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땅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온 국민이 일어나 군부독재정권에 맞서 승리를 쟁취했던 6.10항쟁 22주년을 맞이하는 오늘, 한국기독교장로회 교역자대회에 모인 우리 목회자들은 오랜 세월 수많은 사람들의 피땀으로 일궈낸 민주주의, 생명존중, 평화통일의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현실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에 2009 교역자대회에 모인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힙니다.
1. 특권층이 아니라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합니다.
국민이 위임한 권력은 소수 특권층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행복과 안녕을 위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그동안 각종 규제와 종부세 완화 등을 통해 특권층의 이익을 대변해 왔습니다. 반면 경제위기로 삶의 극단에 몰린 서민들의 호소에는 귀를 막고 있습니다. 그 정점에 용산참사가 있습니다. 이 시대의 상처인 용산참사는 외면한다고 치유될 문제가 아닙니다. 정부는 특권층 위주의 정책을 재검토하고,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장애인, 노인 등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을 위한 정책과 지원에 힘써야 합니다.
2. 한반도 평화를 위해 6.15와 10.4 선언을 실천해야 합니다.
대북 관계에서도 힘을 바탕으로 한 통일 정책은 어렵게 이룩한 남북 상호 신뢰와 협력관계를 파탄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평화는 대화와 인내, 상호존중을 통해서 한걸음씩 나아가야 합니다. 이미 우리는 남북의 정상들이 만나서 평화통일을 위한 진정한 합의를 하였습니다. 이제 6.15와 10.4 선언을 실천하는데 최선을 다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를 진전시켜야 합니다. 정부는 이제라도 북측과의 대화에 적극 나서서 개성공단문제 등 남북 사이의 현안들을 긍정적이고 발전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또한 대북 인도적 지원을 조속히 재개하고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전면참여를 철회해야 하며, 국제사회는 대북제재가 아니라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3. 국토의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해야 합니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한반도 운하 계획이 4대강 정비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천문학적인 비용도 염려스럽지만 한번 망가트린 국토는 다시 되살릴 수 없기에 반드시 충분한 검토와 토론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또한 그린벨트 해제 등 규제 완화를 통해 수도권 집중을 유도하고 국토의 비균형적인 활용을 조장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한 처사입니다. 정부는 짧은 이익에 매몰되지 말고, 먼 장래를 내다보면서 국토와 지역의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해야 합니다.
4. 권력욕을 버리고 민주주의 원칙에 충실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사회는 사회 전반에 걸쳐 민주화의 퇴보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공권력은 남용되고 있으며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와 결사, 표현의 자유 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습니다. 뜻있는 민주열사들의 희생으로 이룩한 숭고한 민주주의가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겸손히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이러한 기본에 충실하지 않고 방송법 개악 등 권력 연장에만 관심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밝을 수 없습니다. 정부는 국민의 정당한 문제제기를 억압하고 장악하여 권력을 연장하려는 모든 욕심을 접고 집시법과 방송법 등 반민주악법 개악 움직임을 철회하기 바랍니다.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전 국민적 추모 열기는 단지 노무현 전 대통령 한 사람의 죽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 남북화해와 협력의 귀중한 열매가 지난 1년 여 간의 현 정부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고 있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분노를 드러낸 것입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해야 할 한국교회가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음을 우리는 회개합니다.
이제 우리는 이 시대에 하나님께서 우리를 목회자로 부르신 뜻을 되새기며 하나님의 평화를 향한 기도의 행진에 결연히 나설 것입니다. 민주화, 인권, 경제적 평등, 생명 존중, 남북 화해 - 22년 전 온갖 위협과 탄압에도 무릎 꿇지 않고 희생으로 성취했던 이 모든 소중한 가치들이야말로 이 시대 한국교회와 목회자들이 추구해야 할 하나님의 말씀임을 확신하며 나아갈 것을 선언합니다.
2009년 6월 10일
한국기독교장로회 교역자대회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