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조 들었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하는 짓이나 어떤 분위기를 보니까 곧 망할 것 같다는 의미죠. 교회가 망조 들어가는 모습이 하나 있습니다. 교회 식구들이나 목회자들에게 가정을 개방하지 않는 것입니다. 목회를 하다 보니, 요즘은 결혼이나 가정이 그 자체로 우상이 된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가정이나 결혼을 소중하게 여기는 일을 누가 욕하겠습니까만 소중함의 가치를 넘어 가정을 통해 자신들의 이기심을 충족하고 자기 사생활의 보존을 극대화하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결혼이라는 거, 해보면 알지만 그 험난한 여정을 신랑이나 신부, 두 사람에게만 그냥 맡겨두면 안 됩니다. 자신들의 인식에 갇혀, 가정을 소중히 여긴답시고 둘만의 공간을 강조하면서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을 극히 제한하는 모습으로 가다 보니 이혼이 더 증가하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가정을 귀히 여기는 삐뚤어진 방법이 두 사람을 파경의 자리로 내모는 형국입니다. 집을 열어야 합니다. 교회는 혈통적 가족관계를 넘어서는 자리로 부름 받은 공동체잖아요. 다른 이들의 결혼생활도 듣고, 코치도 받고, 정보도 나누고, 교제하며 신랑과 신부 험담도 하고, 그런 과정이 한 가정을 건강하게 만듭니다. '우리 둘이서 영원토록' 이런 구호를 구체적인 삶의 방식으로 만들다가 가정은 병이 들고 골로 갑니다.
정교회 신학자 알렌산더 슈메만의 외침을 들어보세요. "끊임없이 자신의 이기심과 자기만족을 십자가에 못 박지 않는 결혼, 스스로 죽고 자기 너머를 지향하지 않는 결혼은 기독교적 결혼이 아니다. 오늘날의 결혼의 진짜 죄는 간음도, 부적응도, 정신적 학대도 아니다. 진짜 죄는 가정 그 자체의 우상화, 결혼을 하나님 나라를 지향하는 것으로 이해하기를 거부하는 태도다."
자기 가정을 너무 소중히 하는 일이 어떤 의미에서 가정을 가장 많이 망치는 길임을 기억하십시오. 남편과 아내, 두 사람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전부 채워줄 능력과 실력이 없는 존재들입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 간단한 사실을 맘에 새기고 집을 개방하세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가족으로 맞이하세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한 이 놀라운 기회와 은혜를 발로 걷어차는 바보들이 되지 않길 바랍니다.
※ 이 글은 김관성 목사(행신침례교회 담임)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본보는 앞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신앙성찰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글을 게재키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