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자: 김수행(성공회대 석좌교수)
1. 자본주의에서는 주기적으로 경제위기와 공황이 발생한다.
1) 자본주의 사회는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자본가계급이 노동자계급을 착취하고 억압하는 사회이다.
가. 노동자계급은 ‘노동할 수 있는 정신적 육체적 힘’인 노동력만을 가지고 있으므로, 자본가계급 밑에서 노동해서 임금을 얻어야만 살아갈 수 있다.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는 처음부터 ‘불평등한 ’ 사회이다.
나. 자본가계급은 이윤을 얻기 위해 노동자를 고용해 공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만약 이윤의 크기 또는 이윤율이 자본가계급이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자본가계급은 공장의 문을 닫을 것이다. 노동자들은 해고되어 실업자가 되고 살아갈 수가 없게 된다. 이것이 이른바 경제‘위기’이고 ‘공황’이다.
다. “자본/노동/토지 등 생산의 3요소가 부족하기 때문에 주민들의 삶이 어려워졌다”는 주류경제학의 주장은 옳지 못하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수많은 공장이나 기계 등 실물자본이 쉬고 있고, 아파트나 주식에 투기하려는 유휴화폐자본은 800조 원이나 돌아다니고 있으며, 400만 명 이상의 실업자가 일자리가 없어 놀고 있기 때문에, 인적 물적 자원이 ‘부족’해서 노동자와 서민이 가난하게 살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인적 물적 자원이 남아도는데도 자본가들이 자기가 원하는 이윤율을 얻지 못하리라고 예상해서 생산을 조직하지 않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만약 우리 사회의 인적 물적 자원을 자본가들의 이윤추구욕을 충족시키는데 사용하지 말고 주민들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사용하자고 유권자 모두가 결의한다면, 우리 사회는 실업자도 없고 빈곤도 없는 새로운 사회가 될 것이고 경제위기와 공황은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2) ‘위기’와 ‘공황’의 차이: 자본주의 경제는 대체로 회복-->호황-->투기적 활황-->‘위기’-->‘공황’-->불황-->회복이라는 국면을 거치면서 성장/발전하고 있다. 1945년 이후에는 정부가 불환지폐를 정책적으로 증감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상품들이 팔리지 않아 기업들과 은행들이 파산에 직면하는 ‘위기’ 국면에서는 값싼 자금을 대규모로 공급함으로써 파산 규모를 줄여 경제가 ‘공황’ 국면으로 빠지지 않고 다시 ‘회복’ 국면으로 들어가게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부의 추가적인 화폐 공급으로도 기업이나 은행이 대규모로 파산하는 것을 막지 못하면, 경제는 위기 국면으로부터 ‘공황’ 국면으로 빠지게 되는 것이다. 미국경제는 2006년 하반기에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 프라임 모기지)의 연체율이 증가하고 주택가격이 하락함으로써, 수많은 모기지회사들이 파산하기 시작하여 금융‘위기’에 빠졌으며, 정부와 중앙은행(FRB)이 값싼 자금을 대규모로 공급했는데도 2008년 3월 세계최대의 ‘투자은행’ 중 하나인 베어스턴스가 파산할 때 금융‘공황’에 빠졌고, 이 금융공황이 세계전체의 금융과 산업을 ‘세계공황’ 국면으로 빠뜨렸다.
2. 현재의 세계공황
1) 공황의 근본적인 원인: 1980년 이래의 ‘신자유주의’ 정책
가. 1974/75년의 세계공황과 그 뒤의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영국의 대처 수상과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은 1980년부터 노동자계급의 세력을 약화시키고 자본가계급에게 더욱 큰 이윤을 주기 위해, 프리드만(M. Friedman)식의 재정금융긴축정책을 실시해 대규모 실업자를 만들어내고 노동운동을 억압했다. 대처는 사회보장제도(학교와 병원의 무료화, 실업자와 저소득층에게 여유있는 실업급여와 보조금의 제공,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낮은 월세로 공급, 노인들에게 여유있는 퇴직연금의 제공 등)를 축소하고 공기업(철도, 수도, 전신전화, 원자력발전소 등)의 민영화 등을 실시했다.
