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신앙 안에서 서술되는 기도의 의미는 다양하다. "호흡, 사귐, 영적노동, 관계... 등" 다양한 단어로 표현된 기도의 의미들. 그 모든 의미들을 관통하는 한 가지는 "사귐(communion)"이다. 사귄다는 의미는 관계적 존재란 뜻이다. 다시 말해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도 관계적 존재이고, 하나님도 관계적 존재란 말이다.
관계적 존재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란 의미다. 그럼에도 우리는 '늘' 내 자신이 먼저다. 하나님의 마음과 하나님의 상태엔 관심이 없다. 그분도 우리의 말과 행동에 영향을 받으실 거란 상상을 하지 못한다. '영원과 완전'이란 개념에 갇힌(不立文字) 인식과 해석의 한계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영향을 받을 것이란 상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아니 할 수 없다. 신성모독이라 가르쳤던 왜곡된 종교교육의 영향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하나님도 우리의 말과 행동에 영향을 받으신다. 우리가 그분을 잊고 사방을 찾아 헤맬 때, 그분의 마음도 방황하신다. 무감각과 감정이 아닌 깊은 공감으로. 우리가 심연에 존재하는 깊은 그리움의 자리를 찾아 방황할 때, 그분도 그 우리를 그리워하시며 우리를 찾아 방황하신다.
그분의 그리움과 우리의 그리움이 만나는 자리가 있다. '기도'다. 기도의 자리에서 우리는 그분을 만난다. 그분은 우리를 만난다. 그렇게 서로 만난 얼싸안고 울며 웃는다. 원망도 하고 불평도 한다. 사랑을 표현하고 용서를 구하며 일으켜 세우고 '다시'를 외친다.
이런 그리움의 흔적들은 기독교와 인류 역사가 기억하는 신앙선배들의 기도문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들의 정제된 기도문 속에 깊이 베인 희로애락의 흔적들. 하나님과의 깊은 만남과 흔들림의 자국들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리운 하나님'은 이런 기도의 본질과 흔적들을 담은 책이다. 보통의 일상 속에 숨어 있는 다양한 영성의 결들이 담긴 기독교 영성가들의 기도문이 담겨있다. 기도문 하나, 하나를 발췌해 편역한 편역자는 말한다.
"이천 년 역사 속에서 기도는 기독교를 지탱해온 척추이다. 눈에 띄게 보이지는 않지만, 고난과 시험의 중력을 이기며 현실의 땅을 밟고 일어서 희망의 하늘을 바라보게 하는 등뼈이다. 초대교회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기도자들의 고백과 간구는 시대의 뼈마디를 이루며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게 하나님 나라를 향해 걸어가도록 중심을 잡아주었다."
그렇다. 이 책은 편역자의 고백처럼 1-2세기 초대교회 교부들부터 20세기 신앙선배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의 기도문들을 수록했다. 각 기도문 말미에는 기도의 배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간단하게 기도문 저자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하나님이 그리운 시절, 기도가 그리운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