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를 둘러싼 공정사회에 대한 좌절과 실망 그리고 분노에 찬 보수 진영의 광화문 집회를 이끌고 있는 전광훈 목사가 30일 집회 현장에서 보수 개신교 대형교회 목사들을 향해 "당신들이 이 시대의 요나"라고 직격탄을 날려 이목을 끌었다.
전 목사는 얼마전까지 이들 대형교회 목사들이 자신과 집회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했으나 이날 태도를 바꿔 대형교회 목사들을 비판하고 나섰다. 앞서 전 목사는 일부 대형교회 목사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들이 문재인 정부 퇴진 서명 운동 등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사랑의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 등 전 목사가 언급한 해당 대형교회들이 전 목사의 주장에 "사실무근" "대응할 가치를 못느낀다" 등의 입장 표명을 하면서 일제히 전 목사와 거리를 두자 졸지에 거짓말쟁이로 몰린 전 목사가 돌연 태도를 바꾼 것이다.
전광훈 목사는 이날 설교에서 "요나 선지자가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고 도망가다가 같이 배에 탄 많은 사람들이 풍랑을 만났다"며 "오늘날 왜 잘 나가던 대한민국에 풍랑이 일어났을까? 요즘 기도하면서 이 시대의 요나를 찾아냈다. 대형교회 목사들이 바로 요나"라고 했다.
전 목사는 그러면서 "지금 풍랑이 일어나 대한민국이라는 배가 뒤집어지게 생겼다. 이 풍랑을 가라앉힐 사람은 한국교회 지도자들 뿐"이라며 "회개하고 (광화문에)나오면 이 풍랑을 하나님이 걷어주실 것이다. 기도도 뒤에서 한다고만 하지 말고 여기 나와서 하시라"고 했다.
전광훈 목사의 요나 설교는 보수 진영의 세력 결집에 대형교회를 동원해 머릿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들 대형교회는 반공주의와 박정희 찬양에 광신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전 목사의 '태극기부대'에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주요 집회에서 '태극기부대'의 상징인 태극기 대신에 한반도기를 등장시킨 사례는 이들 교회가 오늘날 한국 사회를 이끌 새로운 서사의 기능을 상실한 '태극기부대'와 거리를 둠으로써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주판알을 튕기는 모습을 여실히 드러낸다.
하지만 전 목사가 총구를 겨눈 이상 대형교회의 침묵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극단적 진영 논리에 입각한 전 목사 특유의 흑백 논리 화법에 의하면 이들 침묵하는 대형교회가 좌파 동조 세력으로 매도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광장으로 나오라는 전 목사의 요구를 이들 보수 대형교회가 외면만 할 수는 없는 이유다. 현 정권에 대한 침묵도 일종의 정치행위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는 침묵하는 다수가 소통할 만한 광장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좌우, 양극단의 진영논리가 득세하면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소수자인 도덕적 개인은 비도덕적 집단의 광기어린 폭력의 희생양이 되기 일쑤이며 진영논리 틈에 낀 보통 시민은 침묵 또는 어느 한 편에 설 것을 강요 당하기 십상이다. 진보 진영의 '공정'이라는 서사에 치명상을 입힌 조국을 비판하다가 되려 그 진영으로부터 뭇매를 맞은 진보 지식인 진중권 교수(동양대)의 사례를 봐도 그렇다.
대중매체 역시 이들 진영논리에 기생해 불편한 진실보다는 대중이 듣고 싶은 소리를 들려주며 그 욕구를 채워주는 나팔수 노릇을 하기 바쁘다. 언론은 환상을 만들고 대중은 자신의 관심과 이해관계에 따라 그것을 소비하는 기형적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러한 대중매체 환경은 집단의 광기에 붙들려 있는 '태극기부대'와 '조국기부대'로 하여금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기회마저 뺏으며 오히려 이들의 광신적 태도를 부채질하기까지 한다.
분명한 것은 이들 좌우 양 진영이 공통으로 소비하고 있는 가치인 자유는 진실의 터전에 서 있을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진실이 없는 자유는 반쪽자리 자유에 불과하며 오히려 그것은 자기 집단에게는 자유일찌언정 집단에 속하지 않은 타자에게는 억압으로 비춰질 따름이다. 자유는 진리와 함께 거할 때 온전한 자유에 이를 수 있다. 그 진리가 불편한 진실일지라도 말이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