나. 이 결과 실업자가 격증하고 임금수준이 저하하며 서민들의 수입이 감소하며 소득불평등이 심화됨으로써, 국내시장이 축소되어 상품들이 팔리지 않게 되었다. 이것을 타개하기 위해 선진국의 정부들이 IMF와 세계은행을 앞세워 세계의 모든 정부들에게 상품시장, 외환시장, 주식시장의 개방과 자유화를 요구하며, “경제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지 말고 시장에 맡길 것”을 강요한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자본의 세계화이다.
다. 이 세계화과정에서 미국과 기타 선진국의 금융자본(대부나 유가증권 매매로 이익을 얻는 자본)이 외국의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주로 국채와 회사채)에서 주식과 채권을 매매함으로써 가장 쉽게 높은 수익성을 올렸다. 이리하여 산업자본도 생산활동보다는 금융활동에서 수익을 올리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이것을 가리켜 ‘경제의 금융화’라고 부른다. 그러나 금융활동은 새로운 부나 가치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부를 빼앗아 가는 것이므로 기생적인 성격을 지니며, 자금이 많고 정보에 밝은 금융자본가가 개인투자자의 부를 탈취함으로써 세계와 일국에서 소득불평등이 더욱 심화되었다.
라. 기관투자가들(은행, 펀드, 보험회사, 증권회사 등)이 거대한 주요 산업기업의 대주주가 됨에 따라 산업기업들은 단기적인 이익을 올려 배당을 증가시키고 주식가격을 올리는 것에만 몰두하게 되었다. 산업기업은 정규직을 대규모로 해고하고 비정규직을 고용하며 임금수준을 인하하고 장기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줄였다. 새로운 부와 가치를 생산하는 산업은 점점 더 축소되지 않을 수 없었고, 노동자와 서민은 점점 더 생활수준이 저하하게 되었다.
2)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상환 연체와 세계적인 금융위기
가. 2000년 미국에서는 IT산업의 거품(bubble)이 터져 주가가 폭락하고 IT기업체들, 금융기관, 펀드 등이 자금난에 빠져 파산의 위험에 부닥쳤으므로, 미국의 중앙은행이 금리를 대폭 인하하면서 대규모의 자금을 공급했다.
나. 이 거대한 부동자금이 20-30년 만기의 주택담보대출을 확대함으로써, 주택가격을 상승시키고 주택건설을 증가시키며 무주택자로 하여금 지금 당장 주택을 사지 않으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했다. 이리하여 모기지를 제대로 갚을 수 있을까가 의심스러운 비우량 차입자들도 모기지회사로부터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당시(2001-2006년)에는 주택가격이 폭등하고 있었으므로, 모기지회사는 만약 비우량 차입자들이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하더라도 주택을 압류해 팔면 윈리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했다.
다. 모기지회사는 대출받은 차입자들의 주택담보권 서류를 제2차 금융기관들(예금은행이나 투자은행이나 보험회사나 펀드)에게 팔아 자금을 조달해서 다시 모기지대출을 확대할 수 있었다. 제2차 금융기관들은 주택에 관한 각종 담보권 서류를 상환시기별, 이자율별, 지역별 등으로 구분하고 신용도가 가장 높은 것, 중간 정도인 것, 그리고 가장 낮은 것 등을 섞어 거대한 규모의 ‘주택담보증권’(Mortgage-Backed Securities)(모기지관련 금융파생상품)을 만들었다. 제2차 금융기관들은 신용평가기관(S & P, Fitch, Moody's 등)에게 후한 수수료를 주어 주택담보증권에 대해 AAA등급을 받아내었고, 나아가 세계 최대의 보험회사들(예: AIG)은 주택담보증권의 원리금이 상환되지 않을 경우에는 자기가 그 원리금을 대신 지급하겠다는 보험증서(Credit Default Swap)를 발행했다. 이리하여 주택담보증권은 가장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증권이 되어 세계 각국의 투자자들(은행, 보험회사, 펀드 등)에게 높은 가격으로 팔렸다.
