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쿠로스는 공포는 인간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선천적이고 보편적인 감정으로 죽음이 그 원천이며 이 공포가 신과 종교를 탄생시켰다고 말했습니다. 사람을 지배하고 이득을 취하는 데 공포를 일깨우는 것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없습니다. 이 공포를 잘 활용한 집단이 독재자와 종교적 사이비집단 그리고 기업입니다.
공포를 권력유지에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나오는 체자레 보르자입니다. 그는 로마냐 지방을 정복한 뒤 부하인 레미로 데 오르코에게 질서 유지를 맡겼습니다. 그 과정에서 레미로는 민중을 가혹하게 다루어 공포의 대상이 되자 체자레는 질서가 회복된 후 레미로를 처형하고 두 토막 낸 그의 시체를 한 무더기의 나무 형틀 그리고 피 묻은 칼 한 자루와 함께 광장에 전시했습니다. 민중들을 그 광경을 보고 한편으로는 환호했지만 다른 한편 자신들이 체자레보다 더 잔인해 지지 않는다면 체자레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두려워합니다. 체자레는 민중들의 공포심을 극대화시켜 그들의 저항을 차단한 것입니다.
공포를 마케팅에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는 구강청결제인 존슨앤드존슨의 리스테린입니다. 이전에 사람들은 입 냄새를 당연한 것으로 여겼기 때문에 이를 제거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다목적 살균소독제로 사용되던 리스테린이 입 속에 있는 세균과 냄새 제거에 뛰어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자 존슨앤드존슨이 라스테린을 구강청결제로 상품화 해 시중에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라스테린 시판을 시작한 후 존슨앤드존슨은 '사람들이 뒤에서 당신에 대해 수군거리고 있어요.', '그 사람이 굿바이 키스를 하지 않았다고요?'라는 등 소비자의 수치심을 자극하는 광고를 통해 입 냄새에 대한 공포를 부추겼습니다. 그리고 이 공포 마케팅을 통해 존슨앤드존슨은 막대한 이익을 챙겼습니다.
인간의 공포를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것은 사이비종교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공포는 의존성을 불러오기 때문에 그 공포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은 사이비 종교에 빠집니다. 또 사이비 종교는 신도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자신들로부터 채워지게 만들기 위해 가족은 물론 신도들의 모든 인간관계를 단절시키고, 자신들이 제공하는 정보 외의 모든 정보도 차단시킵니다. 이렇게 해서 신도들이 의존 대상인 사이비 종교 외에는 의지할 데도 없고 행복을 느낄 수도 없도록 교단에의 의존증을 강화시킵니다. 사이비 종교의 메커니즘은 신도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사이비종교로부터 채워지도록 만드는 보상독점구조를 통해 신도들의 공포를 해결해 철저하게 자신에게 복종시키는 것입니다.
요즈음 우리사회에 나타는 몇 가지 현상은 인간의 공포를 이용해 사익을 챙기는 공포마케팅입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해 언론과 일부 정치권이 부추기는 공포가 그렇고, 문재인이 나라를 김정은에게 넘겨주려 한다며 이념적 공포를 부추기는 전광훈의 광화문 기독교가 그렇고. 현 정부가 무능해 경제가 망한다는 경제폭망 공포를 부추기며 언론과 종교에 빌붙어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려는 보수정치권이 그렇습니다. 이들은 끊임없이 정부의 잘못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국민들의 생명이 위협하고 있다, 현 정부와 진보개혁세력은 나라를 북한에 넘겨주려는 종북세력이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 경제정책으로 한국 경제가 폭삿 망할 것이다라는 등의 공포를 조장하여 현 정부의 무력화 혹은 정권교체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들이 하는 짓은 독재자와 사이비종교 교주, 불량 기업들의 공포마케팅을 그대로 닮아있습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합니다. 이들의 공포마케팅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국민들의 공포를 조장하여 자신들의 사익을 채우려는 불순한 의도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또 버트런트 러셀은 "두려움은 미신의 주 근원이며, 잔혹성의 여러 근원들 중 하나다. 지혜로워지는 첫 걸음은 두려움을 정복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예수가 전한 복음의 핵심중 하나도 '두려워하지 말아라.'였습니다. 예수는 참새도 하나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시면,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며 가난하고, 병들고, 소외된 민중들을 향해 "두려워하지 말아라. 너희는 많은 참새보다 더 귀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공포마케팅은 불순한 세력들의 불순한 의도에서 출발합니다. 따라서 공포마케팅을 통해 사익익을 챙기려는 자들은 공공의 적입니다. 그런 점에서 공포마케팅을 시도하는 언론기업과 정치세력 그리고 사이비 기독교 세력 등 우리사회의 불순세력들 앞에서 시민 특히 기독교인들이 해야 할 일은 그들이 부추기는 공포에 떠는 것이 아니라 "두려워하지 말아라."하신 그분을 신뢰하고 그 공포를 정복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익을 위해 공포를 부추기는 세력은 자신들의 공포 마케팅이 일시적으로는 자신들의 이익에 도움이 될지 몰라도 남용하면 필연코 독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 이 글은 박경양 목사(평화의교회 담임)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본보는 앞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신앙성찰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글을 게재키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