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 주의 스팔딘이라는 어느 복음주의 목사님은 "하나님을 믿으면 면역성이 생긴다"는 믿음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대단하게 여기지 않고 음악선교 축제에 참가했다가 감염되어 사망했다고 합니다. 지금 한국의 형편은 "하나님 믿으면 감염된다"인데 이 미국 목사님은 그것을 몰랐던 모양입니다. 아무튼 이 미국 목사님도 감염되지 않도록, 그리고 감염된 후에도 열심히 기도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미국 뉴저지 주 뉴와크 성공회 주교였던 존 쉘비 스퐁 신부가 2018년에 낸 Unblievable이라는 책 마지막 부분에 '기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나누고 싶습니다. 저도 기도에 대해 이런저런 글을 쓴 바가 있지만 스퐁 신부가 자기 자신의 경험을 통해 일러주는 이 구체적인 이야기는 우리에게 기도에 대한 우리들의 생각을 더욱 실감나게 되씹어보게 해준다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1981년 12월 스퐁 신부의 부인이 유방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의사는 앞으로 2년 정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당시 스퐁 신부는 여러 가지 베스트셀러 책도 내고 또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소수자를 교회와 사회에서 전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성소수자 옹호 운동도 열심히 하여 신문과 TV에 자주 등장하는 유명인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그의 부인 유방암 소식은 금방 사방으로 퍼져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여기저기에서 스퐁 부인을 위한 기도 모임들이 생기고 그녀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알려왔습니다. 스퐁 신부 자신은 이런 식의 기도가 기계적인 효과를 가져 오는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지만 이것이 자기 부인에 대한 그들의 관심과 사랑의 표시 생각하고 구태여 거부할 필요를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그럭저럭 예언했던 2년이 지났습니다. 그러자 기도 모임 사람들은 스퐁 부인이 두 해를 넘긴 것이 자기들이 하나님께 기도해서 하느님이 마귀의 권세를 물리친 덕택이라 주장했습니다.
스퐁 신부는 생각했습니다. 뉴와크의 쓰레기 수집원 부인이 암에 걸렸다면 이 부인을 위한 기도 모임들이 있을 수 없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 부인은 스퐁 신부 부인보다 더 빨리 죽어야 하는 것인가 하는 데 생각이 미쳤습니다. 하나님의 치유의 손길이 환자가 유명인의 부인인가 아닌가 하는 신분의 차이에 따라 달라진단 말인가?
스퐁 신부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나님이 이런 식으로 사람을 차별하여 병을 고쳐주는 신이라면 자기는 당장 무신론자가 되고 말 것이라고. 유명 인사라서 많은 사람들이 기도해주기 때문에 생명을 연장해주고, 기도해주는 사람이 없는 불쌍한 쓰레기 수집가 부인의 생명은 모른 채 방치하는 그런 변덕스런(capricious) 신이라면 그 신은 악신일 수밖에 없다고.
스퐁 신부는 물론 기도가 우리의 소원을 성취하는 도구라 여기는 유아적 생각을 거부합니다. 그에게 있어서 진정한 기도란 "신의 임재를 실천하는 것, 초월을 끌어안는 행동, 그리고 살아있음, 사랑함, 존재함의 선물들을 다른 이들과 나누기를 훈련하는 것"입니다. ("Prayer to me is the practice of the presence of God, the act of embracing transcendence and the discipline of sharing with another the gifts of living, loving and being." p.254)
※ 이 글은 오강남 리자이나 대학 종교학 명예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본보는 앞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신앙성찰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글을 게재키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