라. 그러나 2006년 하반기부터 주택의 과잉생산, 주택가격의 하락, 모기지(특히 비우량 모기지) 상환 연체율의 상승 등이 나타나면서, 주택산업의 주가 폭락, 주택담보증권의 가격 폭락, 모기지 금융기관들의 주가 폭락과 파산, 주택담보증권을 대규모로 보유한 투자자들의 파산 등이 생겼다. 미국경제는 금융‘위기’ 국면에 들어간 것이다. 선진국의 모기지은행들과 주택담보증권에 과도하게 투자한 은행들이 파산하기 시작했다.
마. 미국의 중앙은행은 값싼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2007년 9월부터 이자율을 종전의 5.25%에서 계속 인하해서 2008년 4월 30일에는 2%로, 그리고 10월 29일에는 0%로 인하했다. 이렇게 값싼 자금을 공급했는데도 불구하고 2008년 3월 거대한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가 파산한 것은, ‘위기’ 국면에서 ‘회복’ 국면으로 올라갈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므로, 이제 ‘공황’ 국면에 빠진 것이다. 미국에서 금융주와 산업주의 주가가 폭락하고, 금융기관과 보험회사 및 산업기업이 파산하면서, 세계 각국도 금융공황과 산업공황에 빠지게 되었다.
3. 이명박 정권의 경제운용
1) 이명박 정부는 ‘개인이 부자가 되는 것’과 ‘국민경제를 살리는 것’을 전혀 구별하지 못했다. 개인은 남의 주머니를 털어서도 부자가 되지만, 모든 국민이 서로서로 남의 주머니를 털더라도 모두가 부자가 될 수는 없다는 기본 상식을 몰랐던 것이다. 아파트나 토지에 대한 투기로 부자가 된 ‘강부자’가 자기가 부자가 된 방식으로 모든 국민들도 부자가 되게 할 수 있다고 착각했으며, 소수의 부자에게 세금을 깎아주고 거대한 토목사업으로 몇 개의 건설회사에게 큰 이익을 주는 것이 국민들 모두를 잘 살게 하는 방법이라고 믿었다. 아니면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가난해져야 더욱 열심히 일하고, 부자들은 더욱 부자가 되어야 더욱 열심히 일한다”는 무당경제학을 신조로 삼았든지, “우리는 부자를 위한, 부자에 의한, 부자의 정부”라고 떳떳하게 외친 것이다. 부자들에게 이미 낸 세금을 되돌려 주었고, 건설/부동산 경기부양책을 통해 1%의 부자와 재벌건설회사의 이익을 위해 대다수의 국민의 이익을 희생시켰다.
2) 그렇게 자신이 있다던 ‘경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지 않으니까,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FTA의 조기 인준으로 경제를 살릴 수 없을까 궁리하다가 쇠고기 수입의 검역주권까지 미국에게 줘버린 것이다. 이리하여 촛불시위가 시작된 것이다. 한미FTA를 체결하려고 한 것은 한국의 기득권세력(거대한 자본가들, 언론들, 부자들, 엘리트관료들, 관변경제학자들 등)이 미국의 경제모델이 한국경제가 본받아야 할 모델이라고 믿었기 때문인데, 이제는 미국 경제모델이 망했으므로 한미FTA를 포기해야 할 것이 아닌가?
