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는 두 가지가 있다. 명료하게 생명에게 해악을 끼치는 행위로서의 죄, 그리고 다른 이들이 무고한 이의 생명을 해하도록 방관하는 죄가 있다. 상당수의 기독교인들은 죄란 무엇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배운다. 도둑질 하지 않고, 간음하지 않고, 살인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그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착한 사람으로 남아 있는 것이라고 여긴다. 이런 가르침은 틀린 것이다. 악을 방관하는 죄를 짓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착하게 살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사회악이 독버섯처럼 자란다.
목사 중에는 신도들에게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그저 기도만 하면 된다고 가르치는 자들이 있다. 이런 목사는 아주 잘못된 목사다. 왜냐하면 아무 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기도만 함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무고한 생명이 차별을 받아 눈물을 흘리고, 억압과 고통을 겪는 세상을 그대로 방치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인간을 증오하는 자들, 인간을 차별하는 자들, 인간을 억압하는 자들, 불법을 행하는 자들이 고귀한 생명을 해할 여지를 남겨두지 않는 사회야 말로 문명사회이고, 정의로운 사회가 아닌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이에 대한민국이 두 동강이가 나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이에 누군가가 이 땅에 사드를 들여오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기도만 하는 동안에 미군이 탄저균 실험실을 부산항에 지었다.
우리가 새벽기도만 하는 동안에 나라를 빼앗겼고, 우리가 기도만 하고 찬양을 열심히 부르는 동안, 남북 동족 상잔의 전쟁이 일어나 400만명의 생명이 살상을 당했고, 기독교 신자들은 성조기를 들고 다니며 미국을 종주국으로 여기는 정신적 식민지인이 되었다. 그런데도 아직도 기도만 하면 된다고 기도만능주의를 가르치는 목사들은 도대체 어떤 인간인가?
※ 이 글은 박충구 전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본보는 앞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신앙성찰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글을 게재키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