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울과 누가는 두 가지 종류의 방언을 말하고 있는가?
VI. 고린도교회의 방언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배경설명
신약성서에 정경(正經, Canons)으로 인정된 21편의 서신서들(Epistles) 가운데에서 방언과 방언통역에 관해 언급하고 있는 서신서는 하나밖에 없습니다. 고린도전서뿐입니다. 고린도전서 12장, 13장, 14장에서 사도 바울이 기록한 방언에 대해 제대로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1세기 당시의 고린도 시와 사도 바울이 복음을 전하여 세운 고린도교회 그리고 사도행전을 쓴 누가와 고린도전서를 쓴 사도 바울의 관계 등에 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다른 어떤 서신서에서는 방언과 방언통역에 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을 볼 때, 방언문제는 1세기 당시 고린도교회만이 가지고 있었던 독특한 문제였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1. 고린도 시
필자는 2009년 2월경에 그리이스(Greece)를 여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터어키 이스탄불(Istanbul, Turkey)에서 선교사역을 신실하게 감당하고 있던 엄태홍 침례교 선교사 가족들과 함께, 승용차로 약 1주일 동안 사도 바울의 행적을 따라 초대교회의 현장들을 답사하는 특별한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스탄불을 떠나 그리이스 국경을 통과한 후, 네압볼리(카발라), 빌립보, 베뢰아, 암비볼리, 데살로니가, 메테오라 수도원, 아덴(아테네), 그리고 고린도 등지를 견학했습니다. 우리는 돌아오는 길에는 푸르고 맑은 지중해 바다에 몸을 담그며 엄 선교사님의 나이 어린 자녀들과 함께 해수욕을 즐기는 호사도 누렸습니다.
특히 고린도 시(市)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고린도는 그리이스 남부 펠로포네소스 반도(Peloponnese Peninsular)의 최북단에 위치한 도시입니다. 마치 병목처럼 좁은 지협(地峽, isthmus)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1882년-1893년에 이 지협 사이에 운하를 뚫어서 그리이스 동부의 에게 해(Aegean Sea)와 서부의 이오니아 해(Ionian Sea)가 연결되어 배들이 가로질러 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고린도 운하(Corinth Canal)는 폭이 약 23m 정도가 되고 길이가 6.3km 정도가 됩니다. 운하로 인해서 지금은 펠로포네소스 반도가 섬처럼 분리되어 있지만, 다리 위를 남쪽을 향해 자동차로 달리면 곧 바로 고린도 옛 시가지에 당도하게 됩니다. 펠로포네소스 반도는 21,439 제곱킬로미터로서 제주도(1,845.88 제곱킬로미터) 크기의 11.6배나 되는 꽤 넓고 큰 땅입니다. 그리이스 고대역사에서 "펠로포네소스 문명"(Civilization of Peloponnesus)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이 지역에서는 인간성을 존중하는 철학과 문화가 발달하였던 곳이었습니다.
고린도 옛 시가지는 이미 기원전(BC) 1,000년경에 형성되었던 고대도시입니다. 헬레니즘 시대에 항구도시로서 상업과 무역이 번성했고, 그리이스인들, 로마인들, 시리아인들, 프랑스 남부 지역과 스페인 지역 사람들, 북 아프리카 지역의 사람들 등 지중해 연안의 여러 도시들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상호교류의 중심지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문화적 종교적 배경을 가졌던 선원들과 상인들이 고린도 항구에 몰려 왔으며, 선박제조업, 청동산업, 도기제조업 등이 발달하여 활발한 교역이 이루어졌습니다. 또한 말타기와 레슬링을 비롯한 각종 운동시합이 열리는 "고린도지협 경기대회"가 개최되는 기간에는 도시 전체가 축제분위기에 들뜨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 지역은 기원전(BC) 146년에 로마 군대에 의해 정복되어 로마제국의 통치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1858년과 1928년에 큰 지진이 발생했고 또 1933년에는 대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에 고린도 옛 시가지는 폐허가 되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옛 시가지에 도리아 양식(Dorian style)의 아폴로 신전(Apollon Temple)을 떠받치는 7개의 석회암 기둥들이 남아 있고, 장방형의 강당을 비롯해서 아고라(Agora, 시장터), 공중 목욕탕, 유대인들의 회당(Jewish Synagogue), 음악당, 극장, 기타 상점들과 주택가들로 추정되는 잔해들이 흩어져 있습니다. 남아 있는 기둥들로 짐작해 볼 때 웅장한
아폴로 신전에서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이방종교들을 가진 사람들이 수많은 제물들을 바쳤을 것이고 여러 가지 종교적인 행사들을 치루었을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습니다. 여러 지역에서 몰려온 참배객들이 각종 제사를 드렸을 것이고 자신들의 다양한 언어들로 기도를 했을 것입니다. 1세기 당시에는 자유민이 약 20만명 정도, 노예들이 약 50만명 정도가 살고 있던 도시였다고 추정되고 있습니다. 1세기 당시에는 바닷물이 옛 시가지 가까이까지 넘실거려서 배가 정박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바닷가 해안선이 매우 멀리 물러나 있습니다.