3) 이명박 정부도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가속적으로 추진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모토로 노동의 유연화와 노동운동의 무력화를 시도함으로써, 외국자본의 국내투자와 한국자본의 수출 증진을 촉진하려고 한 것이다. 이리하여 비정규직이 취업노동자의 50%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고, 실업자는 증가하고 임금수준은 저하했으며, 빈부 격차는 심화되었다. 특히 수출을 증진시키기 위해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킨다는 명목으로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하고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며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의 목을 비틀었다. 이리하여 서민의 소비능력은 격감하고 내수산업은 파산하며 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를 겪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되니까 수출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생기고,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동자들을 더욱 착취함으로써 국내수요기반을 더욱 축소시키고 서민들의 삶을 더욱 비참하게 만든 것이다. 이른바 ‘수출 증대와 서민 불행의 악순환’이다. 그런데 이제는 세계가 공황에 빠졌으므로 수출을 증진시킬 수 없게 되었으므로 내수를 증진시킬 필요가 더욱 중요하게 등장했다.
4) 금융기관은 대출의 안전성에 집착하여 주택을 담보로 하는 가계대출에 열을 올려 주택구입과 주택투기에 큰 자금을 대출했다. 특히 아파트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에 주택사업자들의 대규모 PF(Project Financing)에 대출을 확대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 대출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예금증서(CD)를 발행하거나 외자를 조달하기도 했다. 이리하여 대출/예금 비율이 100%를 훨씬 상회하게 되었다. 또한 미국이 경제의 금융화로 큰 이득을 얻고 있다는 사실에 의거해 한국을 동북아의 금융중심지(금융허브)로 만들기 위해 증권시장의 활성화에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주식과 채권의 가격이 상당히 상승해 개미투자자가 제법 이득을 얻었기 때문에, 펀드에 가입하지 않는 가구가 없을 정도로 투기가 유행하게 되었다. 또한 아파트나 주식의 가격 상승으로 재산이 증가했다고 생각해서 소비를 증가시키면서 외화의 개인적 사용이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투기는 노름과 마찬가지여서 투기에 열중한 중산층은 재산을 탕진하게 되었다.
5)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경제위기와 공황이 한국경제에 타격을 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외국투자자들이 주식과 채권을 팔아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본국으로 송금하기 시작함으로써, 주식 가격은 저하하고 환율은 상승하기 시작했다. 또한 여기에 더하여 석유와 원자재 및 곡물에 대한 국제적인 투기로 말미암아 가격이 폭등함으로써 특히 중소기업과 서민의 생활은 큰 곤란을 받았다. 수출시장이 좁아지고 국내경기도 좋지 않게 되자 아파트 가격은 하락하기 시작하고 주택건설 공사는 중단되는 경우가 많았다. 기업과 금융기관 및 가계가 과잉부채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한국경제도 미국경제와 마찬가지로 기업과 금융기관과 가계가 파산위기에 빠지면서 공황이 폭발할 수밖에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2008년 9월까지 계속 747을 노래하다가 공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6) 2009년에는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되고 수출도 격감하며 실업자는 늘고 임금수준은 감소하며 일반시민의 생활수준은 날로 궁핍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공황을 타개하는 정책에서도 미국 경제를 망하게 한 신자유주의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은행과 증권회사를 통합하는 자본시장통합법, 부자에 대한 감세정책, 부동산에 대한 투기를 조장하는 온갖 조치를 채택하고 있다. 이 세상에는 이미 망한 미국모델 이외에도 다른 경제모델이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7) 이명박 정부는 아마도 ‘미국 편’을 들기 위해 지난 10년간의 남북 긴장완화를 버리고 북한과 대결하기를 선택한 모양인데, 이것도 한국의 공황을 심화시키는 하나의 요소가 되고 있다. 