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총장 재임 당시 학내 갈등이 불거졌던 대전신학대학교가 새 총장을 맞이했다. 그러나 교수협의회(교수협)와 동문 등 학내 구성원들은 새 총장에 곱지 않은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13일 오전 대전신학대 글로리아홀에서는 신임 김영권 총장서리 취임식이 열렸다.(총회 인준 절차가 남아 있어 아직 ‘서리'다 - 글쓴이) 이 학교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 교단 직영 신학교로, 이날 취임식엔 림형석 예장통합 총회장, 부총회장 차주욱 장로, 손달익 전 총회장 등 교단 임원진들이 참석했다.
반면 교수협 측은 비리의혹을 제기하며 김 총장서리 체제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신임 김 총장서리가 서울 영등포 소재 ㅇ교회에 시무하던 당시 교회재정 유용 및 횡령 등의 의혹이 있으며, 총장 인사가 나눠먹기 식으로 이뤄졌다는 게 교수협의 주장이다. 이에 교수협 측은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ㅇ교회의 한 성도는 교회 선교비가 전임 김 총장에게 흘러들어간 정황이 담긴 회계장부를 제시했다. 또 다른 성도는 신임 김 총장서리와 전임 총장이 ㅇ교회에서 빈번히 교류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신임 총장 취임식이 열리던 시각, 전임 김 총장은 대전지방검찰청에 소환됐다. 취재결과 대전지검은 기부금 유용 및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김 전 총장과 교수협 A·B교수 등을 불러 대질신문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했다. 또 교원소청심사위원회(심사위)는 이날 오전 지난 8월 김 전 총장 연임에 반대하다 해임 당한 C교수에 대해 취소결정을 내렸다. 즉, C교수에 대한 해고 처분이 부당했음을 심사위가 인정한 셈이다.
당사자인 김 총장서리는 비리의혹에 대해 불편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김완식 이사장은 김 총장서리 선임에 따른 논란에 대해 묻자 즉답을 피했다. 대신 취임식 참석을 위해 온 ㅇ교회 쪽 관계자가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재정 집행은 당회의 결의를 거쳐 정당하게 이뤄졌고, 김 총장서리가 담임목사직에서 물러난 건 다른 장로가 비리를 저지른데 대한 책임을 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의혹은 의혹일 뿐"이라며 김 총장서리를 감쌌다. 이날 취임식엔 ㅇ교회 성도 약 40여 명이 참석해 김 총장서리의 취임을 축하했다.
총회장 ‘하나 되자' 축사....정작 학내 갈등 몰라
림형석 총회장은 설교를 통해 "학교 운영이 어려워질까 염려할 수도 있으나 하나님에 대해선 걱정하지 말라"라면서 "서로 섬기며, 새 총장을 중심으로 하나가 되라"고 당부했다. 차주욱 부총회장도 김 총장서리 취임이 '화해의 문이 열리는 기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교단 임원진의 행보에 교수협측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총회 임원진이 학내 갈등이 있다는 걸 모르는 것 같다. 교수협이 총회 쪽에 알렸음에도 전달이 되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단 임원진을 겨냥해 "신임 총장이 비리의혹으로 형사고발이라도 당하면 교단 전체가 수치를 당하게 된다. 문제 총장과 하나가 되자는 건 범죄집단이 되자는 말"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기자가 림 총회장에게 학내 갈등과 신임 총장의 비리의혹을 파악하고 있는 지 묻자 림 총회장은 '들은 바 없다'며 자리를 피했다.
이 학교는 6일부터 8일, 그리고 15일과 16일 교육부 감사를 받았다. 감사결과는 이달 중순께 나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