고린도 시에서 서북쪽으로 약 30km 떨어진 곳에 델파이(Delphi)라는 도시가 있는데, 해발 2,200m 높이의 파르나수스 산(Mt. Parnassus) 중턱에는 델파이 신전(Temple of Delphi)이 있었는데, 그 기둥들 유적이 지금도 보존되고 있습니다. 아고라(시장터), 보물창고, 배꼽돌(옴팔로스, Omphalos, 이 곳 신전 근처에 놓여 있는 배꼽돌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희랍인들은 믿고 있었다고 합니다-필자 주), 아폴론 신전, 반원형 극장의 유적들 그리고 최근에 건축된 델파이 박물관(Delphi Museum)이 있습니다. 고대의 그리이스는 "영원한 신들의 나라"라고도 불립니다[2019년 6월 8일에 KBS TV의 <걸어서 세계 속으로>에서는 아테네, 델파이, 메테오라 수도원, 산토리니 섬 등에 대한 여행담을 "영원한 신들의 나라 그리이스"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었습니다.]. 아테네를 비롯해서 남부 그리이스 지역에는 도시마다 신전이 세워져 있었는데, 주민들의 각종 민속적이고 이교도적이고 우상숭배적인 종교생활의 터전이 되었습니다.
특히 고린도 옛 시가지 뒤편에 남쪽으로 약 3.5km 떨어진 곳에는 575m 높이의 야산이 있고 그 위에 성채가 세워져 있습니다. 이를 아크로고린도(Acro-corinth, '아크로'라는 말은 "처음, 끝, 꼭대기"라는 뜻입니다-필자 주)라고 하는데, 약 2km의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안에는 아프로디테 신전(Temple of Aphrodite)의 유적이 보존되어 있습니다. 아프로디테는 미와 사랑과 다산의 여신(Goddess of Beauty, Love, Fecundity)인데 로마에서는 비너스(Venus)라고 불렸습니다. 이 신전에는 천여명의 여사제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종교적인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서 성전매춘부(temple prostitutes)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한 때(1960년대) 미국에서 제일 큰 지역교회로 손꼽혔던 달라스 제일침례교회(Dallas, TX)에서 설교자로 사역했던 윌리 크리스웰(W. A. Criswell) 담임목사[윌리 A. 크리스웰(Willie Amos Criswell, 1909-2002) 목사는 세계 최대의 침례교대학교인 베일러대학교(Baylor University, Waco, TX)를 졸업하고 남침례신학원(SBTS, Louisville, KY)에서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습니다. 여러 개의 교회들을 개척하여 목회하다가 1944년에 유서깊은 달라스 제일침례교회(First Baptist Church of Dallas, TX) 담임목사로 부임하여 1990년까지 46년간 장수목회를 했습니다. 그가 목회하던 당시 약 26,000여명의 교회회원들을 가진 세계최대의 침례교회를 이루었습니다. 그는 1968-1970년에 두 번에 걸쳐서 남침례교총회(SBC) 총회장으로 선출되어 교단을 섬겼습니다. 1979년부터 시작된 남침례교의 근본주의적 보수주의 운동(Fundamentalistic Conservativism)의 배후 지도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고, 그의 주석설교(expository preaching)는 남침례교단뿐 아니라 미국 개신교회들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교회 내에 "크리스웰 대학과 침례신학원"(Criswell College and Baptist Theological Seminary)을 세워 후진양성에도 크게 이바지하였습니다. 그는 1970-1980년대 남침례교총회 내에서 일어난 정치적인 소용돌이에 휘말리기도 했는데, 그의 공과에 대한 평가가 다양하겠지만 한 시대를 풍미한 영적인 지도자였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는 아프로디테 신전에서 벌어졌던 광란적인 종교행습을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고대도시 고린도 앞에는 깊고 푸른 바다가 있었다. 고린도 시 뒤편에는 가파르고 높 은 아크로고린도(Acro-Corinthus)가 있었는데, 그것은 파르테논 신전이 세워져 있는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Acropolis, 언덕 위의 성채)보다도 더 유명하였다. 고린도에 있는 아크로폴리스에는 웅장한 아프로디테(Aphrodite, 라틴어로는 비너스 Venus) 신 전이 있었다. 사랑과 미의 그리이스 여신은 성적인 주신제(酒神祭, sexual orgies)로 서 경배되었다. 