금강산 관광은 중단되었고 남북 교류의 길은 막혔으며 개성공단의 폐쇄가 긴급한 문제로 등장하고 있는데, 정부는 북한이 제2차 핵실험을 단행하자마자 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마자 갑자기 미국이 주도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구상’(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 PSI)에 ‘전면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남북한 사이의 무력 충돌의 위험을 크게 높였다. 물론 북한의 핵실험을 강력하게 비판하기 위해 PSI에 전면 참여한 것이겠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강렬한 추모의 힘을 빼기 위해 남북 무력 충돌의 가능성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면 참으로 한심스러울 뿐이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부자에게는 온갖 형태로 대규모 감세 혜택을 주면서 금융기관이나 건설회사에게는 대규모의 공적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엄청난 규모의 재정적자에 직면하고 있는데, 또다시 북한의 대남 공격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제 값비싼 군사무기--살인과 문명파괴에만 유용할 뿐이다--를 대규모로 구매하려고 한다. 남북한 사이의 무기 증강 경쟁은 남북한 모두를 피폐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남북대결이 위험하다는 이유는 다른 곳에서도 찾을 수 있다. 만약 미국 정부가 현재의 공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쟁을 개시할 수도 있다면, 현재와 같은 남북대결이 한반도에 전쟁을 불러올 가능성은 남북 긴장완화의 시기보다는 훨씬 클 것이다. 남북관계를 개선하여 남북이 영구적으로 평화를 유지하기로 합의한다면, 남북이 무기개발과 무기구입에 드는 돈을 복지국가 건설에 사용하며, 한창 나이의 수많은 청년들을 군대에 묶어 두지 말고 자기의 능력을 개발하는 분야에서 공부하고 일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점점 더 경제적으로나 이데올로기적으로 세계의 헤게모니를 잃고 있지만 아직도 군사적으로는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의 ‘우방’으로서 미국의 요구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항상 고민해야 할 것이다. 미국 정부는 자기 마음대로 한미FTA의 내용을 수정하려고 할지도 모르고, 주한미군의 주둔비를 대부분 한국 정부에게 부담하라고 요구할지도 모르며, 북한과의 관계를 평화로부터 대결로 전환시키면서 거대한 규모의 미국제 군사설비와 무기를 구매하라고 강요할 수도 있고, 주한미군을 세계의 분쟁지역 어디에든 파견할 수 있게 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으며, 국군도 마찬가지로 세계 어디에든 파견해달라고 강요할지도 모른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 정부에게 잘 보이는 것이 한국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낡아빠진 사대주의적 태도를 벗어던지고 주권국가로서 당당하게 처신해야 할 것이다.
8) 1997년 말의 공황(‘IMF 외환위기’) 이래 노동자와 서민의 생활은 크게 악화되었는데, 지금 서민은 그것보다 더욱 심한 공황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국민 분열적인 양극화 정책을 계속 추진하다가는 엄청난 대중적 저항에 부닥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경찰, 검찰, 국정원이나 신문과 방송을 동원하면 사회적 저항을 막을 수 있다고 쉽게 생각하는데, 4.19나 6.10 항쟁은 경찰력이나 군대병력이나 어용세력이 부족해서 집권세력이 붕괴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4. 공황수습책의 유효성과 장래 전망: 선진국의 경우
1) 미국의 오바마 정부나 기타 선진국의 정부들도 공황을 수습하기 위해 금융기관에 구제금융을 주는 것에 치중하고 있다. 한창 경기가 좋았을 때는 그 큰 이익을 모두 금융기관과 금융엘리트가 독점했고, 이제 자기들의 ‘잘못’으로 공황에 빠져 손실이 나고 파산 위기에 빠지니까 국민의 혈세인 공적 자금을 요구하는 것은, 금융엘리트가 정부와 중앙은행까지도 ‘사유화’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금융기관의 거래와 장부를 사기와 부정ㆍ부패의 관점에서 ‘수사’할 필요가 있으며, 금융엘리트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리고 사실상 정부가 거대한 공적 자금을 금융기관에 투입했기 때문에, 금융기관을 국민 모두의 소유로 하면서 민주적으로 경영되는 ‘공익사업’(public utilities)으로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 이런 조치는 금융기관이 투기적인 이익을 노려 사기적인 금융상품을 만들어내어 국민들의 부를 탈취하는 것을 막으면서 금융기관이 자금을 국민들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사용하게 하는 올바른 길이다.
