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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달샘과 초점(10)] 홀로있음(solitude)과 외로움(loneliness)의 차이

홀로있음과 외로움은 다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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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 지유석 기자)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본지 자문위원)

"혼자 살면 외롭고 함께 살면 괴롭다"는 농담속에 진담이 역설적 인간의 실상을 적라라 하게 드러내 준다. 현대인의 삶은 교통통신의 발달과 사회적 관계망이 점점 더 얽히고 강화되기 때문에 '군중 속에서도 고독하다'는 말이 실감난다. 도시생활 전철이나 버스 속에서, 그리고 네거리 횡단보도와 도심의 인도길 위에서 어깨가 부딪히기 일쑤요 사람들이 짓는 소음소리에 '피로사회'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은 심신이 피곤하다. 현대인은 지쳐있고 피곤하고 외롭다. 그래서 혼자 사는 단독생활 아파트가 늘고, 혼밥족이 늘고, 갑작스레 애완동물 기르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우리말 사전이나 외국어 사전을 볼지라도 홀로있음(solitude)과 외로움(loneliness)은 늘 함께 따라다니는 사물과 그 그림자 관계처럼, 아주 비슷한 인간의 정서적 느낌 혹은 내면적 정신상태를 나타내는 말이다. 거기엔 쓸쓸함, 한적함, 고느적함, 고요함 같은 정조(情操)가 공통적으로 있다. 그러나 좀더 깊이 생각하고 분별해서 보면 홀로있음과 외로움은 비슷한 것 같으나 본질적으로 다른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홀로있음은 필요하고 피할 수 없는 존재론적 필수개념이고 외로움은 치유 받아 극복되어야 할 심리적 잉여개념이다.

홀로임음(solitude)은 영성적 인간의 필수요건

공관복음서를 보면 예수께서는 말씀전파와 병자치유의 일로 분주하시고, 늘 군중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었지만 때때로 홀로 한적한 곳에 가셔서 기도하셨다(막1:35, 눅5:16). 기도할 때 네 골방에 들어가서 은밀한 중에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라 권고하셨다(마6:6). 홀로있음(solitude)은 인간이 소유하거나 갖춘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빈 몸으로 단독자로서 영원자 앞에 서는 때 가장 핵심적 필수 조건이다. 뿐만 아니라, 홀로있음은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더불어 함께 있는 인간성(公人間性,co-humanity)을 가능케 하는 기본적 단위실재 이다. 인간의 공동체 생활자체가 전체주의나 동물의 떼거리 무리들처럼 되지 않으려면 '홀로있음'이라는 존재론적 용기와 독거(獨居)가 필요한 것이다. 사막의 영성가 안토니우스 수사를 비롯하여 예수님마저도 홀로있는 시간을 자주 가지셨다는 공관복음서 말씀에 주목해야 한다.

현대인들은 외로움을 피하기 위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찾아가고 거기에 휩쓸려 전체와 자기 자신을 동일시하려는 무의식적 시도를 한다. 운동경기장이나 예술 공연장의 집단적 한 몸 경험은 건강에도 어느 정도 까지는 좋다. 그러나 그것이 일상화 되면 자기 자신을 잃게 된다. 자기스스로 홀로설줄 모르는 정신적 영적 '애기상태'에 머물고 만다.

종교적 대중 집회도 마찬가지다. 집단, 단체, 무리, 군중, 큰 집회는 집단 회중이 내뿜는 열기가 있고 그 정서가 심하게 되면 집단적 과잉흥분상태와 심리적 황홀경험 까지도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은 참다운 영성의 성숙한 황홀경험이 아니다. 열기가 식고나면 더 허전하고 더 외로움에 빠진다. 마약 중독자들처럼 그런 사람은 계속 그런 집회를 찾아다닌다. 홀로 하나님 앞에 고요히 설 줄을 모른다. 아니 홀로 하나님 앞에 마틴 루터처럼 벌거벗은 몸으로 설 용기를 갖지 못하고 두려워한다. 이름 있는 큰 재벌기업 회사나 유명한 큰 교회를 자기 자신이라고 곧바로 동일시한다. 단체여행 상품처럼 구원을 보장해주는 큰 교회나 안정된 종교기관에 자기영혼은 의존하려 든다. 종교개혁 정신은 그렇지 않다.

외로움(loneliness)은 극복되고 치유되어야 할 것

사람은 대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한국처럼 4계절의 변화가 또렷한 지역 사람들은 가을은 양면성을 갖는다. 한편으론 청명하고 오곡백과 열매를 거두게 되니 풍요하고 감사하고 즐거움을 안겨다주는 계절이다. 다른 한편, 낙엽은 우수수 떨어지고 가을걷이 마친 빈 들녘은 호젓함과 쓸쓸함으로 조용하다. 사람들은 성주괴공(成住壞空)을 실감한다. 모두 다시 대자연 흙으로 되돌아간다.

외로움의 감정은 사람이 단독자로서 홀로 있다는 외톨이 된 감장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외로움의 뿌리는 인간의 유한성에 대한 직감에서 온다. 인간은 잠시 왔다가 쓸쓸하게 홀로서 외롭게 죽는다는 사실을 느끼기 때문에 온다. 우수의 실존철학자 덴마크의 쇠렌 키에르케고어는 그의 책 『죽음에 이르는 병』에서 말했다: "죽음에 이르는 치명적 병은 하나님이 내미시는 은총의 손길을 외면하거나 뿌리치는 것에서 온다."

우리 사회 정치계와 교계 일부는 아직도 본질에서 벗어난 기독교 집단무리들의 정치적 동원행사가 연이어 지루하고 짜증날 할 정도로 계속되면서 소위 '조국사태 이후'에도 주말마다 거리에서 소음을 일으킨다. 가을이 깊어가는 늦가을 이때, 이제 '집단적 무리'속에 휩쓸리면서 흥분하여 집단무리 속에서 잃어버린 나를 되찾고 고요히 홀로있음(solitude)와 외로움(loneliness)의 기독교적 참 의미를 되새김해야 할 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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