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죄 짓게 하는 목사

박충구 전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

misba
(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과거 서울 중구 대한문 광장에서는 미스바 기도성회가 열리던 모습. 연단에서는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나부끼고 있으며 집회 참석자는 한쌍을 이룬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있다. 위 사진은 해당 글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죄는 두 가지가 있다. 명료하게 생명에게 해악을 끼치는 행위로서의 죄, 그리고 다른 이들이 무고한 이의 생명을 해하도록 방관하는 죄가 있다. 상당수의 기독교인들은 죄란 무엇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배운다. 도둑질 하지 않고, 간음하지 않고, 살인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그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착한 사람으로 남아 있는 것이라고 여긴다. 이런 가르침은 틀린 것이다. 악을 방관하는 죄를 짓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착하게 살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사회악이 독버섯처럼 자란다.

목사 중에는 신도들에게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그저 기도만 하면 된다고 가르치는 자들이 있다. 이런 목사는 아주 잘못된 목사다. 왜냐하면 아무 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기도만 함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무고한 생명이 차별을 받아 눈물을 흘리고, 억압과 고통을 겪는 세상을 그대로 방치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인간을 증오하는 자들, 인간을 차별하는 자들, 인간을 억압하는 자들, 불법을 행하는 자들이 고귀한 생명을 해할 여지를 남겨두지 않는 사회야 말로 문명사회이고, 정의로운 사회가 아닌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이에 대한민국이 두 동강이가 나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이에 누군가가 이 땅에 사드를 들여오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기도만 하는 동안에 미군이 탄저균 실험실을 부산항에 지었다.

우리가 새벽기도만 하는 동안에 나라를 빼앗겼고, 우리가 기도만 하고 찬양을 열심히 부르는 동안, 남북 동족 상잔의 전쟁이 일어나 400만명의 생명이 살상을 당했고, 기독교 신자들은 성조기를 들고 다니며 미국을 종주국으로 여기는 정신적 식민지인이 되었다. 그런데도 아직도 기도만 하면 된다고 기도만능주의를 가르치는 목사들은 도대체 어떤 인간인가?

※ 이 글은 박충구 전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본보는 앞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신앙성찰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글을 게재키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인간을 예속시키며 자기를 확장하는 인공지능의 몸

전철 한신대 교수(한신대 신학대학원장, 조직신학)가 『신학사상』 2023년 여름호에 노동을 이유로 인간의 몸을 점차로 예속시키면서 자기 확장을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텍스트 사이에서 16] 『침묵』의 페레이라 신부가 일본에서 만난 그리스도에 대한 수상

17세기 일본의 교회 박해는 절정에 달했다. 교회 당국도 사제들의 일본 선교를 허락하지 않으려 했다. 이 와중에 열정적인 젊은 사제들은 일본 입국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안병무의 민중신학에 대한 위르겐 몰트만의 제언

혜암신학연구소의 연구 저널 《신학과 교회》 제18호(2022, 겨울)에 독일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 박사의 논문이 실려 이목을 끈다. 이 저널의 특집 주제는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욥기에 숨겨진 신의 폭력 연루성을 누설하다

기존의 욥기 신학이 신정론 또는 신의 절대 주권성에 기울어져 신의 폭력 연루성에 대해 침묵해 왔다고 꼬집으며 욥기 내러티브에 은폐된 신의 폭력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자연중심주의 주장하는 학자들에 대한 반박

김균진 연세대 명예교수가 최근 몰트만 교수 96세 기념논문집 『너희의 구원이 가까웠으니, 너희의 머리를 들라』(Erhebt Eure Häupter, weil sich Eure Erlösung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21세기 민중신학, 삶의 자리 변화 직시해야"

한신대 김경재 명예교수가 1970-80년대 융성했다가 격변의 현실 속에서 시들어진 민중신학이 다시금 꽃을 피우려면 '삶의 자리'가 크게 변했음을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창조적 계승인가? 가문자랑의 답습인가?"

"창조적 계승인가? 가문자랑의 답습인가?" 6일 오후 1시 한신대 신대원 장공관에서 '한신을 만든 사람들'이라는 큰 주제 아래 진행되는 한신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인간을 폭군으로 만든 '땅을 다스리라'의 참 뜻은.."

위르겐 몰트만 박사가 혜암신학연구소가 발행하는 기관지 『신학과 교회』 제17호(2022년 여름)에 투고한 논문 「생태정의」를 통해 오늘날 생태재앙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성경을 기반으로 타자 관계 중시한 리쾨르의 철학

한국조직신학회(이오갑 회장)가 최근 9차 월례신학포럼을 개최했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번 포럼에서는 혜정 박사(Globe Covenant Seminary, USA)가 '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