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코로나 바이러스에 기생하는 탐욕 그리고 처음교회"

박경양 목사·평화의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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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코로나 맵 사이트 갈무리)
▲국내 코로나 바이러스 현황 지도

OECD는 경제성장률만으로는 한 사회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이유로 2011년부터 매년 5월에 경제지수와 함께 각 나라의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를 발표합니다. '더 나은 삶 지수'는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이웃이나 친구 등 사회적 네트워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공동체지수를 비롯해 삶과 일의 균형, 안정, 양극화 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조사하여 평가합니다.

2016년에 OECD가 발표한 '더 나은 삶 지수' 중 우리나라의 공동체지수는 OECD국가 전체 평균인 88%보다 16%, 1위를 차지한 아일랜드의 96%보다 24%가 낮은 72%였습니다. 이는 러시아나 브라질보다도 낮은 것으로 OECD국가 중 최하위입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우리나라는 OECD회원국 중 이웃에 대한 관심이나 배려가 가장 낮은 비정한 국가라는 말입니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한 일부 국민, 일부 정치권, 일부 언론들의 처신을 지켜보면서 이들의 처신이 우리나라의 공동체지수가 OECD회원국 중 꼴지라는 사실을 입증해 주는듯해 씁쓸했습니다.

정부가 우한거주 교민과 유학생을 귀국시켜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과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나눠 격리 수용하기로 결정하자 현지 일부 주민들은 자신들의 안전을 빌미로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이에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언론은 정부가 일부러 야당지역을 골라서 격리장소를 정한 것 아니냐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을 대서특필하면서 주민들을 부추겼습니다. 여기에 더해 정우택, 경대수, 이명수 등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은 충청에 대한 홀대라며 지역감정까지 동원해 주민들을 선동했습니다. 점입가경으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도 무시한 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우한폐렴'이라 불렀습니다. 또 중국인 입국금지 청와대 청원이 50만 명을 넘기자 정부가 이들의 의견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중국인의 입국금지에 동조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과 일부 보수언론 그리고 일부 국민들의 반대가 거센 와중에 아산의 한 주민이 "고통과 절망 속에서 많이 힘드셨죠. 아산에서 편안히 쉬었다 가십시오"라고 쓴 스케치북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이후 SNS을 중심으로 '#we_are_asan' '#우한교민환영합니다' '#아산시민은환영합니다' 등 우한교민들에 대한 연대의 뜻을 표하는 '우한 교민 환영 해시태그 운동'이 전개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운동이 확산되자 결국 우한교민 격리수용을 반대하던 진천과 아산의 주민들도 자신들의 주장을 철회했습니다. 또 우한교민들이 도착하기 전에 수용 반대 펼침 막을 자진 철거하고 대신 "우한 형제님들, 생거진천에서 편히 쉬어가십시오"라는 펼침 막을 내 걸며 상황은 정리되었습니다. 시민의 힘이 국민의 불안을 확산시켜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려던 철없는 정치권과 언론을 무릎 꿇린 것입니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한 일련의 상황은 OECD국가 중 공동체지수가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지속하려는 세력이 누구인지 또 이 불명예를 극복하고 우리 모두가 행복한 나라를 만들 이들은 누구이며 그 방법은 무엇인지를 알려주었습니다. 여기서 아쉬운 것은 한국교회입니다. 한국교회가 "많은 신도가 다 한 마음과 한 뜻이 되어서,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고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사용하였다.... 그들 가운데는 가난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사도행전 4:32,34)고 했던 처음교회의 정신을 회복할 수만 있다면 우리나라의 공동체지수를 높이는 데 한층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광화문의 전광훈과 정치권의 황교안으로 상징되는 한국교회의 현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한국교회가 처음교회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음을 부인할 길이 없습니다. 그것이 안타깝고 가슴 아픕니다.

※ 이 글은 박경양 목사(평화의교회 담임)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본보는 앞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신앙성찰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글을 게재키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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