2) 미국 정부는 모기지 차입자의 원리금 상환의 연체를 해결하고 주택압류를 해제하는 문제, 나아가서 서민들에게 안정적인 주택을 공급하는 문제를 공황대책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3) 미국 정부가 크라이슬러와 지엠에게 파산 보호를 신청하게 하면서 그 전제조건으로 노동자의 대량 해고와 비정규직화, 임금과 연금의 삭감, 그리고 퇴직자의 건강보호급여 등의 삭감을 강요한 것은, 사실상 정부가 ‘모범’이 되어 현재의 공황을 거대한 주주나 금융기관의 희생이 아니라 노동자의 희생으로 수습하려고 하는 의도를 분명히 나타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올바른 방향은 자동차산업과 같은 기간산업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구제금융을 주면서 기간산업을 국민 모두의 것으로 전환시켜 계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길일 것이다.
4) 미국이 무역수지의 적자, 재정수지의 적자 등으로 세계경제를 혼란에 빠뜨리지 않기 위해서는, 특히 현재의 대외채무를 상환해 달러 가치를 안정시키고 국제통화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는 전쟁경제를 청산하고 부자들에 대한 누진세를 강화해야 한다.
5) 미국 의회가 2009년 2월 14일 통과시킨 7,890억 달러 규모의 ‘경제촉진법’에는 그 중 36.4%를 ‘조세 삭감’에 사용하게 되어 있는데, 이것은 보수주의적인 부자들을 포섭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전혀 공황의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 가장 긴급한 문제는 신자유주의에 의해 격화된 소득불균등 또는 양극화를 해소하면서 국내시장을 확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빈곤층, 저소득층, 실업자, 노인들에게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 사회에 가장 부족한 사회보장제도--무료의 의료와 교육, 보육시설, 노인복지 등--를 대폭 확대하고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도로, 철도, 주택, 공원 등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
6) 결국 미국 사회를 자본가계급의 이윤추구욕이 지배하는 사회가 아니라 주민들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는 평등하고 평화로운 복지사회로 변혁시킨다면, 공황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기득권세력은 너무나 강고하기 때문에, 대중들이 현재의 체제를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새로운 사회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는 한, 지금의 깡패사회를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특히 기득권층은 학교, 병원, 보험, 주택 분야 등의 기득권을 포기하면서 복지사회를 건설하기보다는 오히려 전쟁을 확대하기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7) 그런데 선진국 모두가 신자유주의정책을 실시해서 소득분배의 불평등과 빈곤율을 증대시킴으로써 심각한 경제공황에 빠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OECD 30개 회원국들 중에서 시장만능주의, 신자유주의를 가장 숭상한 나라들(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아일랜드)이 소득불평등과 빈곤율은 가장 높고 경제성장률이 가장 낮으면서 가장 심각한 경제공황에 빠졌지만, 사회민주주의를 숭상한 북유럽 나라들(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은 소득불평등과 빈곤율이 가장 낮고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으면서 경제공황의 강도는 가장 낮다. 왜냐하면 사회민주주의에서는 ‘더불어 사는 연대성’을 ‘경제적 효율성’보다 높게 평가하면서 정부는 주민들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에 더욱 큰 관심을 가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부익부 빈익빈, 노동의 유연성 강화, 규제 해제, 자유방임 등이 경제성장률을 높인다는 주장은 실증적으로 증명된 것이 전혀 아니다.
