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그리스도인들의 "얌체 감사"

오강남·리자이나 대학 종교학 명예교수

kangnam
(Photo : ⓒ오강남 교수 페이스북)
▲오강남 교수

우리가 사는데 감사하며 사는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는 것, 우리 모두가 다 수긍하는 사실이다. 그런데 감사하는 것도 조심해서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어 두어 자 적어 본다. 잘못하면 감사하는 것도 "얌체 감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타이타닉 호가 침몰할 때 구명선을 얻어 타고 멀찌감치에서 타이타닉 호가 침몰하는 것을 바라보며, 하늘을 향해, "하나님, 제가 무엇이관데 저를 이렇게 사랑하셔서 살려주시나이까? 감사할 따름입니다."하고 자기가 살아남았음을 다행으로 여기고 감사하고만 있다면.

기사가 운전하는 고급 외제차 뒷자리에 편안히 앉아서 길을 가는데 길옆에서 먼지를 쓰고 힘겹게 공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저런 사람들처럼 되지 않고 이처럼 편안을 누리도록 축복하신 하나님 감사합니다."하면서 자기의 현재 상태를 감사하고만 있다면.

현재 코로나19 때문에 온 세계가 고생하고 심지어는 목숨을 잃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와 저의 가족을 이렇게 지켜주시니 하나님 감사할 뿐입니다."하거나, "하나님, 당신의 자녀들이 많은 이 나라를 특별히 사랑하셔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잦아들게 하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하고 자기가, 혹은 우리나라가 받는 축복만을 감사하고 있다면.

참된 종교인이라면 감사만 하고 앉아 있을 것이 아니라 자비를 실천하는 사람이 아닌가. 자비라는 말의 영어 낱말은 "compassion"이다. 어원적으로는 "함께(com) 아파함(passion)". "공감능력"이다.

고생하고 있는 이웃이나 이웃 나라에 마스크를 나누어주거나 검진 키트를 보낸다고 야단하며 자기의 안전만을 생각하고 안전함을 감사하는 "이런 감사가 바로 "얌체 감사"가 아닌가.

그리스도인들이 자기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진정으로 사랑의 하나님을 믿는다면 그 하나님께 감사하기 전에 도대체 왜 이런 병이 돌도록 허하시는가 한번 따져보고, 온 세계가 이런 난국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부탁해야 하는 것이 순서 아닐까.

※ 이 글은 오강남 리자이나 대학 종교학 명예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본보는 앞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신앙성찰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글을 게재키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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