신전에 고용되었던 성전 매춘부들(temple prostitutes)은 이 주신제에서 그들의 이교도적이고 부도덕한 의식을 수행함에 있어서 자신들을 환각상태에 내던졌다. 그리이스-로마 문화(Greco-Roman culture)에서는 환각상태에 빠진 여인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unknown tongue)로 중얼거리며 부도덕한 행위에 자신들을 내팽겨치는 것이 일상사였다. 그러한 중얼거림에 대해 바울은 환멸을 느꼈을 것임이 분명하다. 하나님의 백성들의 모임(교회-필자 주) 곁을 지나던 방문객들은 여인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지껄여대는 것을 보거나 들었을 때에, 즉각적으로 "여기가 뭐 하는 곳이지? 아프로디테 신전에서 하고 있는 짓을 여기서도 하고 있네? 한번 들어가서 육감적인 쾌락에 빠져 볼까나?"라고 말했을 것이다. 사도 바울은 "아니오, 절대 안 돼요!"라고 말했을 것이다. 사도 바울은 "방언기도를 하는 것이라면 여자들은 교회에서 절대로 침묵을 지켜야 합니다. 여자들이 교회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방언기도를 하는 것은 수치(shame) 그 자체입니다"라고 주장했을 것이다. 그러한 금지조치(interdiction)는 지금도 여전히 지켜져야 한다. 공중예배에서 여인들이 과도하게 언성을 높혀 신경질적으로 방언기도를 하는 것은 주님의 이름을 욕되게 하는 것이다[W. A. Criswell, The Baptism, Filling & Gifts of the Holy Spirit, 113-4.].
고린도라는 도시는 극심한 사치와 성적인 일탈과 부도덕과 방탕으로 매우 오염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코린티아조마이(corintiazomai)라는 말이 생겼는데, "사치스럽고 방탕하게 산다," "고린도 사람처럼 행동한다," "성적으로 타락해 있다"는 의미였다고 합니다. 오늘날에도 영어 corinthian이라는 낱말에는 "방탕한, (문체가) 화려한"이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고린도는 도덕적으로 성적으로 무척 문란한 도시였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에 "고린도로의 항해는 모든 남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Not for everyman is the voyage to Corinthos)["First Corinthians," [온라인자료] https://www.ovpc.org/Biblestudy /First%20Corinthians%20April2013.pdf, 2019년 6월 30일 접속.]라는 말이 유행했다고 합니다. 이 말은 아마도 많은 남자들이 육체적인 쾌락을 누리기 위해서 성적인 방탕의 도시 고린도를 방문하기를 원했지만, 그러나 아무나 고린도 항구까지 항해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항구도시였기 때문에 다양한 국적을 가진 선원들과 승객들이 내왕하면서 육감적인 쾌락을 추구했을뿐 아니라, 자신들의 원래 습관대로 미신적인 종교행습들을 실천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또한 아테네를 비롯한 남부 그리이스의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고린도도 "종교성이 많은 도시"(행 17:22, "아덴 사람들아 너희를 보니 범사에 종교성이 많도다")였습니다. 델파이 신전과 아크로고린도에 있는 아프로디테 신전 그리고 고린도 옛 시가지에 위치해 있는 아폴로 신전 등에서는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제물을 바치며 제사를 드렸고, 각종 신비주의적 종교(mysticism), 밀교(비밀종교, mystery religion), 이방종교, 혼합종교, 미신(迷信), 이상한 말을 반복하는 주문(呪文) 외우기식의 기도 등이 성행하고 있었습니다.
신전에서 제사를 드릴 때는 어떤 예배자들은 각자의 다양한 언어들로 기도했을 것입니다. 또 어떤 이들은 무아지경(無我之境)의 상태에서나 정신적인 환각(幻覺)의 상태에서,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내며 주문(呪文)을 외우듯이 중얼중얼하는 기도를 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또 어떤 이들은 성전 안에 피워둔 향의 연기에 취해서, 이성이 마비되어 반의식(半意識) 혹은 무의식(無意識)의 몽롱한 정신착란의 상태에서 온 몸을 흔들며 괴성을 지르기도 했을 것입니다. 중얼거리는 UT방언을 비롯한 이러한 이교적인 종교행습들이 거룩한 성도들의 공동체인 교회로 침투해 들어와서, 고린도교회는 영적인 혼란과 무질서의 상태에 빠지게 되었을 것입니다.