5.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
1) ‘우파’, ‘중도파’, ’좌파’의 사회과학적 개념
가. 우리 사회는 너무 오랫동안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등과 같은 극우 반공주의자들에 의해 지배되어 왔고, 학문과 출판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가 크게 손상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우파’ 이외의 새로운 안목을 가지기가 쉽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대량실업과 양극화 및 빈곤화에 관해 우파와 중도파와 좌파가 어떻게 주장하는가를 들어보자.
나. 우파: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으니까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지 않으므로,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리하여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자”는 구호가 나오고, 노동조합의 권리를 제한하고 노동자를 마음대로 해고하며 임금수준을 낮추기를 제안한다. 이런 주장은 주로 대기업들이 펴는데,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들, 연구기관들, 거대언론들, 기업편향적인 관변연구단체들, 그리고 정부 관리들이 앵무새처럼 이 ‘우파’적 주장을 되뇌고 있다. 이런 선전공세에 거의 모든 국민들은 세뇌되었지만, 사실상 이런 대책은 1997년 말의 외환위기부터 지금까지 10년 이상 실시된 것이었고, 그 결과는 실업률의 감소나 빈곤층의 해소가 아니라 양극화를 추가로 보탰다. 이명박 정부가 ‘우파’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정책은 한국사회를 파탄 속으로 몰고 가며 한국경제를 더욱 더 공황 속으로 몰고 갈 것이다.
다. 중도파: 이런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여 실업과 소득불평등을 제거하라고 요구하는 ‘사회민주주의’가 있다. 주요한 금융기관들과 산업들을 정부가 소유함으로써 경제를 계획적으로 운영하며 교육과 의료를 무료로 하고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며 실업급여와 노후연금을 여유있게 지급하면서, 이윤추구에 지배되는 사적 영역을 줄이고 국민 모두의 이익을 도모하는 공공영역을 넓혀 ‘복지국가’를 건설하려고 한다. 서유럽의 선진국 국민들이 제2차 세계대전의 참화에서 벗어나면서 ‘사회적으로 합의한’ 복지국가를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세워보자는 생각이다. 이 사상은 ‘수출시장 개척과 서민들의 불행’이라는 악순환에 묶여있는 한국경제를 개혁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부가 남북한 사이의 평화체제를 확립해 엄청난 국방비와 정보비를 줄이고 탈세를 막으며 부유층의 투기적 이득(예: 부동산 매매 차익, 주식 매매차익 등)에 큰 세금을 부과하면서 복지국가를 건설하게 되면, 국내시장은 거대하게 팽창하면서 현재와 같은 세계적 공황에서 수출 격감을 보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사회민주주의가 사회과학적 의미에서 그리고 국제적인 표준에서 ‘중도’다. 아마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이런 사회민주주의를 실현하려고 할 것이다.
라. 좌파: 이 중도에서 조금 왼쪽으로 가면, 이 사회에서 머리수로 소수인 자본가들이 이 세상을 자기 마음대로 지배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나타난다. 왜 실업자가 양산되는가? 자본가들이 이윤을 증가시키기 위해 해고하고 고용을 늘리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기업들은 엄청난 이윤을 보았지만 그 이윤을 투자에 사용하지 않고 임원들끼리 나누어 먹든지 주주들에 대한 배당을 크게 높였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이윤을 많이 얻게 했더니 자본가들은 그 이윤으로 노동자들을 고용하기보다는 자기들끼리 돈 잔치를 벌인 것이다. 만약 한국경제를 운영하는 원리가 ‘사적 이윤의 획득’이 아니라 ‘국민들의 생활 향상’이라고 한다면, 실업은 사라지고 소득불평등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실업자들을 없애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예컨대 국회가 법정 노동시간을 하루 8시간에서 하루 4시간으로 줄이면 지금의 실업자들은 모두 사라질 것이다. 왜 이것을 못하는가? 