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축하인가, 감사인가

채영삼 백석대 교수

jesus
(Photo :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바톨로메 에스테반 뮤릴로(Bartholome Esteban Murillo, 1617-1682), <목동들의 경배를 받으시는 아기 예수님>(1650-1682)

"예수님 탄생을 축하드려요"

사실, 그분에게 탄생이란 축하할만한 일이 못되었다. 영원한 생명이신 그분이, 한낯 육신에 갇힌 인생으로 오신 것이 그 자신에게 무슨 축하할 일이었던가. 본래 하나님의 본체이신 분이 종의 형상을 입은 것이 그에게 정말 축하할 일이었던가.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드려요"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거리감, 마치 예수가 종교가 되어버리는 듯한 막연한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우리야 아예 없던 생명을 얻어 이 땅에 태어났으니 선물을 얻은 것 같아 축하받을 일이지만, 예수님은 태어나셔서 무얼 얻으셨는가. 모든 것을 내어주고 다 잃으시지 않았던가.

내 생일도 축하받으니 예수님도 생일을 축하하자는 발상은 그래서 어딘가 어색하다. 차라리 감사가 낫지 않을까. '예수님의 탄생을 감사드려요.'

우리 편에서는 감사할 일이다. 그분의 탄생이 그분 편에서는 불편하고 고통스럽고 아픔이지만, 우리 편에서는 감사요 평화요 그분을 보내주신 하나님께는 과연 그 사랑으로 인해 영광을 얻으실 일이다.

가볍게 생각지 말자. 영아부 어린이 생일 축하하듯, 아기 예수님도 생일 축하하고 케익 잘라주고 노래 불러주는 것으로 성탄절을 치르기에는 어딘가 불편하고 어색하다. 기독교는 종교가 아니다. 복음은 관습이 아니다.

나같은 죄인을 위하여 그 아들을 보내신 아버지의 사랑에 머리를 조아린다. 이 시궁창만도 못한 지옥에 그 영광과 의로 가득하신 아들을 내어주신 아버지, 그 아버지의 사랑을 따라 순종하여 오신 그 아들의 탄생에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사밖에 드릴 것이 없다.

※ 이 글은 채영삼 백석대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본보는 앞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신앙성찰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글을 게재키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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