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최일도 목사 “대형교회 버스에 총질 해서야 되겠느냐”

사례비 달라는 개척교회 목회자 이야기

▲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강연하고 있는 최일도 목사 ⓒ베리타스 
22일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미래교회 컨퍼런스 강사로 나선 최일도 목사(다일교회)가 강연 말미에 눈시울을 붉혔다. '영성과 사회적 실천'이란 주제로 강의를 한 최 목사는 마지막으로 지난 10개월간 안식년을 가지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사건 하나를 소개했고, 말하는 중 몇번이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작년 이맘 때 쯤 연세대에서 열린 동 컨퍼런스 강사로 강단에 섰던 최 목사는 무사히 강의를 마친 뒤 귀가하려던 찰나 낯선 목사를 만났는데, 이 목사가 다짜고짜 최 목사에게 이유를 묻지 말고 강의 사례비를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강의 사례비를 현금으로 지급 받지 못하고, 계좌로 지급 받아 지금은 현금이 없다고 답한 최 목사는 강의 사례비를 달라고 한 이유를 물었고, 이 낯선 목사는 “최 목사님 강연 들으러 여기까지 왔는데 제가 지금 돌아 갈 차비가 없습니다. 전 사실 개척교회 목사를 하고 있는데 이런 어려운 사정을 최 목사님도 한 때 개척교회를 하셨으니 아시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 목사의 하소연이 시작됐다고 최 목사는 설명했다. 자기가 개척하는 지역에 얼마 전 대형교회가 들어섰고, 이 대형교회가 대형버스를 운행하면서 성도들을 가득가득 실어나르고 있다며 언뜻 드는 생각이 총이라도 있다면 이 버스에 총질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자 최 목사는 “아무리 그래도 총질이야 해서 되겠습니까”라며 “목사님 사정은 잘 알았습니다. 강의 사례비 받은 것 어떻게든 다 보내드릴테니 연락만 달라”고 말했고, 실제로 사례비를 계좌로 송금했다고 전했다.

이런 개인적 경험을 밝힌 최 목사는 강연을 끝마치며 “무엇이 이토록 이 작은 교회 목회자를 저런 생각까지 하게끔 몰아간 것일까”라며 “우리는 모두 그리스도의 한 지체인데 어찌 이렇게 가슴 아픈 사연을 몰라주고, 제각각 자기 교회만 생각하는 것일까”고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최 목사는 또 “당시 개척교회 목사에게 사례금을 주면서 저는 그에게 “빚졌다고 생각하지 말라. 내가 오히려 당신에게 빚을 졌다”는 말도 함께 했다”며 “지난 10개월간 안식년 동안 대부분의 기간을 이 개척교회, 미자립교회를 찾아가 위로해주고, 물심 양면으로 도와주는 일을 하며 작은교회 목사들의 신음소리와 통곡을 몰라줬던 마음의 빚을 갚으려고 했다”고 밝혔다.

앞서 최일도 목사는 강연 중 영성과 사회적 책임은 별개가 아니라 긴밀히 상호작용하면서 발전해 가는 것이라며 다일공동체 얘기를 꺼냈다. 밥퍼 목사로도 불리는 최 목사는 “저는 빛과 소금이라는 말보다 소금과 빛이란 말을 자주 쓴다”며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의 빛이 되기 전에 세상 가운데 신음하고, 고통받는 약자들 그 속에서 녹아내리는 소금이 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저는 충만한 영성을 다른 곳에 쓰지 않고, 세상 속에서 소금처럼 녹아내리는 데 쓰기 위해 사회 내 최하층을 찾아가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밥 퍼주는 일을 했다”며 “그 밥을 퍼주는 것이 마치 생명을 퍼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다일공동체 초창기 시절을 소회하기도 했다.

연세대학교 신과대학과 연합신학대학원이 공동 주최하는 2009 미래교회 컨퍼런스 'the spirit'은 오는 25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둘째날(23일)에는 '신약의 영성' '천주교의 영성' '영성지도와 영적분별' '기도운동과 영성'을 주제로 각각 서중석 부총장(연세대), 이재돈 교수(가톨릭대), 최승기 교수(호남신대), 유해룡 교수(장신대) 등이 강의하고, 셋째날(24일)엔 구약의 영성(감신대 왕대일 교수), 영성과 리더십(거룩한빛광성교회 정성진 목사), 목회현장의 영성(대전 산성교회 지성업 목사), 영성과 렉티오 디비나(서강대 강영안 교수) 등을 주제로 한 강의가 열린다.

마지막 날(25일)엔 영성과 심리치료(연세대 정석환 교수) 성령과 영성(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 해방의 영성(경동교회 박종화 목사) 등의 강의가 이어진다. 종강예배는 새벽교회 이승영 목사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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