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사업장, 기관, 학교 등은 '아파도 나온다'라는 문화를 '아프면 쉰다'로 바꿀 수 있도록 근무 형태나 근무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지난 달 16일 정례브리핑에서 한 말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져 왔던 일들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됐다.
직장문화를 살펴보자. 정 본부장이 지적했듯이 우리나라 직장 문화는 '아파도 나오는' 게 미덕이었다. 업무강도가 센 직업일수록 이 같은 인식은 더하다. 그 이유는, 빠진 노동자 한 사람의 노동을 동료 노동자가 소화해야 해서다.
하지만 과도한 업무는 곧장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기 마련이다. 적어도 직장생활을 하는 이들이라면 이 사실을 모르지 않으리라고 본다. 다만 '현실'을 감안해 침묵할 뿐이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이 같은 인식을 깨뜨리고 있다. 감염병 상황에선 약간 이상증세가 느껴지면 쉬어야 한다. 자칫 자신으로 인해 주변 사람까지 감염병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이렇게 노동자의 노동환경에 대한 인식마저 바꾸고 있다.
주일성수가 미덕이 아니다
교회도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충남 부여 규암성결교회에 이어 부산 새날교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이 이유로 교회가 폐쇄되고 확진자와 함께 예배드렸던 성도가 검사를 받는 일이 벌어졌다.
교회가 코로나19에 유독 취약한 건 아니다. 규암성결교회나 새날교회 모두 예배를 진행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지켜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런데 확진자 동선은 무척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다.
규암성결교회 확진자와 새날교회 확진자 모두 예배 참석 전에 이미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났다. 그럼에도 이들은 예배에 참석했고, 이후 확진판정을 받았다.
지금으로선 확진자와 접촉할 수 없다. 다만, 혹시 예배에 참석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이들의 발걸음을 교회로 옮기게 하지 않았을까 미루어 짐작은 할 수 있다.
이렇게 추측하는 근거는'주일성수'를 유난히 강조하는데다, 부활절을 전후해 성도 동원역량을 한껏 끌어올리는 한국교회의 일반적인 분위기다. 심지어 모 교회 목회자는 지방출장 중이라도 주일만큼은 반드시 다니던 교회에서 예배드려야 한다고 압박하곤 한다. 코로나19 와중에도 예장통합 김태영 총회장 등 주요 교단은 정부의 종교집회 자제호소를 종교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제 이런 분위기는 바뀌어야 한다. 무엇보다 아프면 집에서 쉬어야 한다. 아파서 예배에 나오지 않았다고 하나님께서 책망하실까? 단언컨데, 그렇지 않다. 만약 아파서 교회 나오지 않은 신도를 목회자가 책망했다면, 그 목회자에게 더 문제가 있다.
하나님, 그리고 그분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는 어떤 특정 공간에서 만나는 존재가 아니다. 주일성수가 신앙생활의 전부일 수 없다. 그보다 우리의 삶 속에 늘 함께 하시며 당신의 선한 계획이 이뤄지도록 우리를 이끄심을 믿고 고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