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교회 방역강화조치를 24일부터 해제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본부대책회의에서 "전국 교회를 대상으로 핵심 방역수칙 의무화 조치가 시행된 지 2주가 되어 간다. 대부분의 교단과 성도들께서 방역수칙을 잘 지켜주신 덕분에 최근 교회 소모임 등으로 인한 감염사례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교회의 방역강화 조치를 7월 24일부터 해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개신교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보수 개신교 교단 연합체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중대본의 교회 내 소모임 금지조치 해제를 의미하는 7월 22일 조치에 대해 다행으로 여긴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정부가 교회 방역강화 조치를 해제하기로 했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 정 총리는 교회 방역강화 조치 해제 이유로 교단과 성도가 방역수칙을 잘 지켜줬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전후맥락을 살펴보면 보수 개신교 교회의 반발을 의식한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개신교계, 특히 보수 개신교계는 정부 조치에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의 교회 내 정규예배 외 소모임을 금지한 조치는 8일 발표돼 12일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한교총은 15일 오전 상임회장 회의를 열어 입장을 발표했다. 한교총은 이 회의에서 전날인 14일 정 총리와 오찬을 함께 하면서 나눈 대화 내용을 브리핑했는데, 브리핑의 뼈대는 아래와 같다.
① 총리가 대화를 통해 교회와의 소통강화를 약속한 것은 다행이다.
② 총리와의 대화만으로는 교회가 당한 모욕감은 해소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③ 종교단체 중 교회만을 지정하여 지침을 낸 것은 기독교에 대한 탄압이며, 주일 아침 불특정 다수에게 발송되는 교회 출석 금지 문자는 예배 방해이므로 중지되어야 한다.
④ 성남시·구리시·도봉구·북인천중학교 경북 청송 진보고 등의 공문 사태는 중대본의 잘못된 결정에 따라 발생한 결과로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교회를 탄압하는 행위이므로 즉각 시정되어야 한다. 시정되지 않을 경우 법적조치를 취하기로 한다.
⑤ 중대본의 7/8 조치는 즉각 취소하라.
한교총은 브리핑을 진행하면서 교회 방역강화 지침을 철회하지 않으면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까지 밝혔다.
또 다른 보수 개신교 연합체인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대표회장 권태진)도 18일 정 총리에게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교회에 내린 규제와 징벌적 조치를 전부 철회하고, 다시 모든 것을 교회가 자발적으로 이행하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교회에 코로나 확진자가 와서 예배를 드린 건 확진자의 경유지일 뿐, 발원지가 아니므로 정죄해서는 안되며, 다른 사회의 모든 이용시설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역차별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미래통합당도 거들고 나섰다. 통합당 기독인회(회장 이채익 의원)는 17일 정부의 교회 방역강화조치에 대해 "질병관리본부 통계에 의하면 당시 7월 8일 기준으로 전국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자는 13,244명이며 그중에 교회와 관련된 자는 약 550명으로 4.19%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으로 보아 정세균 총리의 발언은 교회를 핍박하기 위한 의도된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일반적인 모임은 대부분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유독 개신교회의 소모임만을 콕 집어 ‘감염의 온상'으로 지목하는 의도는 무엇인가? 개신교회를 사회로부터 고립시키려는 계략"이라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단체는 공식 반발, 유투브에선 ‘원색적 비방'
'비공식' 채널에서는 보다 원색적(?)인 수위의 비방이 횡행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서초동 대형교회인 사랑의교회(담임목사 오정현) 부교역자인 주연종 목사의 영상 칼럼일 것이다.
주 목사는 정부가 교회방역강화조치를 발표한 다음 날인 9일 자신의 유투브 채널 '주연종의 아폴로기아'에 5분 분량의 동영상을 올렸다. 주 목사는 이 영상에서 '교회내 감염자수는 미미하다', '확진자가 나온 곳은 정통 기독교(개신교)가 이단으로 규정한 곳 아니면 관리 밖 교회가 포함돼 있다', '(교회는) 아주 보수적으로 방역지침을 관리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주 목사는 정 총리를 향해선 "총리는 대통령을 보호해야 한다. 대통령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식사하지 않도록, 많은 참모를 불러놓고 소모임 갖지 않도록 해 주시고, 청와대 내에서 이 사람 저 사람 불러서 짜파구리 먹으면서 큰 소리로 웃지 않도록, 웃더라도 손으로 옷으로 입을 가리고 작게 웃도록 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 목사의 발언이 나가는 동안 영상엔 정 총리를 희화화 하는 사진이 올라왔다. 정 총리, 나아가 정부 조치를 조롱하는 듯한 뉴앙스를 강하게 풍기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주 목사는 영상 끄트머리엔 "(정세균) 국무총리의 교회 내 소모임을 하지 말라고 하는 금지지시를 거부한다. 저에게 주어진 저항권으로 거부한다. 만약에 이런 제가 문제가 있으면 체포해 가시고 벌금을 부과하려면 하시라. 저는 국무총리의 지시를 따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보수 교계의 분위기를 감안해 볼 때, 주 목사가 영상에서 주장한 내용은 비단 한 개인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그런데 묘한 반전이 일었다. 주 목사의 발언이 무색하게, 사랑의교회 70대 신도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에 사랑의교회 측은 "주님의 몸 된 교회가 이웃의 생명을 보호하고 지키며 민족과 사회의 안정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마땅한 의무"라며 15일부터 28일까지 현장 예배와 사역을 온라인으로 전환한다고 알렸다. 주 목사의 주장도 허언이 됐다.
그간 교회, 특히 보수 개신교 교회는 정부나 정치권에서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침해될지 모를 정책을 시행하려 하면 집단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차별금지법이 보수 개신교계의 반대로 인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이번 정부의 교회 방역강화 조치에 대해서도 보수 개신교계는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시사하며 으름장을 놓았다.
정부의 교회 방역강화 지침 해제에 따라 24일부터 각 교회는 소모임도 자유로이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시점이 참 미묘하다. 방역강화 지침 해제가 시행되는 24일은 금요일이다. 각 개신교 교회는 금요일 금요예배, 철야기도회 등 각종 모임이 이뤄진다. 또 7월 말, 8월 등 하계 '시즌'엔 유초등부 여름성경학교, 청·장년부 수련회 등 많은 행사가 열린다. 정부가 교회 입장을 배려했음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정부가 교회를 배려한 만큼, 교회도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당장의 집단적 이익을 침해당하지 않으려 집단행동을 서슴지 않는 모습은 교회는 물론 사회 공동체 전체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만약 앞으로 교회 소모임이나 각종 행사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할 경우 교회는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