이렇게 되면 자본가들이 이윤을 얻을 수 없다고 외치면서 국회의원들을 설득하기 때문이다. “소수의 거대한 자본가들이 한국경제를 자기 마음대로 지배하는 것”을 문제로 삼아 모든 국민이 민주적으로 경제를 운영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바로 ‘좌파’다. 사회의 주인은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면서 지금까지 억압받았던 노동자, 농민, 서민이 될 것인데, 이것은 인구수에 따른 투표에 의해서도 보증될 수가 있다. 정부, 금융기관, 공장, 학교, 병원 등은 모두 노동자들이 자주적으로 경영하고, 농업과 어업은 농민과 어민들이 담당하면 될 것이다. 이것이 자본주의 이후의 ‘새로운 사회’의 모델이며, 자유로운 생산자들이 자발성, 헌신성, 연대성, 창의성을 가장 잘 발휘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2) 우리 사회는 참으로 암담하다. 생활고로 자살하는 사람들, 성적 부진을 비관하여 자살하는 청소년들, 세계 최고의 사교육비와 아파트 가격, 거대한 규모의 가난한 사람들과 실업자, 빈부 격차, 지역 격차, 외국 노동자에 대한 차별 대우, 노사 갈등, 전쟁위험 등.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더불어 사는 복지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다. 빈곤층과 저소득층에게 소득을 보조해서 생활할 수 있게 하며, 직장을 얻지 못한 청년들을 위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조하거나 실업급여를 주어야 할 것이고, 의료보험의 포괄범위를 넓혀 병원비를 걱정하지 않게 해야 하며,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실업급여를 인상하고 기간을 연장해야 하며, 공교육을 강화함으로써 사교육비를 없애야 할 것이고, 노인들의 복지를 개선하며, 공공보육시설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세계 제10위의 경제대국에 걸맞게 사회보장제도를 개선하고 확대하는 것이 실제로 국내 시장을 확대하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 등 내수산업을 살리는 길이고 이제 한계에 다다른 수출지향적 경제성장에 의존하지 않는 길이며 공황을 피해가는 방법이다.
3) ‘더불어 사는 복지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부자와 취업노동자가 조금씩만 비용을 분담하면 가능하다. 정부는 국방비 등 비생산적인 비용을 삭감해서 사회복지비로 전환할 수 있으며, 부자들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너무 낮은 소득세율을 조금만 인상해도 될 것이고, 취업노동자들은 임금의 일정한 감소를 수용하면서 노동시간을 단축하거나 일자리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1일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2천만 원)이기 때문에, 4인 가족은 세금을 지급한 뒤 연간 8천만 원을 지출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경제력이 강력하다는 것이다. 과연 우리 국민 중 몇 %가 연간 8천만 원을 받고 있을까? 소득불평등이 너무나 크다는 이야기이고, 부자들은 세금을 훨씬 더 낼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4) 신자유주의적 정책과 경제의 금융화는 결코 한국경제를 살리지 못한다. 경제의 비효율성을 가져온다고 주류경제학까지 그렇게 배척하는 독점과 과점을 엄격히 규제해야 하며, 독과점을 억제하는 금산분리 정책은 유지해야 한다. 특히 한국 국민들의 ‘노름성향’을 고려하여 금융부문에서 사기적이고 도박적인 금융상품을 대폭 제거하면서 금융부문을 모든 국민들의 소유로 하면서 모든 국민들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운영해야 할 것이다. 아직도 연간 수 백 퍼센트의 고리대가 횡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세계 제10대 경제대국의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또한 부동산부문에서 투기적인 이익을 얻는 것을 방지하고, 모든 사람에게 값싸고 안정적인 공공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5) 결국 우리 사회는 복지국가의 건설 → 양극화의 해소 → 내수기반의 확충 → 경제의 안정적 성장 → 생산자들의 자발성과 연대성과 헌신성과 창의성이 존중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할 것인데,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극우 반공주의적인 신자유주의적 정권을 타파하고 더욱 자유롭고 평등한 서민적인 정권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