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광주민주항쟁 40주년을 맞아 예수살기가 '기억하라 오월정신, 꽃피어라 대동세상'이란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예수살기는 이 성명에서 "광주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누가 광주 도발을 계획했는지, 누가 부대이동을 지시했는지, 누가 발포명령을 내렸는지, 누가 시민들을 무차별 학살하라 했는지, 주검들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명쾌하게 밝혀야 한다"고 전했다. 아래는 성명 전문.
광주의 피가 온 겨레를 적신 지 40년이다. 성서에서 '40'은 때가 꽉 찬 수이다. 그러나 '광주항쟁 40년'은 완성은커녕 누더기가 되어있다. 희생자들이 켜켜이 한을 쌓아가는 사이, 가해자들은 사실을 은폐하고 궤변을 일삼으며 뻔뻔히 호가호위한다. 심판이 철저하지 못한 결과다.
하여 광주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진상을 온전히,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누가 광주 도발을 계획했는지, 누가 부대이동을 지시했는지, 누가 발포명령을 내렸는지, 누가 시민들을 무차별 학살하라 했는지, 주검들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명쾌하게 밝혀야 한다. 문서와 증언은 무수히 많다.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책임은 막중하다.
거기에 꼭 덧붙일 일이 있다. 미국의 당시 역할규명이다. 학살 범죄의 개입 여부와 정도를 밝혀야 한다. 미국의 민낯을 제대로 파헤쳐야 한다. 그리해야 지금도 한반도를 옥죄고 있는 민족모순의 속살을 드러낼 수 있다.
이처럼 진실이 소상히 드러날 때 비로소 광주항쟁은 완성될 수 있다. 가해자를 심판하고 피해자를 제대로 위무할 수 있다. 5·18을 역사의 자리에 온전하게 세울 수 있다. 항쟁 때 자식을 잃은 부모, 고문당해 인생이 망가진 피해자들, 신음과 고통 속에 평생을 보낸 가족들이 한을 풀 수 있다.
예수교인이 십자가에 달려 피 흘린 예수를 푯대 삼아 살듯이, 오늘 우리는 그날 광주 동포들이 흘린 핏값으로 살고 있다. 잔악한 탄압에 맞서 피어난 숭고한 저항은 이 땅 민주시민의 정신토대이자 결기와 꿈이 되었다. 우리는 당당하게 민주를 말하며 민중이 주인 되는 평화통일을 외친다. 모두 광주시민의 희생 덕이다.
1980년 5월 26일 밤부터 마지막까지 도청을 지킨 의인들을 특별히 기억한다. 그들은 피하지 않았다. 학살범들이 자신을 정당화할 빌미를 주지 않았다. 결사각오의 저항과 희생 덕에 이 나라 민주주의는 회생했다. 살아남은 자들의 부끄러움은 이 땅 민주주의를 추동하는 동력이 되었다. 1987년 유월항쟁과 2016년 촛불항쟁의 기폭제가 되었다.
우리는 또 학살범들이 초기에 작전상 후퇴한 후의 광주를 특별히 기억한다. 실로 자랑스러운 민중 해방구였다. 너나없이 소유를 바쳐 공동체를 일구었다. 총이 즐비했지만 단 하나의 사건·사고도 없었다. 은행도 마을금고도 멀쩡했다. 주먹밥 인심이 모두를 신나게 했다. 통곡 속에서도 헌혈은 줄을 이었다. 예수교인이 늘 고대하는 하나님 나라가 펼쳐졌다. 대동세상(大同世上)이었다.
광주민중항쟁이 남긴 교훈은 명백하다. 너희도 똑같이 그런 세상을 만들라는 명령이다. 한없이 부끄럽지만, 우리가 역사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걷는 이유다. 광주민중항쟁 40주년을 맞아 다시 옷깃을 여미며 정신을 새로이 한다.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기를 다짐한다. 확고한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분단과 식민지배를 허물고 차별을 철폐한 대동세상을 기어이 이루겠다. 그러므로 우리는 요구한다.
광주학살의 진상을 온전히 규명하라!
미국은 자신의 역할을 자백하고 사과하라!
민주시민들이여 평등평화의 대동세상을 이루자!
5·18 영령이시여, 이 땅을 돌보소서.
2020년 5월 18일
전국예수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