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함께 춤을?

류호준 백석대 은퇴교수

david
(Photo : ⓒ류호준 페이스북 갈무리)
▲다윗의 막춤

기독교인들에게 종종 "춤"은 좋지 못한 느낌을 준다. "춤바람이 났다!"는 말이 그런 뜻일 게다. 전통적으로 기독교에선 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교주의와 연계성, 성적 자극 등으로 인해 그랬다. 헬라 철학의 영향을 받은 "영육 이원론" 때문일 수도 있다. 근데 "춤"이라 하면 부정적이면서도 "댄스"라면 덜 부정적인 것은 웬일일까? 아마 서양의 "포크댄스"(folk dance)가 떠올라서일지도 모르겠다. 근데 웃기는 것은 "민속춤"이나 "민속무용"도 영어로 "포크댄스"(folk dance)라 한다. 서양 것에 대한 맹목적 동경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럼 기독교인들은 예배 시에 춤을 출 수 있을까? 이른바 "예배의 춤"(worship dance)말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예배의식인 "예전"(禮典, liturgy)의 일부로 행해지는 "예전적 춤"(liturgical dance)말이다. 20세기 후반부터 서구 교회에선 "예전적 춤"이 예배 시에 시행되기도 했다.

성경적 근거가 있다? 없다? 있다! 언약궤가 다윗 성으로 귀환할 때 다윗은 너무 기쁜 나머지 타인의 눈을 상관치 않고 "춤"을 추지 않았는가? "여호와의 궤가 다윗 성으로 들어올 때에 다윗 왕이 여호와 앞에서 뛰놀며 춤추었더라!"(삼하6:16; 대상15:29)

근데 다윗의 춤은 막춤일 가능성이 있다. 달리 말해 여호와의 영에 이끌린 "자연스런 막춤"이 아니었을까 상상해본다.

한편, "예전적 춤"의 원조는 다윗이 아니라 그 보다 한참 위로 출애굽 때로 올라갈 수 있다. 애굽을 탈출하여 홍해에 이르렀을 때 망연자실했던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 하나님은 모세를 통해 홍해를 가르신다. "바로의 말과 병거와 마병이 함께 바다에 들어가매 여호와께서 바닷물을 그들 위에 되돌려 흐르게 하셨으나 이스라엘 자손은 바다 가운데서 마른 땅으로 지나간지라." 기적적으로 홍해를 건넌 후에 모세는 그 유명한 "모세의 노래"(출 15:1-18)를 지어 훗날 이스라엘 백성들이 예전적으로 노래하도록 명했다.

miriam
(Photo : ⓒ류호준 페이스북 갈무리)
▲미리암과 함께 춤을

하나님의 위대한 승리를 목도한 미리암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아론과 모세의 누이인 미리암이 소고 악기를 들고 나오자 모든 여인들도 미리암을 따라 나오며 소고를 잡고 춤을 추었다는 것이다!(출 15:20). 춤만 춘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위대한 일을 노래하는 내용으로 작사까지 한 것이다. 가사와 악기와 신명나는 춤이 함께 어우러진 기쁨 충만한 "예전적 춤마당"이었다. "아론의 누이 선지자 미리암이 손에 소고를 잡으매 모든 여인도 그를 따라 나오며 소고를 잡고 춤추니 미리암이 그들에게 화답하여 이르되 '너희는 여호와를 찬송하라! 그는 높고 영화로우심이요 말과 그 탄자를 바다에 던지셨음이로다! 하였더라"(출 15:19-21)

춤을 추실래요? 성령에 이끌린 막춤도 상관없어요. 왜 흑인 교회에서 몸을 흔드는지 아시겠습니까? 아프리카의 그리스도인의 예배를 목격해 보신 일이 있습니까? 몸과 영 모두를 사용하여 하나님을 찬양하고 노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게 성령과 진리 안에서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송축하고 예배하는 모습일 겁니다.

추신: 지금도 잊어지지 않는 광경은, 대천덕 신부님께서 집회시에 덩실덩실 춤을 추시던 모습. ㅠㅠ 성령님에 이끌려 어린아이와 같이 천진난만하고 소박하게 웃으시며 춤을 추시던 모습을.

※ 이 글은 류호준 백석대 은퇴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본보는 앞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신앙성찰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글을 게재키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해 창조 신앙 무력화돼"

창조 신앙을 고백하는 한국교회가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신앙이 사사화 되면서 연대 책임을 물어오는 기후 위기라는 시대적 현실 앞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마가복음 묵상(2): 기독교를 능력 종교로 만들려는 번영복음

"기독교는 도덕 종교, 윤리 종교도 아니지만 능력 종교도 아님을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성령 충만한 자의 실존적 현실이 때때로 젖과 꿀이 흐르는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특별기고] 니체의 시각에서 본 "유대인 문제"에 관하여

""무신론자", "반기독자"(Antichrist)로 알려진 니체는 "유대인 문제"에 관해 놀라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유대인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인? 무종교인들의 증가는 기성 종교에 또 다른 도전"

최근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무종교인의 성격을 규명하는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정재영 박사(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종교와 사회」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신의 섭리 숨어있는 『반지의 제왕』, 현대의 종교적 현실과 닮아"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의 섭리와 『반지의 제왕』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숭실대 권연경 교수(성서학)는 「신학과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논문소개] 탈존적 주체, 유목적 주체, 포스트휴먼 주체

이관표 박사의 논문 "미래 시대 새로운 주체 이해의 모색"은 세 명의 현대 및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들의 주체 이해를 소개한다. 마르틴 하이데거, 질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교회가 쇠퇴하고 신학생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하다"

한신대 김경재 명예교수의 신학 여정을 다룬 '한신인터뷰'가 15일 공개됐습니다. 한신인터뷰 플러스(Hanshin-In-Terview +)는 한신과 기장 각 분야에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진과 선에 쏠려 있는 개신교 전통에서 미(美)는 간과돼"

「기독교사상」 최신호의 '이달의 추천글'에 신사빈 박사(이화여대)의 글이 소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키에르케고어와 리쾨르를 거쳐 찾아가는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사회봉사를 개교회 성장 도구로 삼아온 경우 많았다"

이승열 목사가 「기독교사상」 최근호(3월)에 기고한 '사회복지선교와 디아코니아'란 제목의 글에서 대부분의 교단 총회 직영 신학대학교의 교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