회의 문제점을 조금이라도 인식한 '눈 밝은' 관객들이라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교회 속사정을 잘 모르는 관객들도 한국교회가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김 감독은 지난 2015년 2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실제 영화는 장면마다 시선이 바뀐다. 연로한 목사가 예수의 시점으로 한국교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크리스천에게 '예수라면 어떨까?'하는 문제를 제기한다. 한편 마이클 모어는 전혀 취재가 안 되는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취재하고 촬영한다. 한국교회에 대한 취재도 똑같은 상황이었다. 마이클 모어는 말하자면 이런 상황에 대한 비유였다. 한 발 떨어져 바라보면 어처구니없지만, 정작 그 안은 너무 진지하다. 약간의 블랙 코미디 같은 상황이란 말이다."
진행형인 블랙코미디
감독의 지적대로 한국교회 상황은 블랙 코미디다. 더욱 우스꽝스러운 건, 이 영화가 다룬 대형교회들의 문제점은 지금도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차라리 지금 시점에서 개봉했으면 훨씬 수위를 높일 수 있고, 또 얼마든지 '대박'도 가능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마저 남는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는 2014년 2월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단 재판부가 "종교인으로서 오랜 기간 사회복지에 기여한" 점을 고려해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해 조 목사는 철창행을 면했을 뿐이다.
그런데 조 목사가 교회선교비로 부동산 투기를 한 정황이 지난 11월 20일 <뉴스타파> 보도로 드러났다. <뉴스타파>는 관련 자료와 증언을 토대로 순복음교회가 14년 동안 미국의 베데스다 대학에 선교비로 270억을 보냈는데, 이 돈이 조 목사 일가의 땅 투기로 쓰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교회 세습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는 길 목사(안석환)라는 가상인물을 통해 교회세습을 질타한다. 2018년 상황은 어떨까? 그때나 지금이나 교회만 다를 뿐 한국교회는 세습 논란이 진행 중이다. 주인공은 명성교회다.
명성교회는 장로교단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지난해 김삼환 원로목사가 아들 김하나 목사에게 교회를 물려줘, 교회는 물론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 교단은 지난 10월 제103회 총회를 열어 세습을 재심하기로 결정했다.
명성교회는 '땅부자'이기도 하다. MBC 시사고발프로그램 < PD수첩 > 보도에 따르면 명성교회는 전국에 23만9621㎡, 공시지가 1600억 원 규모의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적어도 땅장사에 관한 한, 명성교회나 순복음교회나 '도낀개낀'인 셈이다.
예배에 방해된다며 약자 쫓아내는 교회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당하는 이들을 대하는 태도는 더욱 심각하다. 영화는 '홈에버' 사태를 살짝 보여준다. 홈에버 사태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이랜드는 2007년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자사 소유의 대형할인점 홈에버 계산대 직원을 외주화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이랜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했고, 노동자들은 이에 반발해 현 홈플러스 상암점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사측은 이에 공권력을 동원한 강제진압으로 맞섰다. 영화는 노동자들의 투쟁과 사측의 강경진압 과정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특히 노동자들이 사랑의교회 앞에서 농성을 하는 장면은 한국교회의 인식 수준이 어디쯤인지 여실히 드러낸다.
그런데 왜 홈에버 노동자들이 사랑의교회로 달려가 농성을 벌였을까? 홈에버 모기업인 이랜드 박성수 회장이 사랑의교회 장로였기 때문이다(박 회장은 "성경엔 노조가 없다"는 주장을 펼치며 노조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노동자들의 농성을 바라보는 사랑의교회 성도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어느 성도는 노동자들이 예배를 방해하고 있다며 '어서 나가라'고 호통친다.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태도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다시 한 번 되풀이 됐다. 많은 교회들, 특히 보수 대형교회들은 세월호를 입에 올리는 걸 금기시 했다. 심지어 성도가 노란 리본을 달았다는 이유로 출교한 대형교회도 있었다.
다만 법정이 목회자들의 비리에 제동을 걸고 나선 건 한 줄기 위로를 준다. 5일 서울고법은 사랑의교회 오정현 담임목사에게 "목사 자격이 없는 피고를 소외 교회의 위임목사로 위임하기로 하는 이 사건 결의는 그 하자가 매우 중대하여 현저히 정의 관념에 반한다고 볼 것이므로 무효"라고 판시했다.
만약 이 판단이 대법원에서 뒤집히지 않으면, 오 목사는 더 이상 담임목사가 아니다. 사랑의교회 당회 측은 5일 항고 의사를 밝혔다. 오 목사로서는 일단 시간을 번 셈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볼 지점이 있다. 오 목사는 고 옥한흠 목사 후임으로 부임한 이후 논문 표절 의혹, 미국 장로교 목사 안수 과정, 국내 총신대 신대원 이수과정 등에 대한 의혹이 잇달아 불거지며 자질 시비에 시달렸다. 이게 뭘 말하는 걸까? 강남 대형교회 담임목사직을 차지하려는 욕망이 넘친 나머지 오 목사가 신분을 세탁한 건 아닐까?
오 목사의 욕망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가 있다. 오 목사는 부임 이후 서초동 대법원 맞은 편에 새 예배당 건축을 추진했다. 새 예배당 건축은 순탄치 않았다. 먼저 공식 집계 210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공사비와 여러 특혜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일었고, 여론도 주목했다. 그럼에도 오 목사는 거침이 없었다. 오 목사는 예배당이 완공되자 "하느님 두려워하는 목회를 하겠다"며 흡족해 했다.
영화 <쿼바디스>는 첫 장면에서 웅장하다 못해 위압적인 느낌까지 주는 사랑의교회 새 예배당을 보여준다. 예배당 장면 위로 흡족해 하는 오 목사의 환한 미소가 겹친다. 감독은 이런 장면 구성을 통해 논란 끝에 완성된 이 예배당이 욕망 덩어리임을 은연 중에 드러낸다. 오 목사의 선임인 고 옥한흠 목사의 아들인 옥성호는 새 예배당을 향해 이렇게 외친다.
"한국교회는 이 지점에서 침몰했다."
비단 사랑의교회뿐만 아니다. 대다수 한국교회 욕망에 사로잡혀 헤어 나올 줄 모른다. 이 와중에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은 실종됐다. 영화 속 마이클 모어는 미국 상원의 채플 목사였던 리처드 핼버슨 목사의 언급을 인용하며 이렇게 말한다.
"교회는 그리스로 이동해 철학이 되었고, 로마로 옮겨가서는 제도가 되었다. 그 다음에 유럽으로 가서 문화가 되었다. 마침내 미국으로 왔을 때 교회는 기업이 되었다. 그리고 한국으로 와서는 대기업이 되었다."
이 영화 <쿼바디스>는 욕망 덩어리로 전락한 한국교회를 제대로 기록한 텍스트다. 교회에 나가지 않더라도 한국교회에 대한 이해는 분명 필요하다.
개신교인들은 한국사회 곳곳에 포진해 있으며 때론 사회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칠 정책결정자 위치에 있는 이들도 많다. 이명박 전 정권 당시에는 아예 특정교회 출신인사들이 요직을 독점한 적도 있었다. 또 사학법 개정안, 종교인 과세 등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의제가 불거질 경우 집단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그런데 이들이 가진 '마인드'는 예수의 복음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기업논리와 판박이다.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이들이 잘못된 종교적 신념에 기반해 그릇된 의사결정을 내리면 그 피해는 온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감당해야 한다. 그러니 개신교 교회의 문제를 관심 갖고 지켜봐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쿼바디스>는 여느 다큐멘터라와 달리 부담 없이 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